2024년 12월 23일 월요일, 손끝이 점점 시려 옴
방학 전에 남은 두 번의 월요일이었다. 그중에 오늘 하루를 또 보냈으니 이제 딱 한 번 남았다. 늘 드는 생각, 시간이 참 야속할 정도로 빨리 간다. 눈 뜨고도 코 베이는 세상이라더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도 감당이 안 될 정도다.
이미 방학이 코앞에 다가와 있으니 반 아이들은 거의 제대 말년 병장 같이 행동한다. 이런저런 주의나 지적에도 꿋꿋한 걸 보면, 마치 장사 하루이틀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는 식이다. 10살 때 만나, 이제 며칠 안 있으면 11살인데, 꼭 12살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아무리 다잡으려고 해도 이미 풀어질 대로 풀어진 상황이다. 자기들 모르게 귀신 같이 반 배정 작업을 했는데도, 어찌 알았는지 슬슬 나를 떠보기 시작한다. 결과를 알고 있지만, 절대 가르쳐 줄 수 없다. 당연히 학교 전체 공지가 나가기 전엔 무슨 일이 있어도 함구해야 한다.
학년말의 느낌이 실감 난다. 풍작인지 휴악인지 아직은 모르나, 1년 간의 추수도 어지간히 끝나간다. 슬슬 땅을 새로 갈아엎거나 터를 다져 놓아야 할 때다. 아직은 누구를 만날지 몰라도 이 정든 아이들과 헤어질 준비도 해야 한다.
모르겠다. 늘 그러했듯 더 잘해 주지 못한 건 적지 않은 아쉬움으로 남긴 하지만, 이만큼 키워 놨으면 할 일은 다했다고 감히 생각해 본다.
뜻대로 될지는 알 수 없다. 일단 내년엔 4학년을 지원할 생각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 아이들 중에서 최소 2명에서 최대 4명을 만나게 된다. 혹시 내 바람대로 4학년을 맡게 된다면 어떤 아이들을 만날지도 궁금하다.
어쨌건 간에 1년 동안 무탈하게 잘 살았다. 그것만 해도 어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