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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원 점심밥 시대

379일 차.

by 다작이 Feb 08. 2025

오늘 밖에서 점심을 먹을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나 종종 먹게 됩니다. 흔히  밖의 음식은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서 건강에는 좋지 않다고 합니다. 전반적으로 그런 음식들은 달달하고 맵습니다. 그만큼 자극적이란 말입니다. 원래 좋은 약은 입에는 쓰나 몸에는 좋은 법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바깥 음식은 먹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전혀 그럴 수 없습니다.


밖에서 활동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음식점에서 밥 먹을 일이 생기곤 합니다. 어차피 밖에서 먹기로 한 이상은 돈이 아까워도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저기 다 다니면서 가격이 제일 저렴한 데를 찾아 그곳만 드나들 순 없습니다. 물론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눈에 띈 모든 음식점을 들어가 볼 수도 없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요.


사실 맛은 거기서 거기입니다. 특별히 더 맛있는 집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간 데만 줄기차게 가게 됩니다. 모든 사람이 그러지야 않겠지만, 제 또래의 남자들은 그렇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안 가 본 데를 들어가기가 겸연쩍은 겁니다. 그냥 혼자 가서 조용히 밥만 먹고 나와도 그렇습니다. 조금이라도 익숙한 풍경에서 마음이 놓이곤 하니까요.


제가 자주 가는 음식점이 두 군데 있습니다. 하나는 집 근처 지하철 역 입구에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그 집을 김밥집이라고 부릅니다. 김밥과 라면을 팔기 시작하면서 커 온 가게라고나 할까요? 또 다른 한 군데는 제 직장 인근인 왜관역 근처에 있는 곳입니다. 그렇게 보면 그 집도 김밥집입니다. 두 곳 모두 맛은 그리 차이가 없습니다. 배 고플 때 혼자 가서 한 그릇 해결하기 딱인 곳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두 집의 가격 차이가 발생하고 만 것입니다. 몇 년 동안 허름하게 붙어 있던 벽면의 메뉴판이 깔끔하게 새 단장을 했더군요. 지난번 왔을 때와 비교해 보니 각 메뉴 당 1천 원이 인상되었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같은 가격을 유지해 온 주인의 입장을 생각하면 이해 못 할 것도 없다 싶지만, 뜻밖의 가격 인상에 당황스럽더군요.


제가 제일 자주 먹는 메뉴가 김치찌개인데 왜관역 근처 김밥 집은 6천 원인 반면에 집 근처의 그 집은 무려 8천 원이나 하니까요. 게다가 적지 않은 메뉴들이 거의 1만 원에 육박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밥보다 커피가 비싼 시대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되면 굳이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집 앞에 있는 그 김밥 집을 가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겁니다.


오늘 먹고 나오면서 그런 다짐을 했습니다. 이 집은 오늘로써 발길을 끊겠다고 말입니다. 맛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면 몰라도 거기서 거기인 데다, 한 끼를 때우는 게 목적인 저로선 같은 김치찌개를 2천 원이나 더 주고 사 먹어야 할 이유 따윈 없는 것이니까요.


아끼는 건 좋은 겁니다. 이왕 먹는 거 조금은 더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면 굳이 마다 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다만 저도 쓸 때는 쓰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별 차이도 없는 두 집의 똑같은 메뉴에 적지 않은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면 이런 경우엔 돈을 아끼는 게 현명한 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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