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 어릴 적 문화센터나 학습지에서 실력 테스트를 할 때면 우리 아이는 그래프가 모자랄 정도의 결과가 나왔었다. 그럴 때면 영재 테스트를 받아보라는 말로 이어졌었다. 나는 상업 수단이라 생각해서 영재 테스트까지는 안 했지만, 기분이 좋았던 건 사실이다.
큰 아이 태어났을 땐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했다. 그 후 산후조리원 엄마들이 거의 매일 우리 집에 모여 아이들을 함게 키웠다. 걸음마를 시작하고 함께 문화센터를 다니며 하마터면 산후 우울증이 올 수도 있던 시기를 우리는 매일 함께 웃으며 공동육아(?) 비슷하게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그 아이들이 커가며 나타나는 특징이 두드러질 때 우리 큰아이는 똑똑하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조리원 엄마들이 나에게 한 마디씩 던졌다.
똑똑한 딸내미
잘 키워라 ~!!!
엄마 어깨가 무겁네 ~~
농담 같은 농담 아닌 말을 듣고 웃어넘겼지만 나는 이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이는 똑똑하게 태어났는데 내가 잘못하면 안 될 것 같은 막중한 책임감 같은 게 생겼던 거 같다.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 때도 저 말이 뇌리를 스쳤고, 입시 앞에서도 저 말 이 귀에서 왕왕 들렸다.
'똑똑한 딸내미 잘 키워 ~~'
그 말에 부응하기 위해 난 아이를 괴롭혔다. 나름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이리저리 비싸고 좋다는 기관에 데리고 다니며, 잔소리하고, 남들과 비교하며 잘 키운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아이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작디작은 아이를 두고 엄마들이 한 말을 실천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말이다. ㅠㅠ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모두 부질없던 행동들이었다. 괜히 아이만 힘들게 했고, 돈은 돈대로 낭비했던 시간들이다. 그 엄마들은 다행스럽게도 아직도 우리 아이 어릴 적 영특함을 기억하고 있다.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엄마들이 추억이다. 나도 쉽게 생각하고 하나의 일화였고 추억이었다 생각했어야 하는데 ... 나도 참 ~~ 지나고 보니 나도 참 ~~이다.
그들에게 '너 참 아이 잘 키웠다'라는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아이는 부모가 쉽게 키우면쉽게 자라고,부모가 어렵게 키우면어렵게 자란다.
위의 글처럼 쉽게 키웠으면 아이도 나도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괜히 오버를 떨어서 나도 어려웠고 아이도 힘들었던 시간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지난 시간인 것을 이렇게 글로 쓰고 훌훌 털어 버리고 이제라도 알았으니 됐다고 위로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