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변신은 무죄라고 했나
화창한 날씨이다.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싶은 계절이다.
머리 염색을 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정수리와 위아래 옆머릿속이 어머니 속적삼처럼 하얗게 비친다.
귀 밑에서 20센티 넘게 자란 머리도 잘라야 하니 미용실에 가면
4만 원 이상 들 거 같다.
머리를 자르지 않은 지 육 개월이 넘었다.
머리를 감기 전 거울을 보고 긴 머리만 가위로 잘라냈다.
아이들 키울 때 손수 머리를 잘라주었다.
또 애들 아빠 생전에 머리를 내게 맡기며 잘라달라고 해서 잘라주었다.
서로 상대방을 염색해 줬다. 막내가 정수리를 염색해 줄 때도 많았다.
부부가 살다 보면 고운 정보다 미운 정에 사나 보다.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것이 부부방정식 기본 골자다.
인정을 넘어 이해가 필요하다.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이해하면 가정이 흔들리지 않는다.
2,500원짜리 염색약 흑색과 자연스러운 갈색을 여러 개 사다 두었다.
흑색 반, 자연스러운 갈색 반 가루를 계란노른자와 잘 개어 섞어준다.
막내를 서른여덟 살에 낳아서 모근이 약해져 머리숱이 우수수 빠진다.
파머를 하면 미러 숱이 더 빠지기 때문에 파머 대신 생머리로 지낸다.
혼자 염색을 하다 보면 뒷머리는 염색이 들지 않는다.
딴에는 뒷머리까지 염색을 한다 해도 타인의 눈에는 흰머리가 그대로 있다.
그건 눈속임이고 눈 가리고 아옹이다.
그런들 어떠하리! 내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만이지. 나만 만족하면 된다.
여자의 변신은 무조하고 했으니 할머니의 변신도 무죄라고 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