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장화의 나들이

[2021. 8. 안면도 캠핑장에서] [에세이]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2021년 8월 초. 두 아들과 함께 안면도 솔밭으로 캠핑을 떠났다.

2020년 10월 아빠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아들들도 마음이 허전할 터인데

엄마를 위해 같이 바닷가 주변 솔밭에 캠핑을 온 것이다.


이 글을 올리면서 새삼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안면도와 근처 바다는 네 식구가 자주 찾는 서해안 휴양지였다.

바다는 말이 없고 그중 한 사람만 부재중이다.


안면도 솔밭 야영장에 가니 눈에 익어 보인다.

산을 내려가보니 막내 어릴 때 애들 고모 내외와 함께

삼봉해수욕장에 여름휴가를 왔던 곳이었다.


애들 고모는 파킨슨 병에 걸러 요양원에 계시고

고모부도 애들 아빠처럼 부재중이다.


세월은 흘러 추억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데

세월은 두 사람을 데려갔다. 한 사람마저 데려갈 판이다.

언젠가 나도 데려가겠지만..



막내 유치원 다닐 때 막내고모와 갔던 삼봉해수욕장

수북이 쌓인 부드러운 모레! 해지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그때 애들 막내고모는 오십 대였고 젊고 예뻤다.

이십육 년의 세월이 지나고 그곳에 가보니 감개무량했다.


숨이 탁탁 막히는 무더운 여름의 중심에 있었지만

바닷가 옆 솔밭은 시원한 바람이 날개 치는 천국이었다!

시원하고 비릿한 해풍이 가슴에 파고들 때 무척 행복했다.


이 보라색 장화는 밭에 일할 때 신던 것인데 바다에 올 때 데려왔다.

밭의 흙 속을 헤매던 장화가 바닷물 속을 첨벙 거리며 다닌다.

매일 밭 흙속에 묻혀서 지렁이와 풀만 만나던 장화가 나보다 더 신났다.


코로나 때문에 막힌 공간을 갈 수 없으니 캠핑이 최고의 휴식공간이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웃도 만날 수 있었으니까.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고동과 홍합, 작은 꽃게와 생명체들!

처음으로 넓은 바다와 만나더니 신바람이 났다.

고동을 따느라 이리저리 다니는 주인의 발을 열심히 옮겨 주었다.


바위에 붙어 자라고 있는 작은 고동과 따개비, 둥근 고동. 어린 물고기들

바다는 넓은 품에 많은 것을 키워내고 있었지만 생색내지 않는다.


안면도 캠핑장으로 내려가는 길 서산 이마트에 들러 민물장어를 사갔다.

숯불 위에 망을 올리고 그 위에 민물장어를 얹고 굵은소금을 뿌렸다.

석쇠에서 지글지글 익고 있는 장어는 고소하고 꿀맛이었다.

역시 자연과 함께 할 때 사람은 행복한가 보다.


민물장어가 석쇠 위에서 맛있게 익어가고

우리들이 같이 보낸 시간들이 추억으로 겹겹이 쌓인다.

언젠가 내가 아이들 곁을 떠나면

아이들이 나와 함께 갔던 추억을 떠올리겠지!


여행과 캠핑의 묘미는 자연이 하나 되어 숨 쉬고 진정한 휴식을 가진다.

자연을 보니 눈이 호강한다. 그다음은 입도 즐거워야 하는 것이니까!


집에서 가져간 집된장과 바위에서 따 온 고등을 삶은 물,

밭에서 따 온 호박과 풋고추를 넣어 끓인 된장찌개와

장어소금구이로 맛있는 저녁을 먹고 나니

빨간 해가 수면으로 천천히 스며들고 있다.


바다 수면으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는 캠핑을 나온 이웃들도

우리들처럼 코로나19를 잠시 잊고 멍 때리며 바라보고 있다.


노을 진 하늘에 어둠이 찾아들고 있었다.

산마루에 걸린 해가 바다에 뛰어들 준비를 한다.



썰물에 바다를 떠난 파도가 밀려들고 있다.

찰삭거리며 출렁이는 물결 따라 미역들과 조가비들이 흔들린다.

노을 진 바다가 어둠에 흔들리고

하늘에 떠 있는 해는 귀가 시간을 서두른다.



다음 날 아침 된장국을 끓여 간장양념해 간 돼지고기를 구워 아침을 먹었다.

반주로 맥주도 한 캔씩 하고 나서 산을 넘어 삼봉해수욕장에 가니

옛 추억들이 나를 반갑게 반겨준다.

사람은 떠나고 없어도 추억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산을 넘어 텐트로 돌아왔다.

보라색 장화를 신고 첨벙거리며 바다를 헤매다 오니 정오다.

컵라면과 남은 돼지고기를 숯불에 구워 점심을 먹고 나니 나른하다.

우리는 텐트에 셋이 나란히 누워 시원한 바닷바람을 쏘이며

파도 소리로 자장가를 들으며 오잠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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