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소설 연재 ] < 사랑을 위하여 > 유정 이숙한
찬수의 못 말리는 병은 파트너와 같이 보낸 시간을 시간 비로 후하게 챙겨주는 이상한 버릇을 가졌다. 요식업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찬수의 티켓비 매너를 인정해 주었다. 공사장에서 힘들게 번 돈을 나눠 쓰는 그였다. 공사를 맡는 사장이 공사를 딸 때마다 그를 데리고 갔다. 건물을 지을 때 뼈대를 세우는 일이 중요하지만 벽돌을 쌓고 마무리로 틈새를 메꿔주는 미장일과 건물 외벽에 돌을 붙이는 일이 많아지자 그의 쓰임새가 많아졌다.
하절기는 장마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많았다. 산간벽지 뷰가 좋은 곳은 리조트나 호텔 등. 굵직한 공사들이 많았다. 건축 일은 힘들지만 수입이 제법 짭짤하다. 노임을 받는 날은 선술집에서 삼삼오오 모여 고스톱을 치는 것이 그들의 문화였다. 그가 화물차 기사일을 할 때 고스톱을 자주 하다 보니 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이 떠진 터라, 뒷손이 잘 붙어 잔돈푼을 긁어모았다. 옆에 동료들이 입 서비스를 아끼지 않았다.
남자란 칭찬을 들으면 우쭐해지는 법! 칭찬이 화를 부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 자네는 고스톱을 하면 점수가 나는가? 자네 손이 복 손인가 보네!
- 뭘요. 잘 못 쳐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어쩌다 점수가 난 거지~
그는 강원도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예전처럼 5톤 화물차로 하청 공장에서 본 공장으로 완성된 자동차 부품을 실어다 주는 일을 했다. 늦은 밤 완성된 제품이 나올 때까지 대기하는 동안 기사들끼리 친목 다지기 고스톱판이 벌어졌다.
오리 여사가 자기 가게 앞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휘파람을 불며 무심하게 옆으로 지나가는 찬수를 보았다.
‘아무래도 업소조합장님 심경에 변화가 온 것이구나! 나이 사십이지만 결혼은 안중에도 없고 결혼이란 족쇄에 묶이기 싫다고 하더니…?' 그가 박 양과 함께 나란히 서서 다정하게 걸어갔다. 지난번 차를 타고 두 사람이 가는 것을 말리지 못한 것이 후회되는 오리여사다. 그동안 친구처럼 연인처럼 지냈던 찬수가 먼 타인처럼 느껴졌다.
저만치에서 박 양이 두더지 왕국을 탈출해 밖으로 나오더니 찬수와 함께 새로 생긴 경양식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오리 여사 순심은 배신감으로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박 양은 멋진 옷을 차려입은 뒤태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최고로 멋진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경양식집 안으로 들어갔다. 다짜고짜 어색한 웃음을 팔고 있는 박 양의 뺨을 세게 갈겼다. 놀란 박 양은 푯말처럼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순심의 뺨을 갈겼다. 그 광경에 더 놀란 찬수가 박 양을 순심에게서 떼어놓고 적반하장으로
- 뭐야, 너. 네가 내 마누라라도 되냐? 왜 이래?
순심은 먹이를 빼앗긴 맹수처럼 풀이 죽어 카페 문을 열고 나갔다.
찬수는 쉬는 날 서희네 사업장으로 갔다. 호준은 부재중이었다. 서희가 커피에 굵은소금 두 알을 넣고 타준다.
오픈된 사무실에서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신다. 지방에서 있었던 일과 동네 사람들 이야기를 늘어놓는 그를 서희는 아무런 감동이 없고 머그잔에 말갛게 탄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다. 서희를 보면 마음이 편한 그였다.
서희에게 사업이 잘 되는지 묻는다. 서희네 공장이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빨간 벽돌로 붙이려다 미처 끝내지 못한 일을 쉬는 날 해주기로 약속했다.
그는 쉬는 날 서희네 작업장 간이 현장사무소에 빨간 벽돌로 조적을 쌓았다. 며칠이 났다. 벽돌과 벽돌 사이의 바람구멍을 하얀색 시멘트로 메워주고 예쁘게 마무리를 해주었다. 서희는 그가 하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다고 커피를 준다. 그는 서희가 바라보는 눈빛이 좋아 신명이 난 찬수는 예술작품을 그리듯 멋지게 바르고 있다.
서희는 무를 썰어 넣고 두부를 넣고 반찬 몇 가지와 고추장돼지불고기와 상추쌈도 곁들이 한 상 차려주었다.
서희의 손길이 닿은 요리를 먹으며 행복감에 젖는 그였다. 호준은 찬수의 눈빛이 서희에게 자주 가는 것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말없이 식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