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몇 시간의 행복

[ 단편소설 연재] < 사랑을 위하여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장미 다방 건너편에 있는 양지다방 초창기 멤버인 순심이 개업하는 날이다. 업소조합장인 그의 발길이 바빠졌다. 마트에 들러 두루마리 화장지 한 묶음을 사 들고 개선장군처럼 카페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막상 카페에 들어갔지만. 화장지를 든 모습이 멋쩍은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 순심 씨! 부자 되시게~ 왕창 떼돈 벌라고! 속삭이듯 들릴 듯 말 듯 인사말을 건네고 뒷머리를 극적 인다.


오리 여사 순심은 호들갑을 떨며 서양식으로 그를 살짝 안아준다. 가지고 온 두루마리 화장지를 보더니 입을 살짝 삐죽였다. 속으로 ‘화장지는 무슨? 천장 닫는 큰 화분이나 사 올 것이지?’하지만 겉으로는 반색하며

- 고마워, 오빠! 뭐 이런 걸 사 왔어? 오빠가 최고다. 이리 앉아, 떡 먹어!”

- 개업 떡, 좋지. 그보다 개업한 기념으로 매상은 올려줘야지. 이 집에서 제일 비싼 메뉴가 뭐야? 내가 테이프를 자르면 대박 날 거야!



오리처럼 입이 튀어나와서 오리 여사인 순심은 도시에서 대학을 나오고 그런저런 사연으로 여기 시골까지 흘러들어왔다. 어떤 이는 돌싱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사별을 했다며 말이 많았다. 가슴이 유난히 커서 뭇 사내들에게 인기가 많아 돈을 많이 벌었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고 하지만. 이 사내 저 사내의 품을 전전하며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근근이 모아 읍내에 카페를 차린 오리 여사다. 경양식을 겸한 카페는 분위기도 좋고 그윽한 클래식 음악과 80년대 팝송이 흘러나왔고 들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였다. 그곳을 찾는 연인들도 차츰 많아졌다.


오다가다 괴나리봇짐을 맨 사내들이 들리는 주막 같은 쉼터였다. 슬플 때나 기쁠 때, 외로울 때 찾아가는 아담한 카페였다. 찬수가 허접한 말을 해도 잘 받아주는 오리 여사는 친구처럼 편한 사이였다. 변함없이 반색하며 반겨주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스테이크의 맛은 모르지만 비싼 메뉴라니 주문해서 어설프게 칼질하자,

오리 여사가 바짝 다가앉아 포크와 나이프로 고기를 잘라주었다.



읍내에서 오리 여사와 경쟁자가 있었으니 빼어난 미모와 쭉 빠진 몸매를 가진 도시에서 굴러들어 온 멋쟁이 아가씨가 운영하는 실내포장마차. 두세 평 되는 작은 공간에 테이블 서너 개 놓고 장사하는데.. 야자다방에서 일하던 조양이 돈 몇 푼 들이지 않고 벽에 바탕색으로 하늘색 페인트를 칠하고 야자나무 넝쿨과 동굴벽화를 그려놓고 제법 짭짤한 매상을 올렸다. 찬수는 이 여인의 오빠로 통했다. 찬수가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다 새벽 한 시쯤 실내포장마차 영업이 끝나면 장사하느라 쌓인 스트레스도 풀어줄 겸. 포장마차에 가서 잔치국수를 먹거나 노래방에 가거나 밤바다를 보러 궁평항으로 드라이브를 간다. 그것도 시간을 따져 셈을 해주는 찬수였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 따라 흘러 다니는 유유자적한 삶이었다. 마음이 허전하고 외로울 때면 의례 호준의 집에 들러 서희 얼굴 한 번 보면 심란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고요해진다. 호준의 사업장이 인적이 드문 외탄 곳으로 이사했다. 호준의 납품 차인 탑차가 고장이 날 때마다 서희가 찬수에게 부탁하여 같이 납품하고 왔다.


찬수는 서희와 함께 하는 몇 시간이 행복했다. 시장에 가서 채소를 사 오기도 했다. 납품이 끝나자, 치킨집을 하는 누나의 가게에 들렀다. 누나가 반색하며 서희를 보며 누구냐고 묻는다. 그는 서희를 힐끔 쳐다보며 여자친구라고 소개한다. 그 말이 진심이었지만 뒷맛이 씁쓸한 그였다. 서희는 그의 말을 농담으로 여기고 미소를 지었다. 호준을 통해 그의 소식을 전해 듣고 있지만 그의 사생활이 궁금하지 않은 서희였다.


연희를 잘 붙잡지 못하고 멀리 보내놓은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힘들게 번 돈을 읍내 다방에 가서 호구처럼 다방종업원들에게 쓸데없이 커피를 사주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 서희였다. 여자 친구도 아니고 아내도 아니니 참견하기 싫어 묵묵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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