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소설연재] < 사랑을 위하여 > 유정 이숙한
세월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는 건 사람의 마음인가? 젊은 여자와 놀고 싶은 건 남자의 마음이라고 했던가,
2008년이다. 시간 비가 올라서 한 시간에 2만 원. 세 시간이면 6만 원인데. 고스톱판에서 딴 날은 십만 원을 줄 정도로 인심이 후한 찬수다.
웃음을 파는 그녀들은 전화를 걸어한다는 말이
“오빠 회 먹고 싶다. 요즘 왜 안 들려? 보고 싶어 눈이 짓물렀단 말이야.”
라고 말하면 기분이 좋아진 사내들은 다방에 들러 커피도 팔아주고 자장면이나 회도 사줬다. 찬수처럼 후한 티켓 비를 주는 사내는 없었다. 찬수는 바다를 매립하고 물길만 남은 선창 포구에서 멍게와 해삼, 바닷장어 한 접시에 소주잔을 기울일 때도 있다. 아가씨와 함께 보낸 시간을 후하게 계산해 준다.
굽 높은 힐을 신고 다리가 퉁퉁 부어 어그적거리며 찬 잔을 나르고 허접한 농담을 받아주는 것보다, 밖에 나오면 시간이 빨리 가고 입도 즐겁고 돈도 벌고 매상을 올리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이었다. 생선회가 먹고 싶다는 딱히 회가 먹어서가 아니고 지하 공간을 탈출해서 콧바람 쏘이며 돈도 벌고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싶다는 얘기였다. 퀴퀴한 냄새나는 지하에서 커피 한 잔 얻어먹고 허벅지나 빌려주고 시달리느니 바깥바람도 쐬고 수입 없는 날 주인 마담 기분도 맞춰줄 겸. 올(all) 티켓을 끊어준 고객이 그들에게 VRP 고객이니 기분이 좋다.
어느 날 찬수에게 라이벌이 나타났다. 훤칠한 키에 잘 생기고 티켓 비를 후하게 주는데 나이는 들어 보이고 사업을 한답시고 거들먹거리는 허 사장이란 위인이었다. 마누라는 자기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 놈과 붙어먹어 집을 나가고 홀아비로 지내는데 장미 다방 박 양에게 필이 꽂여 커피를 자주 배달시켰다. 그는 커피를 마시며 박 양에게 어깨를 주무르라고 했다.
2008년인데 시간당 수고비 2만 원인데 주인 마담이 만오천 원, 아가씨가 오천 원 갖는 구조다. 찬수도 박양이 풋내기라 돈벌이가 시원찮으므로 시간을 사주는 처지였지만, 허 사장이란 위인이 천하에 사기꾼이란 것을 알기에 보가만 있을 수 없었다. 박 양이 허 사장 사무실로 커피 쟁반을 들고 간다. 그 뒤를 따라간 찬수는 허 사장의 따귀를 갈기며 까불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놀라서 바라보는 박 양의 손을 잡아끌고 성난 물결이
출렁이는 바다로 차를 몰았다.
시간을 강탈당한 박 양은 퍼렇게 멍든 바다가 하늘 위로 치켜 올랐다가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 아저씨 나 사랑해요? 나랑 결혼할래요? 난 아저씨가 좋은데?
찬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박양에게
- 결혼, 그딴 거 뭐 하려 해? 자유가 좋지. 결혼해서 나처럼 대책 없는 아들 낳을 것 같아 결혼하지 않았는데, 박양이라면 할지 말지 생각해 볼게. 박양은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보기엔 대책 없고 푼수 같은데, 어떻게 자기 자신을 알까?’ 세상 남자들이 찬수처럼 생각한다면 이혼 같은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거라며 피식 웃었다.
“왜요, 아저씨가 어때서요? 제가 보기에 엉큼한 남자보다 백배 나은걸요.”
찬수는 의아한 눈으로 박양을 빤히 바라보았다. 자신을 모르고 한 말인지 아니면 공연히 기분을 맞춰주려고 한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찬수가 말했다.
- 그럼 박 양 나랑 결혼할래? 결혼해 보면 나를 잘 알게 될 것 아녀?
- 아저씨가 저를 언제 봤다고요? 저 아저씨가 생각한 것처럼 착한 계집애 아니어요?
박 양은 ‘미끈한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가 옆에 앉아 있는데 더듬거나 몸을 탐하지 않고 요동이 없으니 어쩌면 성불구자인지도 모르지, 한 번 시험해 볼까?’ 박 양은 찬수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가늘게 떨고 있는 그의 모습이 십 대 소년처럼 느껴져서 귀여웠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박 양의 손을 만지거나 몸을 더듬지 않았다. 박양은 이렇게 싱거운 남자는 처음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