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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를 만나기 위해

[ 푸드에세이 ] < 내가 나에게 위로를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1987년 아산만식품 상호로 김치회사를 운영할 때, 화성시 우정읍 주곡리 선창포구는 아담한 포구였다.

바다가 삶의 터전인 어부들이 사는 어촌마을 주곡리 선창, 20여 척의 고기잡이 배가 있었다. 그곳 포구에서 갓 잡아온 멸치와 잡어가 섞인 바구니를 싣고 만선의 배가 들어오면 바다풀을 골라내고 멸치젓을 담갔다.


싱싱한 멸치 92%, 굵은 새우와 잡어 8% 멸치젓을 담갔다. 6개월 발효시켜 5시간 다린 액젓을 김치에 넣었다. 시원하고 구수한 멸치액젓이 김치의 깊은 맛을 연출했다. 유서 깊은 그곳이 지금은 소규모 공장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고기잡이 배가 드나들던 포구는 2020년 화옹방조제가 건설되며 어항의 역할이 끝났다.


찰싹이던 포구를 나는 갈매기들, 바다를 지키는 애띤 군인들은 총을 들고 초소를 지키고 있었다. 뱃길을 통해 들어오던 고기잡이 배들이 기억창고에 저장되었다. 지금은 뱃길도 사라지고 갈대밭이 무성하다. 대부분의 어부들이 어업을 포기했지만 몇 가구는 궁평항으로 자리를 옮겨 이어가고 있다. 어부들은 바다를 떠났지만 선창포구는 꿈을 접지 않았다. 각종 젓갈, 대하, 꽃게, 조개류 등. 횟감, 말린 생선을 찾는 발길이 여전히 이어진다.



젊은 시절 꿈이 희망이 녹아있는 포구, 젊은 날의 나를 만나기 위해 방문했다. 기분이 다운되었을 때 그곳에 가서 젊은 내 청춘을 찾아 방전된 마음을 충전한다. 주곡리인데 호곡리 선창포구라고 한다! 30대 내 젊음이 용틀임하던 그곳! 그 시절 선창포구는 온데간데없지만, 바다 잃은 포구는 작은 어시장을 안고 살아간다.


많은 차들이 즐비하던 주차장에 지식센터가 들어오고 공장들과 전원주택이 공존한다. 어시장 안에 자주 찾는 가게가 있다. 친구벌 되는 집 여인도 나처럼 나이 들었다. 한참을 얼굴을 보지 못해 궁금했다고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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