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동화 ] < 삼용이네 집 > 유정 이숙한
삼용이네 집은 부자인데 삼용이 엄마는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 삼용 아빠 눈치를 살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어, 순미는 혼잣말 했어. '돈이 많으면 행복하지 않은가?'
순미가 공동우물에 있는데 삼용이네 쪽대문 안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어, 삼용이 아빠의 화난 목소리
와 험한 욕설이 ‘쿵탕’ 소리와 함께 쪽대문 밖까지 튕겨 나왔어.
삼용 아빠는 화를 내며 삼용이 엄마를 때렸는데 귀신으로 보이는 순미였어, 쿵탕 소리와 함께 쪽대문에서 황급히 나오는 삼용이 엄마를 보았어. 삼용 엄마는 순미의 집으로 뛰어갔어, 순미 할머니는 그런 일이 있을
때면 삼용 엄마를 숨겨 주었어.
삼용 아빠는 북한에서 피난을 와서,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며 한 푼 두 푼 돈을 모았어. 그 돈으로 논과
밭을 샀어, 돈을 쓰지 않고 아끼는 구두쇠였어, 근래에 돈을 아끼지 않고 돈을 펑펑 쓰는 모습 본 삼용 엄마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 삼용 엄마가 말했어.
"순미 할머니, 삼용 아빠가 이상해요, 요즘 돈을 아끼지 않고 펑펑 써요, 아무래도 저 건너 동네 과부랑
친하게 지내는 거 같아요."
"그랬어, 글쎄, 정말로 그럴까?"
"조금 전 삼용 아빠가 장에 갔는데, 건넛마을 과부가 집에 있나 없나, 가보면 확실해요, 지난 장날도 버스에서 내려 같이 걸어오는 걸 봤어요. 순미에게 가보고 오라고 할까요?"
할머니는 순미의 얼굴을 보았어, 과부는 순미 친구의 엄마였어, 친구 아빠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 사람에게 도움 줘서, 동리 사람들에게 맞아 후유증으로 일어나지 못했단 말을 들었어, 순미는 가기 싫은 심부름이었지만 가야 했어.
삼용이네 닭들이 쪽대문을 빠져나와 순미네 텃밭의 배춧잎을 쪼아먹었어.
화가 난 순미 할아버지가 돌멩이를 던졌어, 닭 한 마리가 돌멩이에 맞아 기절했어, 할아버지는 기절한 닭을
주워 삼용이네 쪽대문 안으로 ‘휙’ 집어던졌어. 삼용이 아빠가 창고에서 나왔어, 닭들이 쫓겨오는 걸 보았어, 쪽대문 안으로 닭이 날아왔어, 삼용 아빠는 집으로 들어가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았어.
삼용 아빠는 전깃불을 켜고 환한 곳에서 살고 싶었어, 창고에 쌓아둔 쌀을 도둑엑서 지키고 싶었어.
어두운 밤에도 대낮처럼 환한 데서 살고 싶었어, 큰 동네 사람들은 네모난 상자 속에 사람이 말을 하고
움직이는 것을 보니 재미있었어, 전봇대를 세우고 전기를 끌어오려고 마음먹었어.
마지막 전봇대는 순미네 밭둑에 설치해야 일이 수월했어. 전기를 끌어오려면 돈이 많이 들었지만 환하게
살고 싶었어, 순미 할아버지에게 인심도 얻고 싶었거든.
삼용 아빠가 전봇대 설치비의 대부분을 부담하고 4가구는 돈을 조금씩 내게 했어.
순미네 밭둑에 전봇대를 세우면 전기를 공짜로 연결해 주겠다고 했어, 하지만 순미 할아버지가 전봇대
세우는 걸 반대했어, 순미네 집만 빼고 모두 전깃불을 켜고 살게 되었어.
순미 할아버지는 링거병을 잘라 호롱을 만들었어, 바람이 드나들지 않는 호롱 안에 등잔불을 켰어, 어두운
밤이면 방문 틈을 비집고 들어온 바람이 심술을 부렸어, 방 안의 등잔불이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었어,
순미는 어두운 밤이면 대나무 숲 그림자가 귀신처럼 보여서 무서웠어, 전깃불을 켜고 환하게 살고 싶었어,
할아버지는 순미의 깊은 마음을 몰라주었어.
순미는 석유를 사러 너머 큰 동네에 가야 했어. 커다란 병에 석유를 받아오는 심부름 당번이었어.
엄마는 추운 날 심부름 잘 간다고 칭찬했어, 하지만 건넛마을에 심부름 가면 함흥차사였어.
여자 친구들이랑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놀이와 숨바꼭질하느라 신이 났어.
생태네 집은 아이들의 놀이터였어. 순미는 다람쥐란 별명처럼 숨박꼭질 할 때마다 측백나무에 올라가
숨었어, 마을 앞 개울이 보였어. 어디선가 구린 냄새가 났어.
순미는 코를 벌름거리며
"화장실도 멀리 있는데 어디서 똥 냄새가 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