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삼용이가 부러워!

[ 단편동화 ] < 삼용이네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똥 냄새가 심하게 났어, 나무줄기를 잡은 손에서 똥 냄새가 났어. 냄새를 따라가 보니 측백나무줄기였어.

나무줄기에 누런 똥이 붙어 있었어. 덜렁이 순미는 울상이 되었어. 다른 여자아이들 같으면 엉엉 울겠지만,

순미는 울지 않았어, 화가 난 얼굴로 생태를 노려보았어.

개구쟁이, 까불이, 깡패란 별명을 가진 생태가 고소하다는 듯 순미를 바라보며 놀렸어.

"약 오로지롱! 우리 아기 기저귀에 묻은 똥을 내가 측백나무에 발라 놓았지~ 측백나무 열매로 공기놀이

하면 되지, 나뭇가지에 뭐 하러 올라가냐? 이거 봐, 나무의 껍질이 벗겨져 흉하잖아?"


측백나무에 올라가는 아이는 순미뿐 아니었어, 동네 아이들이 올라가 나무를 흔들고 가지를 꺾고 못살게

굴자, 화가 난 생태가 측백나무에 올라가지 못하게 아기의 똥을 발라놓은 것이었어, 순미는 나무에서 급히

뛰어내렸어, 씩씩대며 우물물을 두레박으로 퍼 올렸어, 두레박 한쪽을 기울여 물을 흘리며 손바닥을 비벼

닦고 양잿물로 만든 검은 비누로 닦아도 똥 냄새가 사라지지 않았어.


그때였어, 엄마의 화난 얼굴이 스쳤어. 오전 10시에 와서 오후 5시가 넘도록 놀다 보니 막냇동생과 놀아

줘야 하는 것을 깜빡 잊었어. 순이는 부랴부랴 잰걸음으로 개울가를 지나갔어, 개울 안에서 붕어들이 팔딱

팔딱 뛰며 '순이야, 나 잡아봐라!' 하며 놀렸어. 다른 날 같으면 개울에 들어가 개흙으로 둑을 쌓고, 검은색

고무신을 벗어 물을 퍼내고 붕어를 잡는 순미였어.


순미는 삼용이네 기다란 논두렁 위로 이어진 천수답을 지나 집으로 달려갔어. 화가 머리끝까지 난 엄마는 대나무 회초리를 들고 순미는 밖으로 내쫓으며

"바깥이 그렇게 좋으면 나가 살아라, 집에 와서 막냇동생이랑 놀아주고 아궁이에 불 지펴 달라고 했더니

해지는 저녁때 집에 들어오니?"


순미는 엄마의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엄마 눈에 띄지 않아야 했어, 엄마가 매를 들면 잽싸게 도망가는

순미는 밖으로 나가는 척하다, 대문 뒤 잿간 옆, 대나무 울타리의 좁은 틈으로 빨려 들어갔어. 할머니 방

굴뚝 옆에 숨었어. 건넛방에 군불을 지피던 할머니가 다가오며

"순미야, 엄마 말씀 잘 들어야지, 이리 와서 할머니 방에 군불 지펴라?”


순미는 할머니가 든든한 버팀목이었어, 할머니 품은 안전 했어. 삼용은 부잣집이라 머슴이나 일꾼들이

일하고 삼용이엄마와 아빠가 농사일을 하고 아이들에게 일을 시키지 않았어, 순미네 집은 온 가족이 힘을

합해 일을 나눠서 했으므로 삼용이가 부러웠어.


큰 입을 하마처럼 벌리고 있는 아궁이는 시뻘건 불꽃을 꿀꺽 삼켰어. 아궁이가 지푸라기를 씹어먹느라

얼굴이 빨개졌어, 순미가 넣어주는 콩대나 깻대 등 주는 대로 넙죽 받아먹었어, 방 아래 구들장의 돌을 뜨겁게 달궈주었어, 순미는 배가 고팠지만 먹을 수 없어 고구마가 생각났어. 엄마에게 죄를 지었으니 밥을 먹으러 갈 수 없었어, 아궁이 앞을 정돈하고 할머니 방 뒷문을 열고 들어갔어, 앞문을 살그머니 열고 고양이 걸음으로 윗방에 들어가서 고구마 한 바가지를 들고 왔어, 부지깽이로 시뻘건 재를 젖히고 고구마를 묻었어,


군불지피기가 끝나자 군고구마를 들고 안방으로 들어갔어, 다행히 엄마는 없었어.

순미는 허기진 배를 채웠어, 막냇동생이 졸고 있었어, 순미는 막냇동생을 안아 이부자리에 눕혀주었어.

아빠가 말했어.

"순미야, 엄마 바쁜데 도와주지 그랬어, 엄마 오늘도 부엌에서 식사하는 모양이다. 밥 먹고 밥상 치우고

엄마 좀 도와주렴!"

“네, 아버지.”


식사를 마친 순미가 군고구마 껍질을 벗겨 할머니와 할아버지, 아빠에게 드렸어. 순미는 빈 그릇을 주섬

주섬 챙겨 부엌으로 내갔어, 엄마는 부뚜막에서 김치를 쭉 찟어 밥에 얹어 먹었어, 순미와 눈이 마주쳤지만

본체만체 했어. 순미가 말했어.

"엄마, 잘못했어요, 다음부터는 심부름시키면 일찍 올게요."

"다음에는 용서해주지 않는다, 오늘은 할머니가 용서해 주라고 해서 용서해 주는 거야?"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