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응원의 커다란 힘
우리 동네 초등학교 앞에는 왕자문방구와 미미문방구가 있었다. 왕자문방구는 정문 바로 맞은편에 있었고 미미문방구는 길을 조금 더 걸어야 나왔다. 이 두 문방구가 경쟁구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이들 사이에서는 편이 갈리곤 했다.
왕자문방구의 주인아주머니께서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엄청난 이윤 추구가였기에 준비물보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 뽑기, 군것질이 더 많았다. 심지어 학교에서 더 가까웠기에 인기가 더 좋았는 데 앞에서 말했듯 엄청난 이윤 추구가였기 때문에 미적거리는 애들이나 구경만 하는 애들을 참지 못 하셨고 그런 아이들은 항상 내쫓아졌다. 아이들의 코 묻은 돈보다는 어른들의 지갑에서 나오는 돈들을 더 좋아하셨다. 그래서 부모님과 같이 온 아이들은 더욱 우대해 주었다. 또 왕자문방구는 학교가 열지 않는 방학이나 주말, 저녁에는 장사를 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게 더욱더 현명한 경영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반면 미미 문방구에는 군것질이나 장난감보다는 학교 준비물이라던지 문구류의 종류가 많았기에 인기는 떨어졌고 게다가 학교에서도 거리상으로 좀 더 멀었기에 인기가 떨어졌다. 하지만 주인아저씨는 항상 친절하시고 준비물들을 맨날 꿰뚫고 계셨다. 또 미미 문방구 주인아저씨께서는 방학, 주말, 아침저녁 할 거 없이 항상 일정한 시간에 열고 닫았으며 물건을 사러 왔을 때 친절하게 인사해 주시고 돌아가는 길이면 항상 파이팅을 외쳐주셨다. 심지어는 문방구가 아닌 그냥 길에서 마주칠 때에도 그랬다.
가게를 선택할 때 친절한 게 최고인 나에게 미미 문방구는 고민할 여지도 없는 좋은 선택지였다. 난 경험차 한번 왕자 문방구에 간 뒤로 이 동네를 사는 10년 동안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사실 어릴 때에는 매일 나가는 길에 해주시는 "오늘 하루도 파이팅!"과 같은 인사들을 들어도 별 생각도 없었고 심지어는 그냥 서비스성 인사치레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파이팅 할 일도 별로 없었으니. 하지만 얼마 전에 그 엄청난 파이팅의 힘을 깨달았다. 기말고사기간에 진짜 눈물 날 정도로 힘들고 부담감에 휩싸여 있었다. 수능 이후로 또 실패를 하기는 싫었기에 말이다. 진짜 걸어가면서 눈물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렇게 집에 돌아가는 길에 미미문방구를 지나쳤는 데 아저씨께서 매일 해주시던 파이팅이 떠올랐다. 진짜 그 순간 아저씨께 파이팅 한마디만 들으면 힘이 날 것 같았다. 그때 파이팅의 힘을 깨달았다. 누군가의 응원은 그 크기에 상관없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미미문방구 앞을 지날 때면 아저씨의 파이팅을 상상하며 '오늘 하루도 힘내야지'하고 다짐한다.
나는 응원의 말을 전할 때면 응원의 크기가 양의 크기와 비례하는 걸지, 멋지고 잔뜩 꾸민 말이 좋은 응원일지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진심으로 내 마음을 담고 싶었고 상대방이 내 응원에 힘을 받았으면 하늘을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정작 내가 힘을 얻는 응원의 말을 생각해 보았을 때 힘이 되는 응원의 말은 양에 비례하지도 않았고 멋진 말들도 아니었다. 정말 정직한 파이팅 세 글자여도 그 사람의 진심이 느껴지면 그 응원의 힘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랬다.
상대방이 내 진심을 느끼게 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지만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응원의 말을 건네보는 건 어떨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오늘 하루도 파이팅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