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대전여행이 핫하다. 전국 어디서든 당일치기가 가능한 권역으로 대전만큼 손꼽히는 곳이 없는 데다 유명 프랜차이즈 빵집보다 매출이 더 좋다는 지역 빵집의 위세가 날로 득의양양해지면서 찐 토박이한테 전수받은 관광지 관광을 비롯해 나만의 맛집이며 빵집들을 발굴해 내는 본새가 아주 재미진 모양이다.
무엇이든 소소하게 발견하는 여행의 재미야 어디서든 만날 수 있겠지만, 노잼의 도시를 유잼의 도시로 변신시키는 저마다의 비책들이 공유되면서 정말 바뀌고 있다. 활력의 도시로. 아, 이런, 대전 관광을 찬양하고자 시작한 글은 아니었는데. 사실은 이 요리를 엄지 척하고 싶었다. 바로 <두부 두루치기>! 돼지고기 한 톨 안 들어간 주제에 '두루치기'라는 이름을 버젓이 쓰고 있는 요상한 메뉴인데, 그 맛을 보면 깜짝 놀란다. 속이 아리도록 맛있어서.
고기와 채소를 볶다가 육수 혹은 양념을 부어 졸여낸 요리를 두루치기라고 보통들 부르는데, 두부만 쓰는 데에다 두루치기를 붙였는데도 별다른 타박이 없는 것, 아마도 이 '맛' 때문인가 보다(물론 두부 외에 오징어를 넣기도 안 넣기도 하는데, 별 상관도 없이 두부 만으로도 "됐다" 소리가 절로 난다).
대전을 필두로 하는 충청의 대표 지역 먹거리지만 어디서든 흔하게 보는 두부조림과 맛과 모양새에서 큰 차이가 없어 특별한 지역식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헌데 맵싸하게 양념 쏙 벤 두부를 먹자하니 계속 입에서 불이 나는 것이 밥반찬으로도 생각나고 술안주로도 자꾸만 생각이 난다는 것!
자꾸만 입 안을 맴도는 요 대전식 두부 두루치기는 두부를 다 건져먹고도 국물이 자박자박하게 남는데, 고 칼칼한 양념에 매끈한 가락국수면이나 칼국수면을 넣어 먹어도 별미다. 또, 두부를 기름에 미리 부치지 않고 양념에 은근히 졸여내는 부들부들한 레시피로 만들어도 맛이 참 좋아서 더 좋다. 미리 기름에 구웠을 때 특유의 텁진한 맛이 사라지고 맑은 뒷 맛에 맵맵 칼칼하니. 그래서 자꾸만 끌리나.
혹자는 양념 중에 넣는 멸치육수가 킥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액젓이나 굴소스가 들어가 줘야 맛이 난다고도 하지만 내 입맛엔 부드러운 찌개두부나 전두부에 들기름과 새우젓을 넣는 것이 아주 쓸만한 노하우다. 연두와 고춧가루, 물, 설탕, 들기름, 새우젓, 다진 마늘로 양념을 미리 만들어 두고, 대파, 청양고추, 양파 등의 향신채 썰어 미리 볶다가 양념 자작하게 부어 와글와글 불 한 번 올린 후 먹기 좋게 자른 두부들을 올리고 센 불에 가볍게 조리듯 볶아주면 <두부 두루치기> 완성!
양념의 반을 먼저 넣고 조리듯 볶다가 중간쯤 나머지 양념을 다 넣어주는 방법을 쓰면 두부에 간이 더 쏙, 빠르게 스며든다. 아주 빨갛게 물오른 두부. 바닥에서 국물을 푹 퍼다가 두부 위에 끼얹고는 숟가락으로 척, 한 입에 넣으면 맵다. 그런데 맛있다. 고된 하루 지나가는 시간에 반찬 요리로 시작했다가 끝내 소주 사러 집 앞 슈퍼엘 다녀오게 되는 대전식 두부 두루치기. 상세 레시피는 하단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반찬했다가 안주된다, '두부 두루치기' 재료
주재료
두부 1모 (300g)
부재료
양파 1/4개 (60g)
대파 1대 (100g)
청양고추 1개 (10g)
포도씨유 1스푼 (10g)
양념
요리에센스 연두진 2스푼 (20g)
고춧가루 1스푼 (10g)
물 1컵 (200g)
설탕 1스푼 (10g)
들기름 2스푼 (20g)
새우젓 2스푼 (20g)
다진 마늘 1스푼 (10g)
✅반찬했다가 안주된다, '두부 두루치기' 만들기
1. 양파는 얇게 채 썰고, 대파, 청양고추는 잘게 송송 썰어요.
2. 두부 1모를 반으로 갈라 1cm 두께로 썰어요.
3. 양념 재료들을 볼(그릇)에 넣고 잘 섞어요.
4.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1)을 넣고 센 불에서 1분 정도 볶아요.
5. 볶아진 채소 위에 양념을 붓고 두부를 올린 다음 센 불에서 팬을 가볍게 돌려가며 약 3분간 조리듯이 볶으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