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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미네부엌 Dec 22. 2023

겨울 초록이, 시금치로 맛 내는 크림 떡볶이

추위 물리친 초록이! 대견한데 맛도 좋아요!

겨울이 제철인 특이한 풀. 대부분의 풀들은 겨우내 혹독한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데 비해, 얼고 녹고를 반복하며 잎의 맛을 키워간다는 '시금치'는 노지에서, 심지어 해풍을 맞으며 맛이 절정에 오른다. 찬바람 불면 풀 죽는 대신 더 맛있어지는 초록이가 눈을 사로잡는다. 달큰한 맛이 정점을 찍는 데다 다른 푸른나물들일랑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계절에 녹색이 창연하니 마음까지 사로잡혔다고 해야 옳겠다.


뽀빠이가 먹으면 순간 힘이 세져 위험에 처한 올리브를 구해내더라. 그 인과관계 명확한 만화가 머릿속에 들어있어서 그런지, 겨울이 오면 시금치를 부지런히 사다가 가족에게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커진다. 속에 든 영양 성분을 맹신하기에 또 그렇다. 뽀빠이가 레알 뽀빠이가 되듯이 열심히 먹다 보면 우리 가족 모두가 뽀빠이가 될 수 있겠다는 믿음. 실제로 수분이나 미네랄, 비타민, 엽산 등 함유량이 많아, 먹었을 때 손해 볼 일은 없다고 한다.


녹황색 채소 중 제일가는 시금치는 된장국이나 나물로 많이 먹는데, 김밥이나 비빔밥, 잡채 등 탄수화물과도 곧잘 어우러진다. 딱히 계절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식탁에 오르는 건, 보통 동양에서 기르는 시금치는 겨울 제철이 많지만, 서양종은 여름이 제철이기 때문(그래서 서양식에도 여기저기 시금치가 올라오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시금치 파스타, 시금치 피자 등등 말이다). 물론, 한식이든 양식이든 상관없이 입맛에 맞는 방법으로 먹으면 그만이다.



섬유질로 제 몸을 구성하고 수분을 채우는 방식으로 모양을 유지하는 시금치는 데치거나 볶아 열을 가하면 부피가 확 줄어든다. 분명 한 움큼씩 냄비에 넣었는데 금세 훌렁훌렁해진 모습을 보면 그 많던 시금치가 증발되어 날아갔나? 할 정도다. 숨 죽어야 맛있지만, 쨍한 이파리를 보고 있노라면 숨 죽이지 않고 생으로 먹어도 맛있지 않을까 싶다(베이비 시금치, 섬초 등은 샐러드로 만들어 먹어도 생각보다 연하고 맛있다. 다만, 시금치 성분 중 옥살산을 줄이려면 데쳐먹는 것이 최고라고!).


한국에서는 짙은 녹색에 잎이 비교적 길쭉하고 특유의 풀 향이 강한 경기 시금치, 해풍의 영향으로 뿌리가 길고 잎이 옆으로 퍼져 자라는 포항에서 나는 포항초, 갯벌에서 자라 잎이 두껍고 바닥에 붙어 자라는 섬초 등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여름에 비해 잎이 연하고 단맛이 느껴지기에 '겨울 시금치'가 더 맛있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 시금치, 남녀노소 누구나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조합을 찾으라면 단연 크림이다. 아작하고 달큰하게 국으로 삶아 먹어도 좋지만, 이 '크림'이 들어가면 달달한 맛에 녹진한 크림이 붙어 맛조화가 끝내준다. 요리의 묘미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는지. 내가 좋아하는 식재료들로 더 없는 꿀 조합을 이뤘는데, 맛까지 좋으면 왠지 마음이 다 뿌듯하다.


크림과 시금치를 두루 조합하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만 한 것이 또 없는데, 이쯤 되면 '시금치 크림 떡볶이'를 싫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싶다. 혹 시금치의 풀 맛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요 떡볶이 하나면 마음을 고쳐먹게 할 수 있을 듯. 그만큼 자신 있는 시금치 레시피 중 하나다.


떡은 불려두고 시금치는 뿌리를 떼고 자른다. 베이컨, 양파, 양송이버섯 등을 편으로 썰어 팬에 볶다가 우유와 생크림, 후추, 요리에센스 연두, 불린 떡을 넣고, 마지막에 시금치를 넣고 숨이 죽을 때까지 조리하면 끝. 부드럽지만 눅눅하지 않은 시금치 크림 떡볶이 완성이다. 좋아하는 거 더하기 좋아하는 거 더하기 좋아하는 거! 시금치 크림 떡볶이 상세 레시피는 하단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겨울에 보는 초록이 '시금치' 크림 떡볶이 재료

주재료

시금치 반 줌(50g)

떡볶이떡 2컵(250g)


부재료

베이컨 2장(10g)

양파 1/4개(50g)

양송이버섯 2개(20g)

다진 마늘 0.5스푼(5g)


양념

요리에센스 연두순 1스푼(10g)

우유 1컵(100g)

생크림 1컵(100g)

포도씨유 1스푼(10g)

후추 약간


✅겨울에 보는 초록이 '시금치' 크림 떡볶이 만들기

1. 떡은 미지근한 물에 불려서 준비한다.

2. 시금치는 뿌리를 제거한 후 3~4등분으로 잘라 준비한다.

3. 베이컨, 양파와 양송이버섯은 0.5cm 두께로 편 썰어 준비한다.

4. 달궈진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 양파, 베이컨, 양송이를 넣고 노릇하게 볶는다.

5. 볶은 재료에 우유, 생크림, 후추, 연두순을 넣고 불린 떡을 넣어 익힌다.

6. 마지막에 시금치를 넣고 숨이 살짝 죽어 부드러워지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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