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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미네부엌 Apr 05. 2024

급할 때마다 꺼내먹는 '두부밥'

전기밥솥에 남아있는 밥을 눈대중으로 살피다가 대충 식구수에 못 미친다는 걸 깨달으면 새 밥을 얹는 대신 두부를 꺼낸다. 상시템으로 1+1, 장 볼 때마다 2모씩 두부를 쟁이는 우리 집에서, 남은 밥을 볶았다 하면 뚝딱 나오는 것이 바로 두부밥. 얼렁뚱땅 만들어도 맛 보장. 두부와 계란, 밥만 있으면 대충 한 끼 부드럽게 넘길 수 있는, 엄마도, 아빠도, 아이도, 모두 좋아하는 것이 두부밥이다.


때 마침 봄의 시작이라. 날 좋은 날들의 포문을 여는 벚꽃이 만개한다는 주말을 앞두고, 나들이용으로 사둔 짤막한 치마를 생각하며 두부밥을 선택한 나를 자화자찬했다. 역시 다이어트에는 두부지! 그래도 탄수화물 쬐끔은 먹어줘야 하니까 밥도 좀 넣고. 그래도 밥보다 두부를 더 많이 넣고 볶으면, 이것 또한 다이어트가 맞겠지! 위로도 하면서.



물에 불린 콩을 갈고 그 콩물을 끓인 다음 간수를 붓고 응고시켜 만드는 두부. 생으로 먹어도 고소하지만 특유의 콩향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끓이고, 지지고, 구워주면 향이 휘발되어 더 좋다. 모두부를 숨덩숨덩 잘라 두부김치도 만들고, 오징어랑 같이 두루치기도 해먹고, 빨갛고 하얀 각종 찌개에 얹어 양념 듬뿍 스며든 그 흰 것을 먹으면 언제나 입 안에 살포시 퍼지는 감칠맛에 기분마저 흐뭇해진다.


모두부, 순두부, 연두부, 포두부, 두부스낵 등 천차만별로 나눠진 형태와 식감 안에 식물성 단백질을 꾹꾹 담은 콩 가공품. 콩의 기운을 효율적으로 먹는데는 두부 만한 것이 또 없다. 소화가 잘 되는 데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단백질까지 풍부해 포만감도 좋다. 서민들에게 든든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두부는 사찰에서도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고기의 대용품이었다고. 지금은 비건식에서 버섯과 함께 단백질을 담당하고 있는 비건식계의 아이돌이다.


대두, 녹두, 강낭콩, 검은콩을 써서 만들기도. 황산칼슘이나 염화마그네슘 등의 응고제를 쓰기도. 바닷물을 간수로 넣기도. 두부를 꽉 눌러 물기를 더 빼낸 것이 부침용, 덜 눌러 물기를 좀 남겨둔 부드러운 것이 찌개용이다. 시판 제품을 살 때 부침용, 찌개용, 나눠둔 것을 고르지만 큰 차이는 없으니 나에게 더 맞는 식감을 찾는 것이 중하다.


예전에는 시장에 가면 직접 만든 수제 두부를 파는 아주매들이 참 많았다. 두부 한 모, 두 모, 달라고 얘기하면 판두부를 식칼로 슥슥 잘라 비닐봉지에 툭탁 넣어주던 기억. 이런 재래 두부를 사다 넣은 찌개 속 두부의 맛은 지금도 잊히지가 않는다. 향도 맛도 더 진한 기억 속 두부.



바르게 잘라 모양을 내어 쓰는 대신 칼등으로 으깬 다음 제 멋대로 튀어나간 두부를 칼로 모아 다시 한번 다진다. 두부를 볶아 쓰려면 물기를 빼주는 것이 좋기 때문. 볶기 전에 한 번, 볶으면서 한 번, 두부 속의 수분을 날려주면 볶음밥 만드는 시간도 줄고, 질척질척한 식감도 나지 않는다.


예열 팬에 으깬 두부를 넣고 오락가락 볶은 다음(질척이는 진밥을 좋아한다면 수분을 덜 날려도 좋다), 골고루 섞은 계란과 밥, 두부와 찰떡궁합인 요리에센스 연두를 넣고 골고루 한번 더 볶으면 끝. 조리용 스푼 양손에 들고 양손신공으로 뒤적뒤적 프라이팬을 휘적여주면 5분 만에 오늘의 식사가 완성된다.


만드는 과정으로 보면 '두부볶음밥'이 더 정확하겠으나 입에 넣으면 촉촉하고 담백하고 고소해, '두부밥'이 맞는 것 같다. 기름 둘러 고슬고슬해진 볶음밥보다 훨씬 더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느낌. 완성한 두부밥으로는 유부 속에 쏙 넣어 단백질이 폭발하는 유부초밥까지 금세 완성할 수 있다. 휘뚜루막뚜루 요리해도 근사한 맛을 내는 두부밥. 두부밥 레시피는 급할 때마다 꺼내 쓰면 된다. 생각보다 더 맛있는 두부밥 만들기 상세 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급할 때마다 꺼내먹는 '두부밥' 재료

주재료

두부 1/2모(100g)

계란 2개(120g)

밥 2스푼(30g)


부재료

쪽파 1줄기(5g)


양념

요리에센스 연두순 2스푼(20g)


✅급할 때마다 꺼내먹는 '두부밥' 만들기

1. 두부는 칼등으로 으깨고 쪽파는 송송 썰어 준비한다.

2. 오목한 그릇에 계란을 깨서 흰자, 노른자를 골고루 섞어 준비한다.

3. 뜨겁게 예열한 팬에 으깬 두부를 넣고 두부의 수분이 날아갈 때까지 볶은 다음, 2)를 넣고 밥, 연두순을 넣어 골고루 볶아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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