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대 키링의 시대다. 스마트폰보다 더 큰 털뭉치들과 반짝반짝 빛나는 비즈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어떻게 보면 키를 쓰지 않는 시대지만 키링만이 살아남은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나중에 스마트폰이 사라지는 시대가 와도 폰케이스는 남아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나는 평소에도 귀여운 것들, 작지만 디테일이 담긴 소품들, 레고, 오토마타 등을 워낙 좋아한다. 오브제의 성격이 강하지만 상업적으로 판매도 가능하고 형태의 자유도도 높아 프로젝트로 하기도 좋다. 올해 일하고 있는 나무반지공방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열 계획이었기 때문에 디자인과정에서 이것 또한 고려할 포인트였다.
1. 귀엽게 만들기.
키링은 무조건 귀여워야 한다. 주 고객층이 1020 여성이기도 하고 귀여운 것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게 매력 포인트.
2. 원데이로 만들 수 있기.
2명이서 1시간 안에 만들 수 있어야 하고, 완성품당일 수령.
3. 손맛이 강한. 디테일이 있게 만들기.
실제로 인터넷에서 판매를 할 때 수공예적 면모를 되게 강조한다. 간단한 작업이라도 손을 거치면 '100% 핸드메이드"이렇게 마케팅을 하는 것 같다.말로 하지 않아도 봤을 때 다양한 디테일들이 느껴졌으면 했다.
제일 초기 제작 모델. 황동파이프를 목재에 넣어 포인트를 주었다.
길에서 남성 분들이 자주 착용하는 스타일의 실버 스틱 목걸이에서 다양한 음각들을 추가했다. 원데이클래스의 주 고객층은 커플 손님들이다. 남자분들도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필요해서 고안한 디자인이다.
커피콩, 물방울, ABC초콜릿
이런 식으로 손 가는 대로 만들어보면서 형태를 다듬었다. 구글링을 해봤을 때 대부분의 목재키링이 단면에서 그친 게 아쉬웠다. 최대한 입체감을 주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모서리 쪽을 많이 각을 치면서 발전시켰다.
핸드피스를 이용한 작은 디테일들
목재가 갖고 있는 느낌 때문에 화려하기는 어렵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컬러 레진 같은 재료들을 써서 화려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가져가는 게 내게는 더 중요했다. 묵묵한 느낌.슴슴하지만 감칠맛이 있는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