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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다은 Aug 25. 2023

에세이를 싫어하던 이가 브런치 작가가 되기까지

현요아 작가님의 글쓰기 강의가 낳은 브런치 작가

나는 에세이와 수필을 읽지 않았다.


'지루하다'는 게 이유였고.


 그런 내가 에세이를 접하게 된 건 학교 창체 시간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사실 그 조차도 웹소설 쓰기를 배우는 줄 알고 신청했다. 에세이를 먼저 배운다는 사실을 알고 약간 실망했다. 책을 굉장히 좋아해서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혀에 가시가 돋는' 사람이었는데도 수필은 제대로 읽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소설과 시집, 심지어는 희곡까지도 읽어보았는데 수필은 단 한 번도 집어보지 않았다. 100% 허구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는 편식쟁이였다. 그래도 수업을 통해 에세이에 흥미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수업을 들었다.


 첫 수업은 나의 마음을 여는 데에 성공했다. 일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라 한 걸음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글. 현요아 작가님의 수업에서 배운 에세이는 그런 산문이었다. 독자와 작가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해봤는데.'라며 공감해 줄 수 있게 하는 시공간의 창문.


이제 에세이가 무엇인지 알았으니, 쓸 차례가 되었다.


첫 과제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이었다.


 자유 주제? 쓸 만한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좋아하는 책에 대해 써볼까. 아니야, 그건 서평이잖아. 자연에 대해 써볼까. 며칠 전에 등교하다가 예쁜 꽃을 봤는데, 어찌나 아기자기했는지. 꽃잎이 하도 작아서 허리를 굽히거나 쭈그려 앉아서 눈을 부릅뜨고 숨은 그림 찾기를 하지 않으면 나타나지 않았지. 그 꽃의 이름은 뭘까. 그런 작은 꽃의 이름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그래서 나는 그 꽃을 비롯한 들꽃, 들풀을 사랑해 달라는 글을 썼다!


 과제를 제출하기 직전, 과제 공지를 다시 한번 읽었다.


아.

 주제를 잘못 이해했다. '내가 "앞으로" 쓰고 싶은 글'을 써야 했는데, 그냥 '"아무거나 자유롭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썼다. 결국 과제를 두 개나 작성했다. 웃픈 상황이었다. 시간도 많고 새로운 글을 위한 첫 문장도 빨리 떠올라서 다행히 큰 문제없이 '제대로 된 과제'를 완성했다.


 두 번째, 세 번째 수업을 하며 에세이를 향한 열정은 점차 커져갔다. 에세이가 이렇게 좋은 글이라는 사실을 왜 이제야 알게 된 거야,라고 나 자신에게 말했다. 거의 소리쳤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도서관에서 소설 코너 말고 수필집 코너에도 갔을 텐데! 지금부터라도 에세이를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항상 시작하기 5분 전부터 교실에 앉아있었고, 수업 내용을 필기할 수첩도 함께였다. 놓친 내용은 나중에 집에 가서 유튜브로 재 시청했다. 현요아 작가님은 에세이를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에세이의 아름다움까지 알려주셨다. 누구든지, 에세이를 쓰고 싶은 사람이 아니어도 강의를 들으면 에세이에 목 끝까지 푹 빠져들 수밖에 없다. 과장해서 말하는 건가,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난 진실을 말하고 있다. 내가 그 예시 중 하나니까.


 그리고 대망의 네 번째 수업, 실시간 화상통화 수업에 들어가 작가님이 선별한강의 수강생들의 글을 함께 읽고 서평 하는 시간이 왔다. 네 번째 시간을 위한 과제는 편지의 형식으로 에세이를 쓰는 것. 과제를 한 날은 5월이었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5월이 얼마나 고운지를 알게 되었다. 옅푸른 나뭇잎과 그를 감싸안는 바람을 보며 미소 짓다가 글감이 떠오른 것이다. '5월'을 쓰자. 5월이 뽑아낸 수채화 그림을 묘사하자.


 노트북을 켤 때부터 내 가슴이 떨렸다.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때, 친구들과 마니또 게임을 할 때, 롤러코스터를 탈 때보다도 심장이 더 빨리 뛰었다. 사람 심장이 이렇게 빨리 뛸 수 있는 거였나, 거의 다람쥐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항상 학교 교실에서 유튜브로 올라온 지 며칠 된 과거의 영상만 봐 왔는데 네 번째 시간은 달랐다. 실시간으로 누군가의 글을 읽고 그에 대한 생각을 나눈다. 과연 내 글이 뽑혔을까. 작가님은 내 글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내 글이 뽑혀서 소개되고 칭찬을 받는다면 나는 정말 행복할 것 같았다! 제발, 제발 내 글이 현요아 작가님의 컴퓨터에, 내 노트북에, 이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화상통화 화면에 대문짝만 하게 걸리게 해 주세요.


 첫 번째 글이 공개되었다. 내 글이 아니었다. 하지만 낙심하기에는 너무 일렀고, 첫 번째 글의 문장들은 나를 매혹시켰기 때문에 슬픔은 크게 느끼지 않고 글을 감탄하며 읽었다. 놀랍게도, 첫 번째 글은 내 글과 주제가 비슷했다-그 글의 작가는 여름을 수신인으로 삼았다.


 두 번째 글로 넘어가기 전, 현요아 작가님께서 다음 글의 짤막한 예고를 주셨다. 문장력은 뛰어나지만, 주제 측면에서 약간 아쉬운 글. 나는 실망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내 문장력은 형편없었다! 당시 문장력과 묘사력을 기르기 위해서 <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와 <소설 쓰기의 모든 것. 2: 묘사와 배경> 같은 제목의 작법서를 읽고 있었다. 다음 글을 보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요아 작가님은 첫 두 문장을 읊었다.



5월.

너무 아름다운 달인 것 같아.



익숙한 도입부였다. 내 글이었으니까.


 그 순간 나는 하늘로, 우주로, 태양까지 날아갈 수 있었다. 태양조차도 내가 행복으로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눈이 부셔 눈을 찌푸렸을 것이다. 방 안에서 나는 육성으로 환호를 지르며 활짝 웃었다. 거의 춤을 추다시피 몸을 흔들었고, 그때 누군가 나를 봤더라 해도(다행히도 카메라는 꺼져있었다) 내 행복을 누를 수는 없었다. 당연히 고쳐야 할 점도 많았다. 명확하지 못한 주제와 수신인의 설정. 하지만 현요아 작가님과, 수업 수강생 중 한 명이 내 글이 아름답다고 해주었다. 마음속에서는 이미 우주를 몇 바퀴 돌았다. 입꼬리는 다시는 내려오지 않을 것처럼 무척 높이 올라갔다.


 네 번째 수업 이후 의욕은 불타올랐다. 그 수업은 연기만, 불꽃만 핀 나뭇가지 하나에 장작 몇 덩이와 기름을 뿌렸다. 글쓰기 수업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다음 시간에는 무엇에 대해 배우고, 어떤 글을 쓰게 될까. 4개월 전, 수필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에세이로 쓰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 책, 서점, 친구들, 학교, 공원, 나무, 풀...


 시간은 빨리 갔다. 5월, 6월이 팔랑팔랑 넘어가고 7월이 시작되었다. 그 사이에 나는 브런치 스토리 작가가 되었고(역시나 현요아 작가님 덕분이다), 에세이를 몇 개나 써내는, 꽤나 성실한 '작가 지망생'으로 변신했다.


  4차시와 비슷하게 진행된 마지막 수업에도 내 글이 소개되었다. 좋았던 점과 개선해야 할 점을 모두 종이에 휘갈겨 적었다. 눈과 귀를 크게 열고 모든 의견을 메모했고, 퇴고할 때, 새로운 글을 쓸 때 도움이 될만한 것들, 심지어는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한 피드백(부디 기분 나빠하지 않기를.)도 적어놓았다.

어느새 수첩을 반이나 써버렸다.




 8번에 걸친 강의는 간결하고 알차게 이루어졌다. 에세이가 무엇인가, 글감은 어떻게 찾는 것인가, 브런치 스토리에서 작가를 신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등등 여러 주제를 다루었고 그 어떤 하나도 뺄 수 없이 중요했다. 내 글쓰기 실력은 대단히 크게 향상되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식었던 '글쓰기 욕심'이 다시 활기를 찾았다. 이건 모두 수업을 계획해 주신 학교 선생님과 현요아 작가님 덕분이다. 그 두 분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직도 수필의 재미를 모르고 평생 소설과 시만 읽고 썼을 것이다.




앞으로도 에세이를 쓰며 내 삶을 돌아보고, 일상, 재밌는 일, 행복한 추억을 글로 사진 찍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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