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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스텔라 Oct 04. 2024

독일어 더빙 영화?

Jede Sprache hat ihren eigenen Charme.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이후, 나는 동물 영화에 '집착'할 정도로 푹 빠져버렸다.

사실 평소에는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이 아니지만, 영화를 고를 때는 거의 동물이 등장하는 영화만 선택한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본 Bailey – Ein Freund fürs Leben (원제: A Dog’s Purpose)는 정말 감명 깊었다.

인간과 동물 간의 깊은 교감, 그리고 강아지가 환생한다는 신선한 설정이 나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정말 많이 울었다. 이 영화는 2018년에 나왔지만, 나는 영화나 드라마를 잘 보지 않아서 항상 감상이 늦다. 그래서 이번에도 또 뒷북을 치고 말았다.

https://www.mami.ch/

독일 영화관에서는 대부분 독일어로 더빙된 영화를 상영한다.

처음에는 더빙된 영화를 보는 것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독일에서 처음 영화를 보는 한국인 친구가 “이건 말도 안 돼! 제임스 본드가 왜 독일말을 써? 이건 정말 이상해!!"라고 하기도 했으니..


하지만 이유는 명확하고 간단하다.

한국어 자막과 달리, 독일어 자막은 문장이 길고 빠르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

한국어로는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이 독일어로는 두, 세 문장으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다. (한글의 위대함!)

또한 한국어는 대체로 문장의 앞부분만 읽어도 의미가 전달되는 경우가 많지만, 독일어는 앞뒤 문장을 모두 읽어야 문맥이 제대로 파악된다.

물론, 내가 독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독일어 문장 구조의 특성상 이러한 점이 두드러진다.


가끔 가다 원어와 독일어 자막으로 영화를 상영해 주는 날도 있다.

한 번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독일 영화관에서 원어로 상영된 적이 있다.

영화에 관심이 없던 나지만, '이건 꼭 봐야 해!' 하며 뿌듯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러 갔다.


탕웨이가 중국어로 대사를 할 때면 독일어 자막이 화면 아래에 떴는데, 그 자막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서 끝까지 읽기조차 어려웠다. 그때 옆에 앉아있던 독일인 친구에게 "방금 탕웨이가 뭐라고 했어?"라고 물었더니, "나도 다 못 읽었어..."라고 했다. 허허 독일인도 다 못읽는 독일어라니.. 허허허허


또 한 번은 친구와 영화를 고르던 중 "원어로 볼까?"라고 하니, "아니, 자막 읽기 힘들어"라고 한 적도 있다. 하하하 독일인도 읽기 힘든 자막이라니. 새삼 또 한글의 위대함을 깨닫는다.


이러한 경험들이 있고 나서 나는 자연스럽게 독일어 더빙으로 영화를 봤고, 이제는 익숙하다.

독일어 더빙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독일어만의 특유의 문장 센스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별거 아닌 대사조차도 독일어로 표현되면 훨씬 더 재밌게 들릴 때가 있는데, '영어로는 뭐라고 했을까?' 궁금해서 다시 원어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 내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유머 코드가 이상한 걸까?


아무튼, 독일어 문법과 어휘에 맞춰 다시 탄생한 대사는 나에게 원어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영어보다 더 재밌다. 이렇게 독일어로만 생활하다 보니, 내 영어 실력이 엉망이 되어버렸나 보다.


하지만 배우들보다 성우들의 수가 적다 보니, 많은 더빙 영화에서 목소리가 비슷하게 들리는 건 사실이고, 입모양과 독일어가 당연히 정확히 맞지는 않으니, 몰입이 깨질 때도 있다.


영화에 무지한 나는 이제야 원어의 중요성을 차츰 깨닫는다. 난 뭐든 참 느리다.. 하하

원어로 봐야 정말 그 배우의 감정선을 제대로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분명하니, 불편하더라도 원어로 영화를 보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Jede Sprache hat ihren eigenen Charme.
모든 언어는 각자의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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