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핑거래빗 Apr 11. 2024

스푼이 사라졌다

"분명히 여기다 뒀는데...어디 간거냐? 휴..."


깜빡깜빡_

내 머리 속에 깜빡이라도 들어있는 건지 요즘들어 더 자주 잊어버린다. 내 머릿속 전부를 누가 차지한 걸까.


전 세계의 예쁜 스푼이란 스푼은 다 수집하는게

내 목표인데, 지난번 여행때 사온 스푼이 없는거다.


"에잇~~~일단 나가자."


나는 폴란드로 떠난다. 푼을 찾으러_


내가 스푼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어렸을때 엄마가 만들어주던 크림스프 때문이다.

 

엄마는 내가 기분이 울적할때면 따뜻한 스프를 만들어 주었다. 그러면 정말 요정할머니가 마술을 부리듯 기분이 금새 좋아지곤 했다.


나는 엄마가 만들어준 크림스프도 맛있었지만 다른 수저보다 좀 더 오목한 스푼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스무살이 되던 해,

부모님께 공식선언을 했다.


"엄마, 아빠...저 대학 안갈래요...그리고 돈 벌거예요~

무슨 일을 해서든...할 수 있는 한 여행을 다니고 싶어요.

발길 닿는 대로 어디든... 그리고 세계의 모든 스푼을

다 수집하고 싶어요."


그랬다. 내꿈은 세계의 모든 스푼을 모으는 것.


나에겐 무지 거창한 꿈이다.


부모님은 아연실색했다. 전교 일등을 놓치지 않던

무남독녀 외동딸이 갑자기 이런 선언을 하다니...


부모님은 모두 의사선생님이다. 그런데 돈에는 큰 욕심이 없는 의사선생님들.


단지 유산은 많다. 그래서인지 큰 욕심들이 없으시고

봉사니 기부니 바쁘시다.


그래도 하나,

자식욕심은 있으셨는데, 딸도 같은 길을 걸었으면 했던 거다. 그런데 난데없이 방랑하는 삶이라니...


두분은 몇날 며칠동안 소근소근하면서 내 눈치만 살피셨다.


그래도 결국은_


"그래...지유야...아빠랑 엄마는 널 믿어.

그대신 모든걸 네 힘으로 하는 거야."


아마도 그러면 제풀에 꺽일 거라고 생각했을까?

그럴 내가 아니지.


그날 이후로 나는 닥치는대로 일했다. 아르바이트가 들어오면 비는 시간 없이 온종일 일했고 짬이 해안가를 돌며 조깅도 했다.


체력이 있어야 세계일주 꿈을 이룰 수 있으니까.



나의 첫 여행지는 영국, 

영국하면 차문화고 고급스런  티스푼에 끌렸다.


출국 전날 엄마는 짐을 싸주면서도 잔소리를 계속 늘어놓았다.


"여자 혼자서 자유여행을...겁도 없어...얘가...항상 조심해야 돼~ 차조심, 사람조심 그리고 매일 전화해!"


"내가 야? 걱정하지마~엄마~내 인상 좀 봐~!

아무도 못 건들걸~푸하핫"


그러고 나서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에휴~이 철딱서니를 어쩌면 좋아~낼 엄마가 공항까지 데려다 줄게~~~"


"아냐~엄마~엄마 또 질질짤게 뻔해. 그냥 나 혼자서 가볍게 갈 거야~~"


엄마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는 나를 꼬옥 끌어 안아 주었다.


에휴_


니트 입은 엄마 품이 너무포근해서 나도 순간 마음이 흔들렸지만 다시 굳게 마음을 먹었다.




16시간의 비행후에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밖으로 나가니 평소에 맡아보지 못했던 낯선 향기들이 났다.


"역시 외국은 외국이네~ 풋"


친구들은 나를 금수저라 표현했지만 실상은 다르다.


늘 바쁜 엄마 아빠 덕에 해외여행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매정하기도 하지. 정말 한푼도 쥐어주지 않고

딸내미를 해외로 보낸 것이다. 혹시 낯선 봉투라도 있을지

캐리어 주머니를 뒤져 보았으나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 내가 뭘 바라냐~"



숙소에 도착하 현지시각으로 새벽 1시가 지나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먹고 자고 했는데도 허기가 져서

준비해온 컵라면 한사발을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그러고 가서 대충 씻고 침대로 바로 직행했다.



"어제 내가 창문을 열어 두었던가?"


코끝을 간지리는 바람에 잠에서 스르르 깼다.


"자유여행이 이래서 좋은 건가?"


느긋하게 일어나서 창을 좀더 활짝 열었다.


가운을 입은 채로 부스스한 머리칼 그대로 테라스로 나갔다.


'역시 테라스지~'


이 숙소를 고집한 이유는 테라스와 정원이 너무 예뻐서이다.


역시나 정원이 너무 예뻤다. 그리고 날씨가 좋아서

애머랄드빛 호수같은 파란하늘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아무 생각없이 앉아있는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조식당에 가보니 간단한 토스트와 베이컨 스크램블 에그

그리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밀꾸(우유)와 샐러드,

과일주스가 있었다.


과일주스는 매일 바뀐다고 했는데,

오늘은 파인애플 주스_와우


나는 왠지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져서 식빵에 모든 재료들을

다 올린 후에 마지막으로 소스를 듬뿍 뿌리고 밀꾸랑 먹었다.


그러다 문득 엄마가 해주던 따뜻한 크림스프가 생각나서 눈물이 찔끔 났다.


그때 조식당에 내려온 어떤 아주머니가 가만히 등을 토닥토닥 해주셨다. 그 온기가 너무 따스했다.


"그래! 힘을 내야지~! 얍~!!!"


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짐을 싸고 길을 나섰다.


숙소 근처에 작은 엔티크숍들이 즐비해 있어서 일단 한번씩 다 쓱 둘러봤다.


그중 가장 끌리는 골동품 숍에 들어갔다.


주인장은 80세도 넘었을 것 같은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돋보기 안경 같은 걸 썼고, 니트에 알록달록한 꽃무늬가 수놓아진 치마를 입고 계셨다.


니트에 두른 스카프도 너무 예뻤다. 양쪽으로 만두머리처럼

묶은 머리가 80세가 넘은 연세에도 소녀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게를 이곳 저곳 돌아보면서 살펴보고 있는데, 할머니가 영어로 뭔가를 말씀하셨다.


"(번역)차 한잔 할라우? 여기 쿠키도 있다우~"


배가 불렀지만 할머니의 따뜻한 관심을 거절할 수가

없어서 그러겠노라고 했다.


가게 뒷문으로 나가니 신기하게도 비밀의 정원같은

곳이 나왔다.


그곳에 테라스가 있고 원목으로 된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그리고 정원에는 오색찬란한 꽃들이 마치 카펫처럼 펼쳐져 있었다.


꽃밭에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한가로운 오후_

오래된 골동품 상점

테라스에 앉아있는 기분이란!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후아


정원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있는데, 할머니가 은쟁반을

들고 오시는게 보였다.


잽싸게 뛰어가서 할머니의 은쟁반을 들어드리려 하는데,

갑자기 돌에 걸려 꽈당하고 말았다.

꽃밭에 누워서 하늘을 보는 자세가 되고 나니 할머니가

갑자기 폭소를 터트리셨다.


"(번역)아가씨~괜찮겠수? 내 손을 잡아요~"


사실 창피함이 더 컸다. 얼굴이 뜨거워 졌지만 아닌척 바지를 툭 털며 일어났다.


쟁반 위에는 꽃무늬 찻잔에 홍차가 담겨져 있었다.

할머니는 그 꽃이 작약이라고 나에게 일러주었다.


예쁜 찻잔에 담긴 홍차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쿠키를 먹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피쿠키였는데, 할머니가 직접 만드셨다고 한다. 어쩜 할머니는 이런 놀라운 재주를

가지셨을까.


나는 연신 감탄하며 차와 쿠키를 먹었다.


할머니는 내가 손녀같다며 예뻐하셨고 내가 스푼을 좋아하게 된 계기와 이곳에 오게 된 이유를 말씀드리자

골동품 상점에 있는 다락을 보여주겠다고 하셨다.


다락에는 갖가지 물건들과 책들로 둘러쌓여 있었고,

중앙에 러가 깔려 있었다.


아마도 누군가는 이곳에서 책을 읽는 공간인듯 싶었다.


"(번역)여기 있구먼~ 이건 내가 정말 아껴두던 건데...

이제야 임자를 만났구먼~"


보자기를 풀자 진녹색 상자뚜껑이 보였다. 상자 뚜껑을 여니

궁에서나 썼을 법한 스푼이 들어있었다. 스푼 손잡이에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이 한껏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창가로 다가가 더 자세히 스푼을 들여다봤다. 햇빛에 반사되서 스푼의 여인들이 춤을 추었다. 왈츠 선율에 맞춰서...


나는 할머니를 있는 힘껏 안아드렸다.


"할머니~감사합니다. 제가 원하던 거예요~"


"그 스푼에는 행운이 깃들어 있다우~~~그걸 꼭

다른 사람들과 나눠야해~~~"


할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나오는데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됐다. 할머니는 내가 길모퉁이를 돌기 전까지 계속 손을 흔드셨다.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긴 울림이 있었다. 할머니의 따뜻한 품을 잊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영원히...언젠가 다시 오게 되면 그때도 할머니가 "차 한잔 마실라우~?" 라고 해주었으면 하고


길을 계속 걷다보니 사람들이 노천카페에 앉아 한가롭게 오후의 나른함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가슴 속 깊히 숨겨져 있던 마음의 시계마져 멈추게 만들만큼 사람들에게서는 먼지 한톨 만큼의 조급함도 보이지 않았다. 여행을 위해 바쁘게 달려왔던 일상의 고단함이 전부 다 흩어져 버렸다.


'그래~하나도 남김없이 다 누리자.'


할머니가 주신 차와 커피를 마셨는데도 요크셔푸딩 사진이 떡하니 붙어있는 카페 앞에서 발걸음이 자동으로 멈췄다.


'후회하지 말고 지금 하고 싶은 걸 하자.'


이게 내 삶의 모토이다.


당장 카페로 들어가 요크셔 푸딩과 우유 한잔을 시켰다. 역시나 디저트는 먹어도 먹어도 맛있다. 바삭하고 부드러운 식감이라 우유와도 잘 어울렸다. 늦가을 초저녁의 선선한 기운이 바람과 함께 카페 안으로 스며들었다. 카페 조명이 켜지고 창문이 닫히고 블라인드가 내려지자 카페 안이 더욱더 아늑하게 느껴졌다. 추위를 잘타서 옆에 놓여있던 담요를 덮고서 앉아있는데 여러 사람들이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면서 오후의 시간을 마음껏 즐겼다. 누구도 어떤 소리도 오후의 낭만을 깰 수는 없었다.


그때였다. 둔탁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걸음소리가 커지더니 우당탕탕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곳을 돌아보니 갈색 머리칼에 푸른 눈을 한 어떤 남자가 계산대 앞에서 책이 떨어져 줍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뒤에선 사람들이 기다리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도 꽤나 침착하게 절대 동요하지 않은채 묵묵히 책을 모으고 있었다. 천성이 그런 사람일까. 저렇게 느긋한 사람을 보는게 신기했다. 얼굴은 푸른 바다처럼 미소가 번졌다. 그 얼굴이 너무 맑아 보여서 밑바닥이 다 보일 것만 같았다.


체크무늬 난방에 청바지 그리고 큰키. 딱 봐도 영국미남처럼 생겼기에 정지된 것처럼 시선이 머물었다. 그러다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칠 뻔 했는데 '아. 내가 뭘 하고 있는 거람.'하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빨리 피했다.


담요를 두르고 잠시 눈을 감고 있다 떴는데, 이게 왠일?!


그 남자가 내 맞은편에 앉아있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그 남자의 파란 눈을 응시했다. 어쩌면 저렇게 파랄 수 있을까. 바다 깊은 곳의 심연을 들여다 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깊이 더 깊숙히 빠져들었다. 파란 눈의 남자도 내 눈을 말없이 응시했다.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화장실이 급해져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화장실 안이 조명으로 어두운데도 얼굴이 새빨게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으악~왜 나대냐? 심장~ 너~ 가만히 못있어?"


귀에 심장소리가 웅웅대면서 점차 소리가 온몸의 신경을 지배했다. 쉼호흡을 하고서 세수를 하고 열을 식혔다. 다시 자리로 돌아가니 파란 눈의 남자는 책을 읽고 있었다.


"(번역)난 존이에요~당신은요?"

"지유...한지유..."

"밖에 나갈래요?"


'이건 뭐지?'


영국에 와서 파란 눈의 낯선 남자와 둘이서?


어느새 우리는 공원을 걷고 있었다. 그리니치 공원_나뭇잎이 각자의 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우리더러 오라고 손짓하듯 곱게 물들었다.


"(번역)여기가 좋겠어요."


그러더니 커다란 가방 속에서 커다란 담요한장을 꺼냈다.


"(번역)여기 누워봐요."


'엣? 뭐지? 이 남자 뭐야? 설마...이상한 사람은 아니겠지? 윽...'


"(번역)지금 머리 속으로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다 알아요~ 아는데...그런 거랑

딱 반대니까...믿고 누워봐요~"


누웠다. 그리고 하늘을 봤다. 마침 하늘이 어두워지고 별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별이 하나씩 톡톡 그리고 수도없이 톡톡_그렇게 가을밤은 깊어만 갔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별을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이렇게 누군가에 의해 내 마음이 벅찼던 적이 있었나. 떨림이 있었나. 기억을 헤아려 보아도 잘 떠오르지가 않았다.


"(번역)누군가 내 눈을 그렇게 오래 본 적이 없었어요. 그렇게 가만히 그렇게 오래..."


"앗...그게..."


갑자기 또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후훗


"내일은 어디 갈 거예요? 어디 갈 거면 같이 가요."


'참 뜬금없네...'


마음속의 의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파란 눈을 보고 있으면 모든 사고가 정지되고 느린 화면처럼 모든게 천천히 지나갔다. 누군가를 경계하는거 잠시 내려놔 볼까.


내가 누군가를 경계하기 시작한건 정말 좋아했던 누군가의 다른 이면을 봤을 때 부터다.


지안이 오빠_유지안...


그 이름 석자를 지금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에 통증이 느껴진다. 내가 처음으로 좋아했고, 되고 싶었고 믿었던 사람. 나의 첫사랑. 나는 아이들이 8차원이라고 할 정도로 별종이었다. 내 생각이 내 말투가 다 그랬다. 어떤 아이들은 나를 추종했고, 어떤 아이들은 이방인 취급을 했다. 그 이방인 취급을 하던 어떤 아이한테 헛소문을 퍼트린 것도 유지안...그때부터 난 의심부터했다. 누군가 내게 다가와도 쉽게 곁을 주지 못했다.


그런데 이 사람 앞에서는 무장해제가 된다. 파란 눈을 한 영국남자.



골동품 상점 앞_파란 눈의 남자가 정장을 입고, 한쪽 손을 바지 춤에 넣은 채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커억_순간


숨이 막혔다. 흑.


아래 쪽을 훓어봤다. 내 모양새가 너무 추레한가?...저 남자 뭐야...왜이렇게 내가 초라해질까...


'한지유...네가 뭐 어때서?'


어깨 펴고 당당하게 그 남자를 응시하면서 걸어갔다. 자신감 뿜뿜이다. 훕. 그리고 역시나 파란 눈에 압도당했다. 그 남자의 눈을 보는 순간 그 남자의 파란 눈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원래...그렇게...잘 생겼어요?"


내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정말... 이눔의 입... 헉


"내가요? 난 잘 모르겠는데? 그냥 평범한 영국 남잔데...내 친구 데니얼을 만나면 기절하겠네요~훕"


얼굴이 또 달아올랐다. 갑자기 파란 눈의 남자가 내 머리칼에 손을 올리더니 그 커다란 손으로 내 머리칼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지금...그..."


"솔직히 말할게요...난 거짓말 못해요...지유...난 당신을 더 알고 싶은데...이런 감정 처음이라고 하면 너무 뻔할 것 같지만 지금껏 매일 글만 썼어요. 다른 생명체에는 관심도 없었고...그냥 혼자여도 충분했으니까...그런데 지유...당신을 본 순간...알았어요...그래서 나도 알고 싶어요...내가 왜 당신한테 움직였는지...왜 계속 당신 얼굴이 당신 눈이 생각나는지..."


"존...난 사실 이 모든게 두려워요...솔직히 말하면 당신을 믿어도 될지...또 내가 상처받게 되는건 아닐지..."


존은 가만히 내 눈을 바라봤다. 태양이 온 우주를 비추듯 그렇게 뜨겁게 그렇지만 최대한 부드럽고 따뜻하게 조용히 내 안의 구석구석까지 비추고 있었다. 존은 오래된 골동품 상점을 안다며 나를 이끌었다. 그 곳 주인장과도 아는 사이인듯 했다.


"왔구만~ 존...오랜만일세...그런데 이 아가씬 누구지? 자네가 아가씨를 데려온 건 처음이지 않나? 참 예쁜 아가씨일세...이리 와요...여기 좀 앉아봐요~"


"네..."


"아가씨...어떤 사연을 들고 왔는지 말해봐요..."


나는 내가 스푼을 왜 좋아하게 됐는지 이곳에 왜 왔는지 골동품 상점의 할아버지께 말씀드렸다. 할아버지는 마침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스푼이 있다며 선반을 뒤적이시더니 꺼내오셨다.


"이리 와봐요...이거예요...이건 100년도 더 됐지...이제 주인을 찾게 된 것 같구먼...빛이 바랬지만 뭐라 말로 표현할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지...이 스푼의 주인의 사연은 또 어떻고...백작이었지...사랑하는 여인을 잃은...그여인의 이름을 새긴 스푼이야..."


"이런 걸 제가 가져도 되는지 모르겠어요...이렇게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물건을..."


"글쎄...난...딱 느낌이 왔어...존이 아가씨를 데려온 순간..."


"감사합니다...할아버지..."


한참이고 들여다봤다. 존은 그런 나를 또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 시선이 느껴져서 또 얼굴이 뜨거워졌다.


"방해하고 싶지는 않지만...오늘 예약해 둔 곳이 있어서...이제 갈까요?"


강변을 따라 걷다 고즈넉한 옛거리가 나왔다. 시가지를 돌아 이런 곳이 나오다니 신기할 정도였다. 철문을 열고 들어서니 정원같은 곳에 레스토랑이 있었다.


"음...맛있는 냄새~ 안그래도 배가 고프려던 참인데...존 내 마음속에 들어오기라도 한 것처럼...어떻게 알았어요? 내가 배가 고픈지?"


잠시 후에 음식이 나왔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냄새였다. 그건...엄마의 크림스프...어떻게 이런 일이...눈물이 났다. 존이 앞에 있었지만 정말 폭포수같은 눈물이 펑펑 흘러내렸다. 눈앞이 흐려질 정도로 울고 또 울었다. 존은 그런 내 등을 가만히 토닥였다. 그 손이 너무나도 따스해서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존~ 어떻게 알았어요? 내가 엄마 스프를 그리워 하는지..."


"당신 얼굴에 그렇게 씌여있던걸요?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당신 이야기를 듣다 문득...당신에게 지금 필요한 건 이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요. 어서 식기전에 들어요~"


"존..."


갑자기 나도 모르게 존을 바싹 끌어안았다. 그 품은 내가 아끼는 담요의 감촉을 닮아있었다. 익숙한 향기도...

존은 커다란 손으로 내 얼굴 전부를 감싸며 이마에 키스했다. 그리고 눈이 스르르 감겼다.


"내가...뭘 할 거라고 생각한 거죠?"


얼굴이 홍당무가 됐다.


"그게..."


"하하하하~ 농담이에요?"


그때였다. 존의 입술이 내 입술을 강아지풀 같이 간지러운 촉감으로 아주 천천히 그렇지만 강렬하게 내 전부를 흔들어 놓았다. 첫키스. 혹시 티가 났을까?


"저...실은...이런건 처음...이에요...좀 창피하지만..."


"나도...처음이에요...수없이 상상은 했지만..."


우리는 크림스프를 먹었다. 리고 수없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지금 폴란드에 와있다.

그를 만나러...

그는 다음 소설을 준비하면서 폴란드로

갔고,


우리는 한국에서 얼마전에 웨딩마치를 마쳤다.


사라진 내 스푼은 존_


지금_

폴란드 목장 저택의 숲속 벤치에서

존과 저녁 노을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 둘의 얼굴도 노을빛으로 붉게 물들었다.


존은

매일 아침 모닝키스로 단잠을 깨웠고,

나를 번쩍 들어안아서 숲속에 데리고 갔다.


꽃밭에 누워서 서로를 바라봤다. 나무잎 사이로 존의 살결이 보석처럼 빛이 났다.


우리는 서로를 알아본 것이다. 잠든 영혼의 짝이 여기 있다는 것을...온몸의 세포가 전부다 존에게서 깨어났다.


"지유~난 매일 지유를 처음 만난것처럼 심장이 뛰어.

내사랑_지유의 머리칼이 하얗게 변할때까지 그리고 그후에도 지유를 뜨겁게 안고 싶어. 우린 모든 처음을 함께 했으니까."


"존..."  



여러분은 영혼의 짝을 만나셨나요?


댓글, 공감, 구독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응원이 제가 글을 쓰는데

큰 힘이 될 거예요~)))



 



이전 02화 구말숙 여사 가출사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