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온기를 나누어 드립니다
일 년 전쯤 코바늘 뜨개질을 잠깐 시작했었다. 당시 담요를 반가량 만들고 손을 놨었는데 어느새 일 년이 훌쩍 지나있었다. 마무리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일 년이나 손을 놓고 있어서 적응기간이 필요하려나 걱정했는데, 아직 손이 기억하고 있었다! 분명 전에는 오래 걸렸었던 것 같은데 하루 만에 담요 나머지 반을 완성했다. 하루 걸릴 걸 일 년을 미뤘다니 어이가 없지만 드디어, 담요가 끝이 났다! 남편이 무지 좋아했다. 자기 담요 (언제부턴가 남편 것이 되어있었다) 언제 다 만드냐며 한 번씩 채근했었는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더 뿌듯했다. 안 그래도 원래 계획은 작게 만들어서 끝내고 싶었지만 남편 사이즈에 맞추어 배로 늘린 것이었다.
담요를 끝내니 뜨개질 뽐뿌가 와서 조그만 가방도 뚝딱 만들었다. 가장 끈을 연결하기 전에는 별로 안 예뻐서 살짝 후회했는데 막상 끈을 연결하고 나니까 괜찮아 보였다. 다행이다. Farmer’s market 같은 곳에 들고 가기 좋을 것 같은 비주얼이다. 실이 예뻐서 느낌이 더 산 것 같다. 이번에 구매한 실을 다 쓰고 나면 다시 쓰던 실과 같은 계열로 돌아가야겠다.
쓸모는 없지만 귀여운 곰인형도 만들어봤다. 만드는 방법 자체는 간단한데 처음 만드는 인형이라 실수를 남발해 모양이 들쑥날쑥하지만 나름 귀엽다. 그래도 다음번 만들 때는 훨씬 능숙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눈이랑 코도 달았다.
가장 최근에 만든 건 모자! 가을이 지나 겨울이 성큼 다가와 하나 만들어두고 싶었다. 넉넉하게 쓸만한 모자를 원해서 조금 크게 만들었다.
가방이나 옷가지 등, 큰 프로젝트도 뜨개질하기 좋지만, 작게나마 선물하기에도 유용하기에 고민하다 차받침도 여러 개 만들기로 했다. 이번 겨울 한국에 들어갈 예정이라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에게 나누어주면 좋을 것 같았다. 무념무상, 영화나 넷플릭스를 보며 꾸준히 만들다 보니 어느덧 40개가량 쌓였다. 두 개씩 묶어서 나눠 드릴 계획이다. 아무래도 뜨개질의 가장 큰 장점은 따듯함 그 자체를 선물할 수 있다는 것, 같다.
요새 겨울이 유난히 추운 듯한데,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일 수 있는 선물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