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땀 한 땀 정성을 담아
맨날 말만 하다가 드디어 병원에서 같이 일했었던 간호사 친구가 놀러 왔다. 같이 쇼핑을 하고 초밥을 사들고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가 애용하는 Target에 갔는데, 마침 새로 시공한 화장실 타일과 딱 맞는 색의 수건이 있길래 냉큼 사들고 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떠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잠이 깊었고, 결국 친구는 하룻밤 자고 갔다.
입은 신나게 떠들어도 손이 아무래도 심심하니 쇼핑하는 김에 가볍게 즐길 거리를 찾았다. 그렇게 집어든 프랑스 자수 세트. 아주 오래전 집에서 나뒹구는 실뭉치를 가지고 도안도 없이 한번 시도해 본 것이 다인 나였지만 언젠가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었다. 그날이 오늘이라 생각했다. 친구도 흥미를 보이길래 간단한 도안으로 골라 샀다.
자수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여태껏 시도해 본 취미 생활 중에 제일 오래 걸렸다. 심지어 원형 틀이 하나밖에 없어 친구에게 양보하고는, 나는 천이 다 구겨진 채로 꾸깃 꾸깃한 수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처음에는 연습 삼아 부담 없이 손에 감각을 익히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모양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시간에 수다 속 겨우 완성한 나의 첫 자수는 구겨졌지만 끝낸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혹시 조금은 펴질지도 모르니 원형틀에 한번 끼워 넣어봐야겠다.
친구가 돌아가고 프랑스 자수에 꽂혀 결국 한 세트를 더 샀다. 이번에는 조금 더 어려운 도안으로 골랐는데, 꽃이 만개한 모습이 정말 예쁘다. 세 가지 도안이 왔는데, 전부 마음에 든다.
이렇게 좋은 걸 혼자 할 수는 없지. 얼마 뒤 대학교 동창 부부가 놀러 와서 남자들은 뒷마당에서 힘쓰는 동안 여자들끼리 티타임을 가지며 자수를 뒀다. 귀족 여성이 된 것 마냥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고 싶어 욕심을 냈다. 실수하면 가차 없이 뜯어냈다. 뜯어내는 데만 한세월 걸렸지만 확실히 전보다 퀄리티가 나은 것 같다. 차근차근 여러 가지 스티치를 배워가며 완성도를 높이려고 한다. 하다 보면 언젠가 끝이 보이겠지. 이번에 잘 끝내면 벽에 걸어놓을 수준 정도는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