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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브리 Mar 09. 2024

21살에 결혼이 현실적으로 가능했던 이유

없는 게 메리트, 있는 게 젊음이라네

사실 스물 하나에 결혼이 현실적으로 가능했던 것은 우리의 사랑이 대단해서가 아닌, 이런 모습의 결혼이 뒷받침될 만한 배경과 환경에 놓여있었던 것이 크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걸림돌이 될만한 요소들로부터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어릴 때 하는 결혼이더라도 우리는 독립적이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을 갓 졸업한 나와, 동갑이지만 아직 일 년이 남은 남편이 재정적으로 넉넉할 리 없기에, 이전 회차에서 서술 했듯, 거진 반년 간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결혼식을 준비했다. 당연히 양가 부모님께서 안팎으로 많이 마음 써주시고 도와주셨지만, 우리가 처음부터 세웠던 기준 대로 우리끼리 결혼식을 준비할 수 있었고, 뻔뻔하게 말해보건대, 꽤나 성공적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그러하듯, 나도 모든 생활비를 대학생 시절부터 직접 벌어서 사용했다. 따라서 결혼 후에도 대학생인 남편에게 졸업까지 약속되어 있던 생활비를 제외하고는 양가 부모님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분가할 수 있었다.


우리가 재정적으로 독립이 가능했던 이유는 일단 남편이 결혼 일 년 전부터 복수 전공 쪽으로 얻은 인턴 일을 풀타임으로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알뜰살뜰하게 저축하며 살고 있다.


또한, 후에 우리 둘은 대학원에 진학하기를 계획하고 있는데, 입학 시기를 맞추기 위해 대학을 먼저 졸업한 내가 그가 졸업할 때까지 직장을 찾아 경력을 쌓기 위해 일을 시작하였다. 그렇게 수입원을 늘리며 살림에 보태고 있다.


주거에 관한 문제도 순조롭게 일이 풀렸는데, 아직 그가 학생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결혼한 대학생 부부나 고학년, 혹은 대학원생들을 위해 따로 준비된 기숙사에서 남편 졸업까지 살 수 있을 수 있도록 거처가 마련됐다. (실제로 대학에 우리처럼 일찍 결혼한 부부들이 꽤 있다!)


우리의 성향과 배경도 한몫했다. 우리 둘 다 맨땅 헤딩이 나름 체질이다. 나는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20년간 남짓의 인생 동안 몸소 배워와서 빈 손으로 시작하는 것에 큰 거리낌이 없다. 남편 또한 자존감이 높으며 (일단 나를 품어줄 수 있다는 것부터가 그 증거다.) 자신감이 좋아 무엇이든 헤쳐나갈 준비가 되어있다. 부족하더라고 함께 꾸려나가는 생활이 우리에게는 더욱 매력적이었다.


국제결혼에 대한 거리낌이 없을 수 있던 이유 또한 그저 다른 국제커플에 비해 문화 차이가 적고 (당연하게도 없진 않다!) 언어 장벽을 극복해야 할 일이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외국 생활을 오래 해 온, 태어난 한국에서보다 외국에서 더 오래 산, (고백하건대 지금도 간간히 영어를 한국어로 검색해 번역해 가며 칼럼을 쓰고 있는) 나름 다양한 문화권에 발을 걸친 사람이기에 그와의 문화나 언어적인 면에서 마찰이 적다.


더불어 우린, 오래 사귄 기간이 보여주듯, 9학년 (중학교 3학년) 때 만나 사춘기 시절을 지나며 함께 성장해나가고 있는데, 그만큼 서로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도 많고, 인생을 바라보는 사고나 관점도 굉장히 비슷하다. 억지로 맞춰가야 할 부분이 준다는 것은 아마 좋은 일일 것이다.


환경적으로도 현재 미국에 작은 시골 마을에 거주 중인데, 지역 특성상 젊은 신혼부부가 많고, 일찍 결혼하는 경우가 자연스러운 편이다. 바로 이 점이 우리의 결혼을 가능케 한 요소들 중 제일 중요한 포인트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삶의 반경 안에서만큼은 젊다 못해 어린 부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기준이 너그럽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특별해 보였을지 몰라도 설명하고 보면 사실 평범한 우리의 이야기. 모든 게 갖춰지고 준비된 후 만나는 것도 든든하고 즐거울 것 같지만, 우리 식의 함께하는 막무가내 시작이 나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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