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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믿음과 상상 Aug 18. 2024

수학 심화와 선행의 논쟁은 관점의 차이이다

심화 vs 선행

고등학생 중 80%는 고2 과정인 수1부터 선행속도가 매우 느려져 현행을 못 따라간다. 고등학생  중 60%는 수포자란 말도 있다. 특성화 고등학교로 빠지는 인원까지 합치면 실제 수포자는 70%라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수포자가 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수학 실력이 너무 부족하고 연산부터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하위 30%의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은 경험상 수포자를 극복하기가 매우 힘들다. 기본 이해력 자체가 너무 차이가 난다. 아주 간단한 개념조차도 이해를 못 한다. 대부부의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들은 이런 아이들을 가르쳐 본 적이 없다. 특히 학원 강사들은 더욱 가르쳐보지 못했고 고3 위주의 입시 선생님들은 아예 만나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이런 학생들은 보통 초등학교나 중학교부터 수포자가 되어 고등학교에서는 아예 학원을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그 윗그룹의 아이들은 중등까지는 버티다가 고등부터 수포자가 되는 그룹이다. 이 아이들은 물론 열심히 하지 않지만, 이해력도 느려서 특히 고2 과정인 수1부터 진도가 안 빠진다. 진도를 못 나가니 현행 내신도 못 따라가서 수포자가 된다. 


이런 아이들을 가르치는 고등 선생님들은 초등과 중등 때 힘 빼지 말고 선행만 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왜냐하면 선행을 미리 했다면, 수1을 이해하는데 1~2년이 걸리는 이 학생들이 수포자로 빠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초중등 선생님들은 현행조차도 완성하기가 힘들어서 선행은 생각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행도 못 따라가는 아이들에게 선행을 어떻게 가르치는가? 

그렇다고 정말 응용도 다루지 않고 개념만 하고 진도를 빼는가? 


개념만 하고 진도를 빼면 아이들은 수학 실력이 하나도 늘지 않아서 선행속도가 매우 느려진다. 왜냐하면 고등 선행은 개념 교재조차 중등 응용교재인 쎈 수학 보다 난도가 높기 때문이다. 즉, 중등 응용을 다루지 않고 고등 선행으로 가면  수학 실력 부족으로 고등 선행 진도가 매우 느려진다는 문제에 봉착한다. 


난이도를 정리해 보자.

초등 최상위S=중등 쎈 수학 <고등 개념서(기본서)

초등 최상위 <중등 일품 <고등 기본정석


즉, 고등수학이 압도적으로 어렵다 보니 초중등 심화나 응용을 다루지 않고 선행을 빼면 고등 개념조차 아이들은 어려워한다. 물론 아주 극소수인 학생들, 즉 아주 뛰어난 수학 머리를 가지고 있으나 초중등 심화를 안 한 아이들의 경우는 고등 선행을 수월하게 하고 고등 심화도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 아이들은 비율로 따지만 매우 작다. 고등 선생님들은 우연히 자기가 가르친 이런 아이들을 보고 착시 현상을 일으켜 모든 아이들이 가능할 거라는 착각을 한다. 그러나 초중등 개념 정도만 하고 고등 개념을 수월하게 따라오는 아이들은 애초에 초중등 심화도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유전자든, 아이큐든, 아니면 지식도서를 많이 읽었든 등등....


결론적으로 초중등 개념만 하고 고등 선행 및 심화를 성공하는 아이들도 사실은 극소수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수학을 못해서 수포자가 되는 아이들은 어쩔 수 없다. 하위 30%는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 우리나라 고등 수학의 양이 매우 적어지고 쉬워지지 않은 이상, 유일한 대안은 특성화고를 가는 방법이 있다. 특성화고는 일반고 대비 수학 교육과정이 절반 이하이고 학교 수학 시험도 쉽게 출제한다.


하위 30%를 빼고 나머지 70%의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선행 로드맵을 만들고, 그 상태에서 가능한 한 심화에 도전해서 심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결국 상위 20%의 싸움은 선행이 아닌 심화가 결정한다. 아무리 진도가 빨라도 어려운 문제를 못 풀면 1등급을 받지 못한다. 어려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평소 어려운 문제를 푼 경험이 필요하다. 그래야 수학적 뇌구조가 형성되어 어려운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다. 수학 선행과 응용 정도로는 지방 일반고나 공부를 못하는 고등학교를 제외하고는 3등급(11~23%)을 넘어서기 힘들다. 1~2등급은 결국 심화에서 결정된다. 


최상위권을 노린다면 심화를 포기하면 안 된다. 물론 지방 일반고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그룹도 적고 문제도 쉽게 나와서 심화를 안 해도 성실하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그 아이들의 수능 수학 등급이 3~4등급이다. 그래서 대부분 최저를 못 맞춰서 수시로 스카이를 못 들어간다고 한다. 즉, 지방 일반고 내신 1등급=수능 3~4등급 수준이므로, 학교에 따라 심화를 안 해도 1등급을 받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 경쟁이 치열한 학군지에서는 초등 최상위, 중등 블랙라벨은 내신 3등급 이상을 받기 위한 기본적인 절차이다. 이것을 넘어서는 극심화까지 하는 그룹도 있다. 대치동이나 목동 학군지에서 강의하는 고등 선생님들이 보통 심화에 힘 빼지 말라는 말은, 초등 최상위와 중등 블랙라벨을 넘어서는 극심화나 경시급을 의미한다. 착각하지 말자.


거기서는 기본 과정이 초등 최상위, 중등 블랙라벨, 고등 기본 정석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방금 언급한 교재조차도 힘든 과정이라면 거기서는 기본적으로 나가는 과정이다. 


나는 선행 로드맵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포자를 막기 위해서 최소 내신 4~5등급을 받으면서 개념은 따라갈 수 있도록, 그래서 수시로는 대학을 못 가도 정시를 노려보거나 혹은 재수를 하더라도 기본 개념 정도는 따라갈 수 있는 상태가 필요하다.


그래서 초등에서는 최대한 수학 실력 향상을 위해 최상위, 최상위S, 필자가 집필한 얇은 심화서인 [열려라 심화]를 수준별로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중등부터는 아이의 실력에 따라 전 과정 심화, 부분적 심화(중등 과정의 중요도에 따라 아이 속도에 맞춰서 하는 것), 개념만 튼튼히로 나눠서 진행하라고 추천한다. 


부분적 심화는 아이 수준이나 실력이 부족하면 선행 속도를 유지하면서 중등 과정 심화는 고등 연계성과 중요도에 따라 2-1>3-1>2-2>3-2>1-1>1-2 순서로 하는 것을 뜻한다. 즉, 아이의 속도가 느리다면 3학기(2-1, 2-2, 3-1)만 심화를 하고 나머지는 선행에 집중하는 것이다. 


아이가 수포자가 될 것 같으면 기본서 2권만 하고 진도를 빼는 것을 추천한다. 내신 때 응용 교재 한 권 정도 하면 된다. 기본서 2권이 힘들면 연산교재+기본서 구조로 진도를 빼도 된다. 물론 이렇게 해서 고등 수학에서 잘할 거라는 착각은 하지 말자. 9등급제에서 4~5등급 정도 유지하면서 수포자만 되지 않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초등부터 심화까지 달리면서 무수히 많은 문제집들을 푼 아이들의 학습량을 따라가는 것은, 그만큼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중등에서 기본서만 할 정도의 머리를 가진 아이들이, 고등 가서 심화까지 허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냥 수포자 방지 대책이고, 장기적으로 재수까지 했을 때 어느 정도 성적을 올려서 대학을 들어갈 대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중등에서 심화가지 할 머리를 가졌으나 중등은 개념만 한 아이들이 고등에서 심화까지 가능한 것이다.


그럼 쟁점은 이런 것이다. 준심화나 심화가 어느 정도 가능한 아이들에게 개념과 응용만 하며 진도를 빼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준심화나 심화까지 도전하는 것이 좋을까?이다.  어느 정도 머리가 있는 아이들에게 준심화나 심화를 시키면 더욱 수학머리가 좋아져서 선행속도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어려운 문제를 푸는 습관은 한 번에 생겨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엉덩이 힘으로 길러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경우는 필자는 선행 로드맵을 만들고 그것을 만족했을 때는 심화나 준심화를 시키라고 권한다. 


가령, 대치동/목동과 지방을 제외한 평균적인 학군지를 기준으로 중2 올라가는 겨울 방학, 즉 중1을 마치고 겨울방학되는 시점에 고1 과정이 들어가고, 중등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수2까지(고2 과정) 마무리하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선행 로드맵이다. 물론 각 학기 과정은 평균적으로 3권 정도는 해야 한다. 그럼 고1부터 고2까지 총 4학기 과정을 3권씩 하니까 12권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고등 들어가기 전 이 정도 학습량은 9등급제에서 4%인 1등급을 노릴 수 있는 선행 속도이다. 모든 학생이 1등급을 받지는 못하므로 현실적으로 우리 아이가 4%가 가능할지, 아님 11%(2등급)가 가능할지 정도를 판단하여 선행 로드맵을 짠다.


고등 들어가기 전  평균적인 학군지 선행 로드맵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각 과정 3권씩의 학습량이다. 물론 오답은 추가로 진행되어야 한다. 오답은 권 당 3회 이상은 되어야 한다. 


1) 상위 4% (1등급) : 수(상), 수(하), 수1, 수2

2) 상위 11%(2등급) : 수(상), 수(하), 수1

3) 상위 23%(3등급) : 수(상), 수(하)


아이 수준에 맞춰서 이 정도 선행 로드맵을 짜서, 거기에 맞춰서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마다 심화에 도전한다. 심화가 안되면 준심화라도 진행한다. 준심화는 최상위S나 일품 같은 책을 뜻한다. 명심해야 할 것은 심화 능력이 생기면 선행속도가 빨라지므로, 초등까지는 특히 심화 능력을 기르는데 방점을 찍는다. 중등부터는 선행에 좀 더 방점을 찍어 선행 로드맵데로 공부하면서 시간이 부족하면 부분적 심화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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