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거 아니에요?" 점원은 여자의 배를 흘끗 쳐다보고 말했다.
"임신할 나이처럼 보여요?" 점원의 시선이 여자의 얼굴로 향하고 나서 점원은 담배를 꺼내 계산을 진행했다.
여자는 편의점 바깥에 나와 의자에 걸터 앉고 담배를 폈다. 그녀는 40대 후반 아니면 50대는 돼 보이는 얼굴이지만 만삭처럼 나온 배에 펑퍼짐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팔뚝살은 중년 여성들의 것처럼 축 쳐져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세실리아. 그녀의 인간관계는 성당에서 형성된 것들이 전부라서 모두들 그녀를 세실리아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것도 이미 오래 전 이야기다. 그녀는 성당에 안 나간지 1년이 넘었고, 딱히 만나는 사람들도 없다. 그녀는 도망쳤다. 사람들로부터, 성당으로부터 그리고 가족으로부터. 담배 하나를 다 피고나서 세실리아는 일어서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넘어져 버린다. 코너를 돌던 검은 차가 정차하고, 30대의 남자 한명이 내려서 세실리아를 부축한다. 세실리아는 나라가 코딱지만해서 도망칠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남자는 세실리아의 배를 보며 괜찮은지 여러 차례 물었고, 댁으로 돌아갈 거면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세실리아는 대답없이 그를 피하려고 했지만, 남자의 선의 또한 완강해서 괜히 상황이 소란스러워진다. 그녀가 길 건너 아파트라고 말하니 남자는 그럼 아파트 안까지만 데려다 주겠다고 말한다. 결국 세실리아는 남자의 차를 탄다.
"담배 피시나봐요. 임신하신 줄 알았는데" 차에 탄 남자가 말한다. 세실리아는 몸의 냄새를 잠시 맡는다. 남자는 아파트 앞까지 가다 차를 돌린다.
"이 아파트인데 지나치셨어요."
"알아요. 오랜만에 봤는데 그냥 보내드릴 수는 없죠."
세실리아는 룸미러를 통해 남자의 눈을 본다. 그를 본적이 없다. 그녀는 납치를 당했다. 세실리아는 자신이 납치 당할 이유가 있나 생각하지만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때 그녀는 산통을 느끼고 하혈을 한다.
"괜찮아요. 가면 당신을 봐줄 사람이 있어요."
세실리아는 고통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배를 움켜쥔 채 흐느낀다.
세실리아가 잠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곳은 천장이 높은 건물의 실내였다. 그녀는 두꺼운 각목 위에 십자로 누어있었다. 치맛자락은 피로 흠뻑 젖어있었고, 산통대신 밑이 찢어진 듯한 뜨거운 통증이 느껴졌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그녀 안에 아무것도 없음을 느꼈다. 그때 그녀의 몸이 서서히 바로 섰다. 뒤에서 몇몇의 사람들이 그녀가 누운 십자가를 바로 세우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그녀는 그녀의 몸이 못에 박혀있음을 깨달았다. 그녀에게 못을 박은 사람은 못이 그녀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그녀의 팔과 다리를 따라 수십개의 긴 못을 박아 넣었다. 그건 미친 짓이었다. 몸이 바로 서자 중력에 의해 그녀의 팔, 다리와 밑에서 피가 줄줄 새어 나왔다. 세실리아는 느꼈다. 죽어간다.
"남자 없는 늙은 여자가 임신했을 때 그건 신 아니면 악마의 자식을 잉태한거야."
세실리아는 어떤 목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니야. 난 강간당했어.' 하지만 피를 많이 쏟은 탓에 의식이 희미해졌고, 말은 나오지 않았다. 세실리아를 일으킨 인부들은 십자가가 실린 수레를 밀고 밖으로 나갔다. 넓은 공터에 작은 돌들이 가득했다. 인부들은 공터 한가운데 십자가를 세우고 고정시켰다. 뜨거운 햇살이 그녀의 두 눈을 부시게 했다. 땀이 한 방울 세실리아의 눈 옆으로 흘렀다. 세실리아는 강렬한 햇빛 속에서 아이를 안는 상상을 했다. 끝.
작가의 말 : 저는 뭘 쓰고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