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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신들의 섬(3)

2023년 여름, 발리.

by 방랑자 환상곡
이번 이야기는
<발리; 신들의 섬(3)>입니다.

<발리; 신들의 섬(2)>가 궁금하시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여섯째 날

전편에서도 잠시 언급한 적 있지만, 오늘은 제가 가장 기억에 남아 오랫동안 떠올리게 된 요가 수업을 들은 날입니다!

이곳은 Yoga Barn으로, 요가원 혹은 요가촌 같은 곳이었습니다.


사실, 원래 일정에 없었기에 운동복도 챙겨가지 않았었죠. 친구의 레깅스를 빌려 입고, 급하게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필라테스를 1년간 해본 적이 있지만, 그다지 유연한 편은 아닙니다.

어릴 적 태권도에 다닐 때에는 벽에 대고 다리 찢기가 가능했는데요, 한 번 늘어난 것이 굳으니 정말 빡빡하게 굳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1년간의 필라테스가 의미 없어졌습니다.


여튼, 저는 이 요가원에서 요가를 처음 접했습니다. 요가라는 것이 몸의 수련뿐만이 아니라 정신 수련까지 아우른다는 것을 이곳에서 느끼게 되었죠.


몸을 움직이는 방법, 그리고 자신에게 되뇌는 긍정의 말들을 노랫말과 함께 배웠습니다.


정확한 음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락슈미 데미 나마 하”

이런 느낌의 노랫말이었는데 말입니다. 신께 감사를 올리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짜낭사리로 신께 하루의 축복을 염원하는 것처럼, 요가에서도 발리만의 고귀한 정신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요가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몸을 움직이니 머릿속 또한 말끔해졌습니다.


현재, 필라테스를 또다시 시작한 지 어언 1년이 되었는데요, 어릴 때의 다리 찢기는 여전히 복구 불가입니다...


당시에 요가 수업도 마음에 들었지만, 요가원 자체도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모두가 자유롭게 존재하고, 강아지도 어린아이도 환영받는 곳이었습니다.


그랬기에, 저에게 너무나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이겠지요. 이런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건강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한 달 살기로 발리를 다시 방문하고 싶습니다.




요가원 바로 옆에 위치한 코코 슈퍼마켓으로 향했습니다.

여기에서는 기념품으로 가져갈 루왁커피 원두, 향초, 비누 등등을 구입했습니다.


현지에서 과자를 먹어보는 것, 특히 감자칩을 먹어보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감자칩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발리에서도 맛있는 감자칩이 있었는데 그 사진을 남겨놓질 않았지 뭡니까...

기록하며 다닌 여행이 아니다 보니, 이런 참사가 생겼군요...


이곳에서도 기념품을 샀습니다. 주걱, 쟁반, 숟가락, 머그컵 등을 구입했는데, 나무 용품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깐깐하더군요.


주기적으로 관리해 주지 않으면 금방 곰팡이가 피고 나무가 거칠어집니다.

부지런한 사람이, 예쁜 물품을 사용하는 것이지요.


이날 저녁이 기억에 남습니다.

왼쪽 하단, 사진에서는 반쯤 잘려 있는 반찬이 보이시나요? 이것을 먹고 깜짝 놀랐습니다.


숙주나물 같은 것에서 파스 맛이 나는 겁니다! 한 입 먹고 깜짝 놀라 다시는 먹지 않았습니다.

맛있어서 기억에 남는다기보다는, 그 향기가 너무나 진해서 기억에 남습니다.


뭐, 어찌 되었던 기억할 만한 거리가 남았다는 건 좋은 일이지요. 지나고 보면 추억이니까요.




일곱째 날

발리에서의 마지막 날입니다.

마지막 날은 무조건 마사지이죠!


마사지가 끝나고, 트래블 월렛 카드로 결제를 시도하려는 그 무렵, 밖에서는 성대한 행렬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웬일인지, 카드 포스기는 먹통이었고 결제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직원 분께서는 바깥의 행사 때문에 신호가 좋지 않아 카드 결제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저희는 더군다나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어서 현금을 이미 다 털고 난 상태였죠.


제가 ATM 기계를 찾아 현금을 인출해 오기로 했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뜨거운 햇빛 아래 엄청난 행렬이 줄을 이루며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장례식”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특히, 왕실 가족을 위해 특별히 진행되는 펠레본(Pelebon)이라는 화장 행사를 보게 된 것입니다.


운이 좋게요!

(장례식을 보게 된 것이 운이 좋다고 해도 될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끝도 없이, 이어진 행렬이었습니다.

거대한 동상들을 몇십 명의 사람들이 이고 지나가고, 주변에도 따라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장례식이라는 것을 믿기 힘들었습니다.

ATM을 찾아 걸었던 약 10분간의 시간 속에서, 믿기지 않을 만큼 배경이 확확 바뀌었습니다.


왕실 가족의 장례식이라니, 모든 사람들은 축제처럼 이 행렬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발리섬에서 장례 행렬을 보게 된 것 또한 기억에 많이 남네요.




이 두 음식을 현상수배 합니다!


현상수배하는 이유, 알려드립니다.

위는 제가 귀국 비행기를 타기 전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들입니다.


1번 용의자) 라떼입니다.

바로 내린 커피가 아닌, 미리 병에 담아 둔 라떼였습니다.


2번 용의자) 참치훈연샐러드입니다.

유력한 용의자입니다. 이유는 밑에서 말씀드리죠.




우붓에서 발리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 속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속을 달래려 물을 마셨는데요.

약 5초 뒤, 제가 먹은 모든 것을 토해냈습니다.

(다행히 재빨리 가방에서 비닐을 찾아냈습니다.)


멀미 때문이 아니라, 무언가를 잘못 먹어서 속이 안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죠.


그 와중에, 앞차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생겨 복잡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기사님께서는 친구에게 연락해 새로운 차를 구해주셨고, 차를 옮겨 타고 다시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공항에 거의 다 와 갈 무렵,

기사님께 차를 세워달라고 말씀드린 후 공항 입구 화단에 또 토를 하고 말았습니다.


이제부터, 정말 이상한 것을 감지했죠.

급격하게 컨디션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토는 물론이고, 전반적으로 몸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공항에서는 약국을 찾아다녔지만 보이지 않았고, 결국 아무런 조치 없이 싱가포르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야만 했습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기다리며, 다시 급하게 토를 했습니다.

머릿속에는 “정말 큰일 났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 아니 경유지 싱가포르로 가는 길이 저 우주보다도 더 멀게 느껴졌습니다.


제 침대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여덟째 날

싱가포르로 향하며, 비행기 승문원께 말씀 드려 위생 봉투를 챙겨놨습니다.

다행히 싱가포르로 가는 비행기에서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고, 싱가포르에 도착하니 몸이 그나마 나아졌습니다.


몸에 힘이 다 빠진 것 같아 힘들었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그래도 힘을 내야 했습니다.


그러고는 느꼈죠.

“돈을 많이 벌어서 직항을 타야겠다!” 하고요.


그렇게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갔고,

여행 사진을 둘러볼 때 참치훈연샐러드(위에 첨부한 두 번째 사진) 사진을 볼 때마다 구역질이 납니다.


2년이 지난 지금에도, 사실 저 사진이 조금 껄끄럽습니다.

아무래도, 용의자 2번, 참치훈연샐러드가 가장 유력한 이유이죠. 친구는 다른 메뉴를 먹었거든요.




마무리하며,
동남아의 최고봉!


저는 발리를 이렇게 설명하고 싶습니다.

곳곳에 발리섬의 역사와 전통이 느껴지고, 또 여러 지역마다 색다른 분위기들이 펼쳐집니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조금 멀지만,

거리가 먼 만큼 더 깊은 체험을 하게 되었죠!


속이 좋지 않아 여행의 마지막이 조금은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시간이 지났지만 미화되는 기억은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비행기를 타기 전 식사는 무조건 속이 편한 것으로 합니다.


이후에도 제가 비행기에서 토한 적이 한 번 있는데요, 그 이야기는 다다음 여행지(호치민) 이야기에서 들려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럼,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여름비가 내릴 일주일, 그 축축함을 위로하는 글이 되셨기를 바라며...


NEXT_

다음 이야기는 <일본; 삿포로의 여름(1)>입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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