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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삿포로의 여름(1)

2023년 여름, 삿포로.

by 방랑자 환상곡
이번 이야기는 <일본; 삿포로의 여름(1)>입니다.

<발리; 신들의 섬>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시작하며...

2021년 1월, 저희 집에 새로운 식구가 생겼습니다.

바로 강아지를 입양한 것인데요,

매년 가족여행을 떠났던 저희는 강아지를 키우며 자연스레 가족여행과 멀어졌습니다.


강아지가 예민하고 저희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여서, (처음이라 잘못 키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곳에 맡기기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래도 그 이상의 기쁨과 행복을 주는 아이입니다. 여행을 다 같이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모두 달래주는 아이입니다. 우리 집 복덩이죠!!


동생도 성인이 되어 대학에 진학하고, 저 또한 대학생이고,

네 명이서 다 같이 여행을 가지는 못하지만 셋이서라도 다녀보고자 했습니다.


저와 제 동생, 그리고 엄마와 함께한
3박 4일 삿포로 여행기를 보내드립니다.




첫째 날

점심시간, 삿포로에 도착했습니다.

생각보다 비행시간이 길었죠. 이전 발리 여행에서의 기억 - 공항에서 속이 좋지 않아 구토를 했던 기억 - 이 있어서 괜히 더 조심스럽게 비행기를 탔습니다.


다행히 아무 탈 없이 도착했어요.


삿포로는 북쪽에 위치해 있어, 여름에 한국보다 시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한국보다 더 덥더라고요. 아주 푹푹 찌는 더위가 굉장했습니다.

처음 도착한 날에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 날씨에 여행을 다닐 수 있을까 하고요.


처음으로는 삿포로 시계탑에 들렀습니다. 안에 전시실이 있고, 정시마다 종이 울린다고 하는데요,

저희는 안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고, 밖에서만 구경했습니다. 캐리어도 끌고 있었고요.


저는 일본에 한 차례 다녀갔었습니다.

여행기로도 다루었던 “오사카, 교토, 도쿄“를 여행했었죠.

특히 도쿄, 사람이 정말 많고 북적북적했던 기억이 납니다. 홍대보다도 더 번화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만큼 밀집도가 대단히 높았죠.


그에 반해, 삿포로는 한적한 시골 동네 느낌입니다. 거리에 차도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가족과 함께 온 여행인 만큼 바쁘게 돌아다니는 여행보다는 천천히 둘러보며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동생은 초등학생 때 아빠와 둘이 태국에 다녀온 적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여행이 동생에게는 두 번째 해외여행입니다.


동생은 특히 일본을 궁금해했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그렇듯,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우나 심리적으로는 조금 미심쩍은 나라입니다. 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럼에도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이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주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일본 사람들도 서울을, 한국 사람들도 도쿄를 궁금해합니다.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일본은 많은 지역들이 색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만 해도 여러 지역을 다녀온 것처럼요.

반면 우리나라는 여행 인프라가 서울 및 제주에만 집중되어 있는 느낌이 듭니다.

외국인이 여행 오고 싶은 나라가 되기 위해 더욱 친절하고 좋은 인프라로 맞이해야겠습니다.




둘째 날

아주 큰 오점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꽤 촉박하게 여행 계획을 잡고 예약을 진행했는데요,

호텔은 너무 비싸서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구했습니다.

그마저도 그리 싼 가격은 아니었습니다.


숙소 소개글에 에어컨이 없고, 선풍기가 구비되어 있다는 안내를 보기는 했습니다.

‘삿포로는 역시 여름이 시원하구나’하고 별 의심 없이 결정했죠.


그런데, 삿포로는 완벽한 찜통이었고

선풍기로만 잘 수 있는 날씨가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숙소에는 원래 안내되어 있던 선풍기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바로 호스트와 소통하여, 선풍기가 없으면 더워서 잘 수 없음을 말씀드렸습니다.

소통이 빠르게 되지는 못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새벽에 선풍기를 가져다주셨습니다.


선풍기 한 대를 돌려 가며, 세 명이 잠을 잤습니다.

당연히... 더웠습니다.




어찌 되었든, 오늘은 오타루로 향하는 날입니다.

버스를 타고 예쁜 길들을 달려 도착했습니다.


날씨가 아주 맑고 쾌청했습니다. 사진은 잘 찍히는데요, 정말 더웠습니다. 땀을 흘리며 다닌 오타루입니다.


일본에 왔다면 빼놓을 수 없는 스시를 먹었습니다.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희 엄마는 신혼여행으로 하와이에 다녀오셨습니다. 약 25년 전이죠.

그 이후, 처음 떠나시는 해외여행이었습니다.

설렘도 많으셨으나, 그만큼 걱정도 많으셨습니다. 타지에서 잘 잘 수 있을지, 밥은 잘 먹을 수 있을지 걱정이 한 보따리셨습니다.


그래도 막상 여행을 시작하니, 엄마의 지혜로움이 발휘되는 순간이 정말 많았습니다.

특히 소통에 있어서 주저하지 않고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 역시 엄마다운 면모이셨습니다.(제가 이렇게 말하니 조금 웃기네요.)


무엇보다 즐거워하시는 모습이 보여 마음이 좋았습니다.

저보다 더 많은 세월을 살아오셨지만, 저에게 쏟으신 시간이 더 많으실 겁니다. 더 좋은 음식과 좋은 경험은 저에게로 향했을 겁니다.


아직도 엄마와 투닥투닥하며 싸우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엄마의 마음을 알겠습니다.

그래도, 모녀관계란 자꾸 부딪히는 게, 참 이상합니다.




오타루 운하를 거쳐, 거리를 걸었습니다.

사실 너무 더웠기에 운하 앞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했습니다. 사진을 찍고, 도망치듯 그늘로 향했습니다.


거리 곳곳은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조그만 물건들을 보면, 저희는 모두 강아지 생각이 났습니다.

어제 자기 전, 아빠랑 강아지와 영상통화를 했는데도 말이죠. 조금만 나와 있어도 보고 싶습니다.


오르골당에 가기 전, 더위를 식히기 위해 카페로 향했습니다.


음료를 주문할 때 컵을 골랐는데요, 그냥 음료를 담아주는 컵이 아니라 컵까지 가져가는 것이었습니다!

음료를 다 마신 후 컵을 씻어, 집에 가져왔습니다.


저희 집에 여행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지요. 창틀에 헬로키티 세 마리를 입양해 놓았습니다.


오르골당은 사진에 담기지 않을 만큼 신비로운 곳이었습니다.

정말 여러 형태의 오르골들이 즐비합니다. 친구에게 줄 선물을 샀습니다. 음악을 고르고, 모양을 고르는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오르골 가격을 구경하는 것 또한 재미있었는데요,

가장 비싼 오르골들을 구경하며 자세히 쳐다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새삼, 아기자기한 것들에 눈길을 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잊고 살아가는 것들 중에 귀여운 것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곳은 오도리공원입니다.

숙소에 가기 위해 매일 거쳐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뛰어다니는 아이들, 가족 단위로 외출을 나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들의 일상에, 가벼운 외출지에 함께하는 기분이 들었죠.


조금 더 걷다 보니, 천막이 쳐져 있고 사람이 엄청 많은 겁니다!

무슨 일인가 하고 보니, 삿포로 맥주 축제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왔는데, 축제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저희 엄마는 맥주를 정말 좋아하십니다. 딱 엄마를 위한 여행이 눈앞에 차려진 듯했습니다.


기린, 삿포로, 산토리, 아사히 등등 일본 맥주 브랜드별로 거대한 천막을 이루어, 푸드트럭과 맥주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저희 또한 기린, 삿포로 맥주 천막에서 안주를 주문해 맥주와 함께 즐겼습니다.

퇴근한 직장인들로 붐볐고, 젊은 사람들도 정말 많았습니다.


이렇게 뜻하지 않게 마주하는 지역 축제는 저를 너무나 설레게 합니다!

뜻하지 않았기에 기억에 더 많이 남지요.


NEXT_

다음 이야기는 <일본; 삿포로의 여름(2)>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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