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여름, 발리.
이번 이야기는
<발리; 신들의 섬(2)>입니다.
<발리; 신들의 섬(1)>이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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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날
쾌청한 하루가 밝았습니다!
아사이볼과 아이스커피로 하루를 열어봅니다. 더운 날씨에 시원하고 달콤상큼한 아사이볼을 먹으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오늘 하루도 시원하고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남부 투어”를 예약했습니다.
발리는 동서남북, 빼놓을 곳 없이 너무나 아름다운 곳입니다.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은 서쪽입니다.
내일, 북쪽의 ‘우붓(Ubud)'으로 이동할 예정이고요.
동쪽을 가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아쉽지만, 제한된 일정 속에서 남부의 자연을 맛보기 위해 투어를 예약했습니다.
프라이빗 투어는 아니었으나, 예약자가 저희 둘밖에 없어서 예상치 못하게 프라이빗 투어가 되었습니다.
이곳은 빠당빠당 비치입니다.
이름이 너무 빠당빠당입니다. 귀여운 이름입니다.
서양인, 동양인이랄 것 없이 모두가 햇빛에 익어 있습니다. 선크림을 턱턱 치대고, 물로 향합니다.
모래사장에 자리가 꽉 차 있어, 바다와 조금 가깝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파도가 들이닥치리란 생각은 못하고요.
잠시 바다에 발을 담그러 간 그 시각...!
파도가 제 가방과 담요, 벗어놓은 신발을 모두 덮쳐버렸습니다.
왜 샌들이 아닌 운동화를 가져왔을까요? 왜 나일론 가방이 아닌 천 가방을 가져왔을까요?
모든 것이 젖어 찝찝한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나온 것은... 다름 아닌 웃음이었습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주위에 계시던 여행객들도 저희를 보며 웃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재밌는 상황이었죠.
재밌네!
물에 빠져버린 운동화를 철철 끌며, 수분 가득한 캔버스화와 함께 다음 일정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싱글핀이라는 음식점입니다. 이 음식점이 투어 상품에 포함된 것을 보면, 꽤 유명한 곳이리라 생각했습니다.
역시나 사람이 많았고, 다행히 좋은 자리를 잡아 피자를 시켜 먹었습니다.
경치가, 정말 말도 안 되게 멋있었습니다.
발은 축축했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눈앞의 풍경이 축축함을 이겨버렸습니다.
그래, 물은 금방 마르지만
이곳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죠.
역시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남는 것은 “멋진” 것들입니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나오는 대사가 있습니다.
“망각도 신의 축복입니다.”
여행 후, 나쁜 기억들은 미화된다고들 말하지요. 그것조차 신의 축복인 걸요.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입니까!
이곳은 울루와뜨 사원입니다. 높은 절벽에 위치한 사원이지요.
원숭이가 선글라스를 뺏어가고, 먹을 것을 뺏어가는 곳입니다. 귀엽다고 생각했었는데, 강도들이었습니다.
이곳, 깨짝댄스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이름이 어떻게 또 깨짝댄스입니까! 한국어를 아는 사람들이 일부러 귀엽게 지어놓은 것 같습니다.
발리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을 꼽는다면, 바로 이 ‘깨짝댄스’, 그리고 다음 편에 나올 ‘우붓 요가 수업’입니다.
발리 전통 춤, 깨짝댄스를 보며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 그리고 익어가는 노을이 기억에 남습니다.
두 시간가량 되는 꽤나 긴 연극(?)이었는데도, 지루함 없이 즐기며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모든 BGM을 사람의 입에서 낸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몇 십 명의 사람들이 소리를 한데 모아, 풍부한 음향과 새로운 들을 거리를 줍니다.
사실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으나,
여행지에서 그 나라의 전통문화, 전통 예술을 체험한다는 것이 이렇게 즐겁고 기억에 남을 일인 줄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또 여행의 묘미를 한 가지 적립해 가는군요.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되고,
하루 종일 신고 다니느라 뜨거운 햇볕에도 마르지 못하던 신발에서, 이제야 해방되었습니다.
밤새 말려 보았지만 꿉꿉한 냄새는 가시지 않았고,
결국 이 신발은 버리고 돌아오게 됩니다.
다섯째 날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고, '우붓(Ubud)'으로 향했습니다.
우붓은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정글도시입니다.
바다를 맛본 후, 이제는 정글 차례인 것이죠.
같은 나라임에도 분위기가 너무나 달랐습니다. 우붓은 정말 오래된 역사가 흐르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고요.
이곳은 우붓 왕궁입니다.
발리섬의 전통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옆에서는 발리 전통 음악을 직접 연주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이곳에서는 항상 종소리와 공명이 깊은 소리들이 삐져나오고, 사람의 목소리가 더해진 음향이 귀를 사로잡습니다. 또한, 언제나 인센스 스틱을 피워놓은 것 같은 향이 납니다.
향과 냄새로 여행지를 기억하게 되는 경우도 많죠. 발리가 저에게 그러한 여행지였습니다.
우붓 시장(Ubud Art Market)으로 향했습니다.
여기서는 흥정이 가장 중요한데요, 처음에는 터무니없는 비싼 가격을 부르시기 때문에 적절한 협상이 필요합니다.
상인분들이 “천 원! 천 원!”하며 호객을 하시고, 막상 관심을 보여 저희가 천 원을 외치면 모르쇠이십니다.
구경하다가 구매하지 않고 다른 곳에 갈 것 같으면, 소리를 지르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구경하고 왜 안 사느냐!”하는 것이죠.
항상 물건을 사며 흥정을 할 때에는 ‘기분 좋게!‘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양쪽 모두요.
우붓에서도 신께 하루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짜낭사리’가 곳곳에 보이는군요.
이곳은 노을이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노을이 아름다운 것도 맞지만,
노을을 볼 수 있는 시야가 주어지고, 노을을 보기에 좋은 배경들이 곳곳에 자리하기 때문이겠죠.
언젠가, 발리에서 한 달 살기를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여유롭게, 그득하게요.
NEXT_
다음 이야기는 <발리; 신들의 섬(3)>입니다.
발리에서의 마지막 이야기, 많이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