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발리; 신들의 섬(1)

2023년 여름, 발리.

by 방랑자 환상곡
<Prologue>

더운 여름, 인도네시아 발리로 떠났습니다.
살이 발갛게 타서 돌아온 여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저의 이전 여행 기록이 궁금하시다면 아래를 참고해 주세요:)
2023년 겨울-1, 싱가포르
2023년 겨울-2, 오사카​ / 교토​ / 도쿄


여행을 시작하며...

초등학교 5학년, 아직 다 크지도 못했을 때였습니다. 세상의 전부가 있는 줄만 알아, 몹시도 차가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마치 공격하기 위해 움츠러들어 있는 고양이처럼 빠짝 당긴 포니테일과 매서운 눈매는,

생각해 보면 나를 지키기 위한 발톱 같은 거였습니다.


그랬던 저의 경계를 풀어준 친구가 있습니다.

세상과 친해지기 어려웠던 제가 조금씩 세상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경계를 풀어 친근한 눈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친구가 있습니다.


저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그 친구와 돈을 차곡차곡 모아,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싱가포르 1박(경유) - 스미냑 3박 - 우붓 2박,


총 6박 8일간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첫째 날

지금은 발리 직항이 많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발리 직항은 ‘대한항공 왕복 200만 원‘ 선택지밖에 없었습니다.


대학생이었던 저희는 당연히, 경유를 택했습니다.

싱가포르 경유로, 약 23시간 정도의 레이오버였습니다.

저는 제 인생 첫 해외여행지가 싱가포르였고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약 5개월), 기억이 나름 생생한 상태였습니다.


싱가포르를 떠나며, 작별 인사를 고했더랬습니다.

“안녕! 내가 또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잘 있어-!”


그런데,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또 가게 된 것입니다. “또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이라는 건 너무 위험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될지 누가 압니까!


그렇게 다시 반가운 안녕 인사를 하게 된 싱가포르입니다.

오후에 도착해 타코를 먹고, 야경을 둘러보았습니다. 무척 많이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싱가포르에서 무얼 하겠다는 계획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걷다 보니 마리나베이샌즈가 보였고, 몇 개월 전 보았던 스펙트라 쇼가 생각났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마리나베이샌즈인데,,, 쇼 시간이 몇 시였더라?”


그렇게 걸으며 도착하니 딱 쇼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감상하니, 또 새롭더군요.

그때보다 더 많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두 번 방문한 사람의 여유, 같은 거였을지도요.




둘째 날

아침 메뉴만큼은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카야토스트!

우리나라에서 먹는 카야토스트랑 느낌이 다릅니다. 현지에서 먹는 거여서 그럴까요? 빵이 더 얇고 바삭합니다.


한국에서도 카야토스트 맛집을 찾아가 보아야겠습니다. 사진을 보니 또 먹고 싶어 집니다.


카야토스트가 너무 맛있었던 나머지, 저희는 카야잼을 구입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공항에서 “버렸습니다.”


저희는 돈을 아끼기 위해 위탁수하물 없는 항공권을 예매했기 때문입니다...

피눈물을 머금고 공항 쓰레기통에 카야잼을 버리고... 발리로 향했습니다.


한 번 더 작별 인사를 고하게 되었습니다.

“안녕, 카야잼. 안녕, 싱가포르!”


모릅니다,

언제 또 싱가포르를 마주하게 될 지도요.




그렇게, 발리에 도착했습니다.

어두운 오후에 도착했기에 숙소 체크인 후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습니다.


숙소는 말 그대로 “대만족”이었습니다.

3박에 30만 원 조금 넘는 곳이었는데, 풀빌라에 포근한 침대, 넓은 화장실과 좋은 분위기까지 마음에 안 드는 곳이 없었습니다!


물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발을 담가봅니다.

발리에서의 여행, 너무나 기대되는군요!




셋째 날

발리에서의 첫 아침이 밝았습니다. 청명한 날씨, 기분 좋은 스타트입니다!


숙소 주변에 있는 브런치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겼습니다.

발리의 첫 감상을 서로 나누며, 주위를 둘러보며, 식사를 즐겼습니다.


발리는 “신들의 섬”이라 불립니다.

거리를 걷다 보면, 바닥에 ‘짜낭사리’라고 하는 것들이 많이 보입니다.

아침이면 형형색색의 꽃들이 다채로운 색을 뽐냅니다. 야자수잎으로 만든 그릇에 담겨 있습니다.


처음에는 특이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관심 없이 지나칠 뻔했지만, 너무 많이 보이기에 검색해 보니 ‘짜낭사리’라는 이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발리는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힌두교를 믿는 섬이라고 합니다.

짜낭사리는, 하루하루의 평화에 대한 감사의 기도이자 찬양입니다. 신에게 매일 드리는 헌금 같은 것이지요.

꽃이 배치된 색과 방향 또한 각각의 힌두신들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하루를 열 수 있음에 감사하며, 그것을 열어 준 신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그 마음에 뭉클해집니다.


신들의 ‘섬’, 신들을 ‘섬’기는 발리입니다.




햇볕이 뜨거운 정오, 레기안 해변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여름에 샌들 혹은 슬리퍼 신는 것을 좋아합니다.

발에 스치는 바람이 좋습니다.

그리고, 물이 보이면 언제든 발을 담가 시원함을 맛볼 수 있어 좋습니다.


여름에 샌들은 저에게 필수템입니다.

다가오는 여름에, 또 샌들 생각이 납니다. 편한 샌들 하나 장만해야겠습니다.


해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뜨거운 기승을 부리던 시간엔, 숙소로 돌아와 시원한 물에 몸을 적셨습니다.


시원한 맥주, 그리고 피자와 함께 휴식을 즐깁니다.


해가 내려올 쯤 나선 플리마켓에서는,

하얀 담요와 나무 마그넷, 그리고 드림캐처를 샀습니다.

담요는 강아지에게, 마그넷은 냉장고에게, 드림캐처는 창문에게 내어줬습니다.


우리 집은 발리의 흔적이 낭낭한 집입니다.




해가 질 무렵, 레기안 해변으로 다시 향합니다.


이 날 본 노을은 눈에도 머리에도 가슴에도 잊히지 않습니다.

평온한 바다, 부드러운 파도, 짝지어 걷는 사람들과 강아지들, 그리고 익으며 저무는 해.


지구가 자전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해가 너무도 빨리 저물어 버립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 갑니다.

못내 아쉬운 해는,

커튼콜로 주황빛 하늘을 보여주고 갑니다.


아쉬워하지 말라며, 내일의 해는 또 뜬다며.



NEXT_

다음 이야기는 <발리; 신들의 섬(2)>입니다.
더욱 무르익을 발리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