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 생각을 빠르게 접게 만들어준 지금까지 난의도 최고의 도시
아테네에서 카이로로 넘어오는 비행기에서부터 심상치 않았다. 대부분이 이집트인들로 보였던 승객들 중 몇몇은 카이로에 착륙하자마자 아직 활주로를 달리고 있는 비행기에서 일어나 짐을 꺼내려했고 승무원이 4-5번을 방송으로 앉아달라고 한 후에야 말을 들었다. 게이트 도착 후에는 창가 쪽 사람들까지 빨리 나가려고 순식간에 복도로 밀고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보며 여기야말로 진짜의 향기가 난다고 생각했다.
공항에서 기본적인 도착비자 발급, 유심 구입을 마무리하고 다른 사람들은 게이트를 나갈 때 다시 한번 짐 검사를 했지만 나와 다른 한국 사람들은 여권을 보더니 그냥 통과시켜 줬다. 실내흡연이 가능한 나라답게 담배냄새가 곳곳에서 났고 그 유명한 택시 호객꾼 들을 몇 명 지나치며 우버 픽업 포인트로 나갔다. 공항 건물을 나서자마자 밤중인데도 대기오염으로 인해 뿌연 하늘이 보였고 평소에 미세먼지에 예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나임에도 우버를 타는 몇십 분 동안 바로 목이 칼칼함을 느꼈다. 남미에서 심했다고 생각한 차량 매연도 이 도시의 공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확실히 그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한 중동스러움이 느껴졌다. 신호와 차선을 넘나드는 차량들과 조명이 켜진 이국적인 모스크, 시내로 접어들자 펼쳐지는 남미보다도 더 활기차며 정신없는 도시의 모습이 이때까지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도착한 뒤 2일 후 아침에 한국에서 동행이 합류할 예정이었기에 다음 날이 이집트에서 혼자 여행하는 유일한 날이었다. 호스텔에서 조식을 먹고 별 계획 없이 나일강변으로 산책을 나섰다. 여행하는 내내 느꼈지만 카이로는 유독 아침에 스모그가 심하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날은 맑은데 마치 짙은 안개가 낀 것 같이 서울의 미세먼지보다도 훨씬 심각한 수준의 스모그 때문에 나일강변을 걸으며 상쾌한 아침을 맞으려는 나의 계획은 실패했다. 그래도 카이로는 언제나 혹여나 내가 심심할까 끊임없이 즐길거리를 제공해 준다. 다리를 거의 다 건넜을 때쯤 어떤 남자가 접근했다. 어디서 왔고 이집트는 처음이냐는 식의 일상적인 대화를 걸고 자기는 근처 호텔에서 밤새 시큐리티로 일하고 퇴근하는 중이란다. 당연히 바로 사기꾼의 냄새를 맡았지만 여행 첫날 사기체험이나 해 보자는 생각으로 하는 말들을 받아주었다. 전에 누구한테 배웠는지 한국사람이라 하니 연신 코리아 넘버원을 외치던 그는 오늘이 선거날이라며 (실제 선거일은 일주일 후였다) 주위 관광지들이 다 닫혀있을 것이라고, 대신 오늘만 여는 근처 바자르로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근처 시장에 데려다주고 그중 커넥션이 있는 가게로 데려가서 물건을 사게 만드는 수법이라 생각했지만 이미 사기체험을 하기로 마음을 먹어서 순순히 따라가 줬다. 그러나 역시 이집트는 내 생각을 한 단계 뛰어넘는다. 도무지 시장이 있을만한 위치가 아닌 골목으로 들어가더니 저기가 바로 바자르라고 한 가게를 가리켰다. 알고 보니 XX바자르라는 기념품점으로 데려온 것이었다. 가게 앞에서 앉아 쉬던 주인장은 우리가 접근하는 걸 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물건도 별로 없는 진열장 조명을 켜며 나를 환한 미소로 반겨줬다. 본인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수제로 만들고 다 사연이 있다며 파피루스와 향수를 팔려고 시도했지만 물건에는 관심이 없는 나는 계속 거절했다. 생글생글하던 주인장 표정이 굳더니 마지막으로 피라미드 투어나 하라고 던졌지만 이것마저 거절하자 조명을 탁 꺼버렸다. 기념품점을 나오니 삐끼가 역시 생글생글한 표정으로 팁을 요구했다. 사기체험을 했으니 비용은 지불하겠다는 생각으로 1달러를 적선했다. 1달러는 너무 적다며 10달러를 달라고 했고 내가 싫다고 하니 그럼 2달러라도 달라고 했다. 내가 1달러면 충분하다고 하니 고맙다는 말도 없이 굳은 표정으로 지폐를 낚아채 가버렸다. 삐끼와 기념품 샵 주인장 다 호구를 잡았다 싶으니 친절하다 돈이 나오지 않을게 보이니 바로 표정이 바뀌는 모습을 보며 왜 이집트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인류애를 잃어버린다고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 후에도 이 날에만 정말 많은 삐끼들이 말을 걸었지만 이미 사기체험을 한 번 했으니 더 이상은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교통 조심하라며 접근 후 관광지 쪽으로 같이 걷자 하는 사람, 자신은 삐끼가 아니라 선생이라 하는 사람 (평일 점심에 거기서 뭐 하세요?) 등 정말 다채로운 엔터테인먼트를 마주할 수 있다. 그래도 그냥 무시하거나 유하게 필요 없다고 넘기면 금방 떨어진다.
점심은 유일하게 조사해 놨던 이집트 음식인 코샤리를 먹었다. 마카로니, 밥, 튀긴 양파가루 등에 토마토소스를 얹어먹는 요리인데 가격이 정말 싸고 맛도 나름 한 끼 배부르게 먹기에 준수하다. 성인 남자가 먹어도 배부른 사이즈가 38파운드로 한화로 1600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듯이 100파운드를 내면 60만 거슬러준다. 점심식사 후 에너지가 많이 떨어져서 이 날은 숙소에서 쉬고 저녁도 다른 가게에서 코샤리로 해결했다.
다음 날에는 아침에 한국에서 오는 동행을 공항에서 픽업한 후 기자에 예약해 놓은 숙소로 향했다. 이집트는 시내 대중교통이 많이 혼란스러운 편이고 택시비가 저렴해서 동행이 있는 게 교통비 절약 측면에서 좋다. 카이로에서 몇 번 전철을 이용했던 것 빼고는 애초에 기자 피라미드 쪽에서 카이로로 나가는 방법은 외국인이 이용하기 힘든 마이크로버스밖에는 없어서 우버를 애용했다. 예약한 호스텔은 저렴한 가격에도 나름 옥상에서 피라미드가 보이는 곳이었다. 역시 오전에는 스모그 때문에 잘 보이지 않던 피라미드가 정오가 넘어가자 선명하게 보였다. 1.5km 정도 떨어져 있는데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기가 크게 보여서 CG로 배경을 입혀놓은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일단 이 날은 장거리 비행을 한 동행이 피곤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간단히 동네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쉬기로 했다. 그 와중에 점심을 먹으러 나가면서 물청소한 계단에서 미끄러져 상당히 아팠고 엉덩이에 계단 자국대로 멍이 들었다. 카이로도 길거리가 깨끗한 편은 아니었지만 기자는 정말 더럽고 냄새도 심했다. 기본적으로 비위생적인 곳에 피라미드로 출근하는 말, 낙타 등의 배설물과 사막의 모래까지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숙소에서는 주인과 그 동생이 계속 투어 영업을 해대는 터에 조금은 귀찮았다. 또 자기들이 환전도 한다며 현재 31 정도인 파운드-달러 공식 환율 대신 아주 좋은 환율이라며 32를 제시했다. 동행은 나쁘지 않다고 판단해 100달러만 바꾸려 했는데 그쪽이 자꾸 200달러 하자고 해서 넘어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금 이집트 화폐 가치가 폭락하는 중이라 다른 곳에서 암환전으로 40까지도 가능했다. 역시 하루라도 뜯기지 않으면 어색한 이집트다.
이슬람교는 새벽 5시경에도 기도를 하는데 이 시간이 되면 온 마을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타령 비슷한 소리로 기도시간임을 알려준다. 당연히 잠이 깰 수밖에 없다. 또 아침이 되면 호텔 앞 길이 피라미드에 출근하는 동물들과 마차가 지나가는 길목이라 상당히 시끄러워진다. 당연히 창문을 닫아도 방음 같은 건 없다. 그다지 개운하지 못한 아침을 맞으며 조식을 먹고 피라미드로 향했다. 삐끼도 적다고 하고 최적의 동선을 위해서 구글지도를 따라 피라미드 정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반 정도 오니 지도상으로 집들과 그 사이 길이 있어야 하는 자리는 이미 폐허와 쓰레기도 덮여 있었고 그것들을 넘어가니 길 자체가 철문으로 막혀있었다. 결국 큰길로 돌아서야 정문 쪽 입구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마차꾼 삐끼들은 이 길은 보행자는 출입 금지라며 마차를 타고 후문으로 가자고 하지만 가뿐히 무시해 주면 된다. 경찰서 바로 앞인데 경찰들은 뭐 하나 싶지만 이들이 사는 방식인 듯하다.
피라미드 입장료는 당장 두 달 전 블로그 글들보다도 30% 이상 올라있었다. 다들 별 게 없다고는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쿠푸 피라미드 내부도 들어가고 싶어서 유적지와 내부 티켓을 다 끊으니 거의 7만 원에 가까운 돈이었다. 물론 자국민과 아랍인에게는 5분의 1 수준의 입장료만 받는다. 안에 관리도 제대로 안 하면서 이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사전조사를 아예 안 하고 입장한 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아보며 돌아다녔다. 나는 꼭지에 대리석 마감이 남아있는 가운데 있는 피라미드가 쿠푸왕의 대피라미드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정문 바로 앞 피라미드였다. 도굴꾼들이 뚫어놓은 입구로 들어가는 내부는 매우 좁고 덥고 습했다. 대회랑은 가파른 경사와 규모가 인상적이었지만 그 외 왕의 방에는 정말 별 거 없었다. 피라미드 3개를 둘러보고 멀리 파노라마 전망대를 거쳐 스핑크스 앞까지 걸어 다니면서 거의 3시간을 유적지 안에서 보냈다. 사실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는 역사보다는 규모에 압도되는 곳이었고 12월이라 날도 덥지 않아서 만족스럽게 돌아봤다. 그와는 별개로 삐끼들과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았다. 그래도 악명처럼 끊임없이 들러붙지는 않았고 좋게 좋게 두세 번 필요 없다고 하면 물러섰다. 사진은 한 번 찍어주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 같아서 처음부터 잘 거절했다.
후문 근처 한 가게에서 샌드위치를 먹는데 주인 할아버지가 굉장히 친절하게 샌드위치 외에도 물, 감자칩, 차 등등을 공짜라며 챙겨줬다. 여기서 환전율 40을 제안해서 100달러를 바꿨다. 나가려고 샌드위치 값을 물으니 너희들이 만족한 만큼 up to you라면서 4개에 2만 원에 가까운 450파운드를 달라고 했다. 샌드위치가 대부분 개당 30 정도 하니까 누가 봐도 바가지 가격이지만 환전을 ATM에 비해서 800파운드 이득을 봤으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이후에는 뭔가 들어가서 쉬기에는 하루가 아까워서 콥트교 교회들이 밀집해 있다는 이슬라믹 카이로 지역으로 향했다. 유명하다는 Hanging Church는 도착했을 때가 이미 닫을 시간이라고 해서 3분 만에 빠르게 내부를 둘러보았는데 중동풍의 인테리어가 교회의 건축양식과 묘한 이질감을 주어서 신선했다. 근처 콥트교인들이 운영하는 수공예 상가로 보이는 곳에서는 이집트에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장식도 볼 수 있었다. 이미 해는 뉘엿뉘엿 지던 터라 근처에 있는 이집트와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모스크라는 아므르 이븐 알아스 모스크에 들어갔다. 모스크는 처음 들어가 보는데 이슬람교는 우상숭배가 금지되어 있어 그림이나 화려한 구조물이 없음에도 허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전체적으로는 교회의 위압감보다 평화로운 사찰의 느낌에 가까웠다. 넓은 내부에서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흩어져서 쿠란을 읽거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조금 앉아서 구경하다 보니 기도시간이 되어 신자들이 다 같이 한 줄로 서서 지도자의 선창에 따라 꽤나 긴 시간 동안 메카 방향을 바라보며 기도를 했다. 잘은 모르지만 이것 역시 특별한 허례허식 없이 개인의 수행에 중점을 둔 인상을 받았다.
기도가 끝난 후 다시 한번 모스크를 둘러보고 나가려는데 신자 두 명이 말을 걸어왔다. 이슬람 교리와 모스크에 대해 설명해 주길래 나도 궁금했던 점들을 이것저것 물어보며 거의 1시간 동안을 얘기했다. 특히 궁금했던 가운데 뚫린 부분에 대해 물으니 오래된 모스크들은 이곳과 같이 열려있는 구조로 만드는 게 일반적이고 단순히 채광과 환기의 목적이라고 한다. 전에도 무슬림들은 종종 만난 적이 있지만 그들과 종교를 주제로 길게 이야기한 것은 처음이었고 생소한 이슬람 문화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되어 신선했다. 나에게는 카이로 여행동안 가장 재미있었고 편안했던 시간이었다. 이슬람 국가를 방문하면 꼭 모스크에는 들어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 와중에 입구에 있던 신발 보관함에서 신발을 되돌려 받을 때에는 기부금을 요구해서 10파운드를 적선했다.
이집트 여행 특성상 지역 간 이동을 위한 교통 연결이 불편해서 카이로에 끊임없이 되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이집트 박물관이나 카이로 성채 같은 유적지는 다음에 보기로 하고 일단 이동 전 마지막 날에는 이슬라믹 카이로를 탐방하기로 했다. 이슬라믹 카이로의 대표적인 시장인 칸엘칼릴리 시장으로 향하는 우버를 잡았는데 타자마자 버스기사가 그 앞 도로가 경찰에 의해 막혀있을 수도 있으니 갈지 말지는 너희가 정하라고 했다. 하도 택시사기 얘기가 많아서 의심했는데 가까이 가보니 실제로 큰길에는 아마도 선거기간이기 때문인지 정말로 경찰들이 수없이 많이 깔려있었다. 그래도 별 무리 없이 목적지까지 도착했다. 칸엘칼릴리 시장은 지금까지 카이로에서 둘러본 곳들 중 가장 중동의 느낌이 진하게 났다. 시장은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을 파는 구역과 현지인들이 옷이나 완구를 구매하는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현지인 시장은 남미의 그 어느 도시의 시장보다도 사람이 많고 정신없는 곳이었다. 특히 이 날이 우리의 일요일 격인 이슬람의 기도의 날 금요일이라 사람들이 더욱 많았던 것 같다. 시장 위쪽으로는 중세 이슬람 통치기의 모습을 간직한 유적지들과 골목들이 있어 따로 내부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골목을 돌아다니며 중동 분위기를 느꼈다.
많은 사람에 기가 제대로 빨린 터라 다운타운 카이로로 도망치듯 이동했다. 한국인들에게 유명하다는 코샤리집에서 점심을 해결하는데 여기도 가격 장난질을 친 듯했다. 우리에게만 선불을 요구하고 영수증을 주지 않고 코샤리 2개와 음료 1개, 후식 값으로는 터무니없는 250파운드를 받았다. 아무리 한국돈으로 두 명이 1만 원 값이라고 해도 돈을 낼 때마다 개운하지 못 한 느낌이다. 이집트는 바가지를 써도 생활물가가 워낙 저렴해 딱히 먹을 것에 돈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오랜만에 커피를 사서 나일강에서 일몰을 봤다. 전에 스모그 때문에 건너편도 보이지 않았던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었다. 강변에 쓰레기만 좀 정리되고 산책할 수 있는 도로만 잘 놓으면 휴식하기 좋은 공간이 될 것 같은데 이런 공간의 부재가 카이로에서 전체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카이로를 떠나면 한동안 아시아 음식을 먹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원래 웬만하면 가지 않는 한식당이 있는 동네로 이동했다. 식당 근처에 쇼핑몰이 하나 있었고 가격이 궁금해 스포츠 매장에 들어가 보았다. 놀랍게도 아디다스 운동화나 트레이닝복이 우리나라보다도 비싼 20-30만 원대였다. 이런 쇼핑몰에서 부모 손을 잡고 다니는 아이들과 기자에서 갓 초등학교를 졸업했을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말을 몰며 호객하는 모습이 대비되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우리 나름의 빈부격차 문제가 있지만 이 이후 여기저기서 보이는 일하는 아이들을 보며 더욱 마음이 아프게 느껴졌다. 한식당에서는 달러나 원화로 결제하면 30퍼센트 할인을 해 준다고 해서 생각보다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했고 사장님께 물어보니 블랙마켓에서는 암환율이 40을 넘는다고 했다. 결국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 공식 환율로 결제되는 카드를 쓰면 쓸수록 손해인 구조다.
이런 생각으로 알렉산드리아로 이동하는 날 버스 터미널까지 우버를 이용할 때 결제수단을 현금으로 바꿔보았다. 물론 이집트가 택시 사기 얘기가 많지만 지금까지 우버는 따로 팁을 요구한 기사도 없었던 만큼 별일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앱에서 요금은 112파운드가 책정되었는데 기사가 오자마자 우리를 태우기도 전에 차 안에서 150파운드에 가자고 했다. 내가 됐다며 120파운드 줄 테니 그냥 가자고 했더니 얌전히 출발하는 듯했다. 1분 정도 달렸을까 갑자기 갓길에 차를 세우더니 되지도 않는 어설픈 연기로 차 고장으로 갈 수가 없어 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는 우버에서 청구된 기본요금 30파운드를 현금으로 요구했다. 내가 아무 데도 가질 않았는데 무슨 돈을 주냐며 계속 거절하니 알겠다고 보내줬지만 이미 우버 앱에서 다음 결제 시 자동결제가 되도록 청구해 놓은 상태였다. 한화로 1200원 밖에는 되지 않는 돈이지만 매사에 이런 식인 게 상당히 불쾌했다. 다행히 우버 앱에서 비정상적인 운행을 신고하는 기능이 있었고 돈은 바로 환불받을 수 있었다.
다시 페이팔로 결제수단을 바꾼 뒤 정상적인 우버를 타고 도착한 정류장에서 알렉산드리아행 버스표를 샀다. 버스에 짐을 싣는 직원은 짐에 태그 하나 둘러주면서 관광객, 현지인 할 것 없이 남자들에게만 당당히 팁을 요구했다. 정말 적은 금액이지만 남의 돈을 갈취하듯이 요구하는 모습에 그런 모습이 일절 없었던 남미 사람들이 그리워졌다. 여기에 비하면 정말 청결, 친절, 인프라 등 모든 면에서 남미는 정말 배낭여행 하기 좋은 장소다. 역시 이집트의 악명에는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