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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이 Jul 06. 2023

공황우울치료기_0회기

영원 같은 밤의 시간


디데이는 갑자기 도래했다


병원가기싫음병과 정신과약 안먹어 증후군으로 어떻게든 상담센터에서 해결해 보겠다고 몸부림 중이었다.

나름의 타협안(?)으로 공황장애나 신체적 증상을 좀 더 접해본 임상전공 상담선생님을 정해서 꾸준히 상담을 다니기로 결정한 거였다. 아직 선생님을 못 정하고 시간만 보내고 있었지만..

상담선생님이 설득과 회유(?)를 해주신다거나. 병원치료의 필요성을 강하게 어필해 주시면서 용기를 마구마구 불어넣어 주신다면 병원에도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은 커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수술 전 정신과의사 선생님이랑 심리검사해 주신 임상선생님 두 분 다 당연히 전문가고, 병원치료 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나도 아는데 이거시 무기력증인지 겁을 집어먹은 건지 병원에 갈 용기가 없는 것이다.

상담받으면서 약물치료 없이 임상선생님의 테라피(?) 같은 걸로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책 없이 현실도피 중이었다.


내 속은 매일같이 시끄러웠지만 겉에서 보는 나의 하루는 특별한 이벤트 없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살살 달래 가며 그냥저냥 지낼 수 있는 하루하루였다.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겼다.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천천히 알아보고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예전의 나라면 하루에도 몇 개씩 효율적으로 빠르게 쳐낼 수 있는 종류의 일이었다.

내 생각대로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으니까 숨이 막혀오고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내팽개치고 핸드폰만 바라보며 현실도피를 했지만 심장은 콩콩 뛰고 있었다.


밤의 시간이 오고 걷잡을 수 없는 불안이 밀려왔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추가사항을 발견했고 불편한 사람에게 연락을 취해서 서류를 받아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니 패닉이 왔다.


안전한  거실에 앉아있는데 덤프트럭이 달려와 덮치는(것과 비슷한) 감각이 온몸을 압도한다. 환각이 보이는  아니니까 눈앞에 실체가 없다는  나도 안다. 문제는 항상 이거였다. 나도  안다는 거다. 나를 압도하는 공포감도 질식감도  무엇 하나 실체가 없고 그저  몸이 느끼는 감각뿐이란  알고 있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뇌고 진정시키지만   시동 걸린 몸은 멈추지 않는다.

어떻게 이 감각을 잊고 살았을까 신기할 만큼 강렬하고 거지 같은 공황발작 전조증상이 손끝부터 머리칼이 쭈뼛설것처럼 온몸을 훑는다.

이건 내 고집으로 버틸 문제가 아니었다


밤새 집 주변 병원을 찾으며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아무 일 아니라고 실체도 없고 그저 내 뇌가 고장 나서 있지도 않은 공포를 느끼는 거라고 난 멀쩡히 숨도 쉴 수 있고 목이 졸리지도 않는다고 속으로 끊임없이 끊임없이 말해줬다 눈물은 줄줄 흐르고 온몸이 벌벌 떨리지만 아침까지만 버티면 병원에 가서 약을 먹고 괜찮아질 터였다

내가 미쳐버리는 게 아닌가 따위의 비이성적인 공포감도 강력한 약물로 금세 잠재울 수 있을 만큼 현대의학은 발전해 있다는 걸 반복적으로 상기한다

다 괜찮아질 거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는데 아무리 시계를 봐도 시간이 안 간다

영영 아침이 오지 않을 거 같은 공포에 미쳐버릴 거 같았다

밤의 시간에 갇혀버린 게 아닐까 따위의 생각이 들자마자 또다시 미쳐버릴 거 같은 두려움이 밀려왔고 미쳐버릴 거 같은 게 아니라 이미 미쳤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두렵고 길고 끔찍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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