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Superman~ 도와줘요!

<제4화> 현재동사: Superman 도와줘요!

by 미니 퀸

<제4화>

현재동사: Superman 도와줘요!


"여러분, 저번에 배운 be 동사는 어떤 애라고 했지요?"

"나대는 애요~!!!"

좋다. 학생들 목소리에 기가 들어있고 눈은 빛난다. 나대는 애를 떠올리며 학생들 입꼬리가 올라간다는 건 기대치가 올라간다는 걸 의미한다. 이제 그 기대에 부응하여 머릿속에 영원히 남을 수퍼맨으로 세뇌작업에 들어가야지.


"얘들아, 우리 현재어학원 건물 옥상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아니?"

"네? 옥상에 누가 살아요? 누가 사는대요?"

"그건 바로~바로~ 수퍼맨이야!"

"엥?" 학생들은 이건 또 뭔솔~ 이냐는 격한 reaction(반응) 보여준다.

이런 반응은 가볍게 무시하고 진행.

"옥상에 사는 수퍼맨은 he, she, it을 좋아해. 그래서 he, she, it이 나오면 귀가 쫑긋해져서 현재동사에 수퍼맨 S를 붙여버린단다."

나의 손은 9호선 급행열차~, 전자칠판 위에 수퍼맨을 그리고 치켜든 수퍼맨 두 손과 머리 위에 he, she, it을 사뿐히 얹는다. 가슴에는 커다란 역삼각형 속에 S를 빨갛게 박아 넣는다.

아이들은 고개를 쭈욱 내밀고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한 마디 할 기세다.


유능한 정치인이라면 군중이 입을 열기 전에 얼른 기선을 잡고 정신을 쏙 빼놔야 한다.


"뭔 소리냐고? 잘 들어봐."

난 재빨리 She란 단어를 매끄러운 전자칠판 위에 미끌어 뜨린다. "여기, She 가 있어. 이 소리를 듣자마다 Superman이 날아온다 이거지. "어? 나 불렀어?" 하고."

She 옆에 sing을 smooth 하게 잇는다. "날아온 Superman 은 현재동사인 sing 뒤에다가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s를 붙이는 거야." 전자칠판 위에 써 놓은 sing 뒤에 빨간 수퍼맨 s를 붙이는 충실한 비서, 내 손은 나와 손발이 척척 맞는다.

She sings.

노래만 하나? 춤도 춰야지.

She dances.

She jumps.

She spins.

난 광대다. 노래하고 춤추고 뛰고 빙빙 돈다. 이 한 몸 제대로 망가지며 반복해서 외친다. "Superman 에쓰~, 여기도 Superman 에쓰~, 저기도 Superman 에쓰~"


몸을 흔들며 두 팔로 그린 S 자에 아이들은 빵 터진다. 귀여운 녀석들 머릿속엔 한 팔을 쭉 뻗고 망토를 휘날리고 신나게 하늘을 날면서 S를 뿌리고 다니는 수퍼맨이 박힐 것이다. 아님 온몸을 뱀처럼 흔들어 S를 공연하는 4차원 선생이 남을까?

학생들은 여러 가지 문장을 만들면서 신이 나서 외친다. 수퍼맨~ 에에쓰으~여기도 에쓰으~ 저기도 에쓰으~ 수퍼맨 에에쓰으~!


이렇게 한참 신나 있을 때 난 정색을 하고 아이들에게 묻는다.
"얘들아~ 그런데 수퍼맨보다 힘센 사람이 있단다. 너네 그게 누군지 아니?"

"엥? 아이언맨이요?~ 헐크요~ 우리 아빠요~나요~블라블라(blah blah: 어쩌고 저쩌고)..." 난리도 아니군.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아 얼른 말을 자른다.

"그건 바로 저번에 우리가 봤던 깡패형아야~"

애들은 말도 안 된다고 항의하려 하지만 재빨리 난 펜을 든다.

"봐봐~ He washes his face every day. 이런 문장이 있다고 쳐. He를 듣고 수퍼맨이 와서 수퍼맨 s를 붙이려고 했겠지." 내 손은 화난 듯이 wash의 sh에 동그라미를 마구마구 덧칠한다. "요거 봐라~ 'sh땡땡'이라고 욕하는 소리를 들은 깡패형아가 지 친구가 여기 있는 줄 알고 침 찍찍 뱉으며 왔단다. 그리고 자기 흔적을 남기는 거지. 여기 벌써 es를 붙였잖아. 봐봐!" es에 형광색으로 줄 쫙쫙 긋는 손을 따라 아이들은 전자칠판에 빨려든다.

"어~ 그러네요. 깡패형아가 더 힘이 세네요. 그런데 쌤~"

"응, 그래. 왜?"

"깡패형아 이야기 한 번 더 해 주세요." 장화 신은 고양이에 나오는 눈 땡글한 고양이가 따로 없다.

나에게서 바로 반응을 못 얻어내자 아이들은 스텝 2로 돌진! "우리 그 이야기 다 까먹었어요. 그 부분 다시 공부하고 싶어요. 플리즈"


아! 얘들아, 너희는 다 계획이 있구나~!

쌤맘이 한 시간 전에 꺼내놓은 아이스크림처럼 흐물흐물 녹는구나...... 이럴 줄 알았지?!

으이구~ 까먹긴 뭘 까먹어. 그냥 욕하는 거 듣고 싶고 공부하기 싫으니까 이야기 또 해달라고 하는 거지, 뭐.

그러나!

뭐 아무려면 어때. 깡패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깡패이야기 해주마. 애들 머릿속엔 깡패에게 얻어터지고 줄행랑치는 수퍼맨이 저 멀리 도망가고 있을 테니.


Oops!(저런)

이 땅에 정의가 사라지고 갱스터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얼른 마무리해야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keyword
이전 03화나대는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