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야~ 나오너라!

<제5화> 현재동사 부정문, 의문문: 두더지와 놀자!

<제5화>

현재동사의 부정문과 의문문은 두더지를 부르자!

"얘들아~ 저번 시간에 배운 수퍼맨 S~ 기억하지?"

"네~!"

"수퍼맨은 누구를 좋아하지?"

"he, she, it~ 이요!!!"

오늘도 마구 지르는군. 우리 아이들은 대체 뭘 먹길래 호랑이기운이 나노? 아침에 호랑이 그림 콘플레이크 먹었나?

"얘들아~ be동사는 나대는 애라고 했잖아? 그런데 우리 수퍼맨이 s를 붙여줬던 일반동사 얘네는 엉뚱이들이야."

"엉뚱이요? 왜요? 어떻게 엉뚱한대요?"

"응~ 엉!~덩이가 뚱!~뚱하거든. 그래서 엉뚱! 얘넨 엉뚱해서 절대 안 움직이고 그냥 퍼질러있어."

맘 놓고 웃기에는 선생님이 너무 진지하게 이야기하니 그냥 키득거리면서 자기들끼리 소곤거린다. "엉뚱이래~크크"

근엄한 목소리로 키득임을 잠재우고 수업진행.

나의 소원은 학생들을 들었다 놨다 하며 몰입시키는 것.

그럼 다시 진지모드로 돌입해 볼까.

"이 엉뚱이들은 부정문을 만들자고 해도 안 움직이고 의문문을 만들자고 해도 꼼짝을 안 해요. 그럼 어떻게 해야겠어? 누가 대신 해줘야지. 그래서 우리는 두더지를 부른단다~"

칠판에 굵직한 선으로 두더지를 귀엽게 그려 넣으면 아이들은 두더지 모습에 또 흐물흐물 녹는다.

"선생님, 두더지 잘 그리시네요~! 그런데 갑자기 두더지가 왜 나와요?"

그래, 궁금증이 있을 때가 무엇인가 가르칠 수 있는 최고의 타이밍이지. 난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잽싸게 쓴다.

Do Does Did~ 두 더(스) 디(드)~ 두 더 디!

"아하! 두더디!" 서로의 혀 짧은 소리에 교실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된다.

너무 오래 웃으면 자기들끼리 또 소곤거리기 때문에 안된다. 흐름을 놓치기 전에 얼른 두더지와 엉뚱이를 연결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나.

"Do Does는 현재시제를 도와주는 애들이고 Did는 과거를 도와준단다. 오늘은 두더지에서 Do Does와 함께 현재시제를 연습해 볼 거야. 자자~, 부정문을 만들어야 하는데 엉뚱이가 꼼짝도 안 하네. 그럼 누가 달려온다고?"

"두더지요?"

"응~ 그래서 엉뚱이 앞에 두더지를 부르고 not을 붙여서 부정문을 만들지. 두더지를 앞으로 잡아 빼면? 의문문이 된단다. 참 쉽죠~잉!"

설명이 길어지면 학생들 눈에 지루함이 비치기 시작하니 후딱, "he,she,it은 두더지에서 does를 부르고 나머지는 두더지 do를 불러서 도와달라고 하면 된단다."

아직 뭔 소리인지 좀 알쏭달쏭한 학생들에게 예문을 주면 금세 'I got it.' 상태가 되리라.

전자칠판은 곧 예문들로 가득 채워지고 아이들 입은 다시 한 목소리를 내는 제비입이 된다.

I like dogs. "이 문장은 어떻게 부정문으로 만들지?"

"I don't like dogs~!"

They like pizza. "얘는?"

"They don't like pizza~!"......

이어서 의문문도 진행한다. 두더지를 계속 외치며~

They like pizza. "그럼 의문문도 만들어 볼까? 두더지, 앞으로 돌격!"

"Do they like pizza?"...... 목청 높은 아이들.

얘들은 영어시간에 스트레스를 풀고 가나 보다. 엄마한테 들은 꾸중, 친구들에게 느낀 서운함, 길 가다가 발에 걸린 돌멩이로 받은 아픔까지도 대답하며 지르는 소리에 다 들어있다.

어, 그런데 역시 3인칭이 나오니 실수를 가끔 하는 게 보이는구먼~

"주어가 he, she, it이면 두더지 does를 불렀잖아. 그 뒤에는 동사원형을 데려와야 하는 거야."

단순한 문법설명은 학생들에게 재미없기에 금세 잊어버린다. 3인칭으로 부정문과 의문문을 연습하는 건 아직 완벽하지 않네...

괜찮다! 나에겐 비밀병기가 있다. 다음 시간에 소환할 동원참치를 보면 자동으로 머리에 콕콕 박힐 테니, 오늘은 좀 틀려도 너그러움 발휘~ 실수도 해봐야 인간미 넘치는 법. 흠 우리 아이들은 인간미가 흘러넘쳐서 바닥까지 흥건하니 문제롤세.

인간미(실수미) 철철이지만 날마다 조금씩 자라는 우리 이쁜 아이들을 보며, 난 두더지 그리는 연습을 좀 더 해야겠다고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