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난 다르다고!
<제7화> 동명사와 부정사
<제7화>
동명사와 부정사: 엄마와 나의 차이를 알면 답이 보인다.
"바야흐로 서양말 실력은 늘어가고, 점점 문장은 길어지고, 뒤에 동명사를 써야 할지 to부정사를 써야 할지 헷갈리는 시점이 도래하였구나. 이제 스승의 진가가 드러나야 한다. 네가 기지를 발휘해서 서생들을 힘껏 돕도록 하여라!"
"네이~ 명령 받들어 모시겠습니다요. 전~하!"
점심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오늘따라 꾸벅꾸벅 책상 앞에서 비몽사몽~. 꿈속을 헤매다가 왁자지껄 교실로 난입(?) 해 오는 학생들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든다.
"Hello~ Teacher!" 우리 학생들은 뭘 먹어서 그런지 항상 에너지 레벨 만땅이셔.
"오~ 어서들 오시게나!"
헉. 어서들 오시게나? 에구. 잠이 덜 깼나 보다.
"그래 그래, 어서들 오너라. 어서 와~."
"쌤~ 오늘 동명사와 to 부정사 예습해 왔는데 외울게 왜케 많아요. 다 못 외우겠어요."
"그렇지? 그래서 오늘은 쌤이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지."
"그래요...?" 어째, 기대감이 없는 어조다. 어차피 일일이 다 외우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자포자기가 깔려 있어 목소리도 시니컬하다.
이 녀석들, 힘을 내야지.
"자, 그럼 비장의 무기. 짜잔~!"
엥? 이거 뭐지? 나 혼자 떠드는 느낌... 원맨쇼가 따로 없구먼.
이럴 땐 학생 이름을 예문 속에 넣으면 잘 통한다.
"오늘은 누가 주인공 하고 싶은고? 그래, 영식이가 주인공 하고 싶다고? 좋아~ 그럼 이제부터 영식이와 영식이 어머니 이야기를 좀 해 주도록 하지."
"선생님, 그거 패드립 아녜요?" 아니 뭔 솔? 얘들은 부모님 이야기만 나올라치면 다 패드립이래.
"에구~ 참! 우리 영식이 어머님은 오늘 우리 공부를 도와주시기 위해서 납시는 것이거늘 말이 많도다!!"
에구, 아직도 졸음모드인가? 오늘 자꾸 사극 말투가 나오네. ㅜㅜ
난 전자칠판 가운데에 선을 쫘악 그어서 양쪽을 나눈다. 왼쪽에는 '영식母(영식이 엄마)'라 쓰고 오른쪽에는 '영식'이라 쓴다.
"여러분, 우리 영식이 어머님은 앞 날을 잘 내다보시는 분이에요. 그래서 영식이 어머님 뒤에는 항상 to 부정사가 따라다니지요. 이 to 부정사란 녀석은 미래와 관련 있다고 보면 되죠. 자 지금부터 귀를 쫑긋 세우고 영식이 어머님이 뭘 원하시는지 들어볼까요?"
칠판은 이야기를 해 나가면서 필요한 동사로 채워져 나간다.
"영식이 어머님은 영식이가 잘 되기를 원하고(want 를 칠판에 쓰고) 희망하시죠(hope 쓰고). 그래서 영어교육에 대한 계획을 세우셨어요(plan 쓴다). 영식이에게 제일 좋은 학원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하시고(promise 쓰고) 알아보셨죠. 아 그런데 알게 된 거죠(learn 쓴다). '현재어학원'이 베스트라는 것을. 그래서 우리 학원을 선택해서(choose 쓰고) 보내기로 결정하셨답니다(decide 쓴다)."
오 뭐지? 하는 호기심이 약간 일어나는 찰나, 바로 영식이 코너로 넘어가 설명과 동시에 단어를 힘차게 갈긴다.
"우리 영식이에게는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답니다. 그래서 영식이 뒤에는 항상 ~ing가 오지요. 어쨌든 우리 영식이가 해야 하는 일은? 엄마의 말을 고려해(consider 칠판에 적고) 봤다면 회피하지(avoid 적고) 말고, 꺼리지도(mind 적고) 말고, 끝까지(finish 적고) 즐기면서(enjoy 적는다) 공부해야죠. 중간에 미루거나(postpone 기록하고) 포기하지(give up 기록하고) 말고 멈춤(stop 기록하고) 없이 공부해야 해요. 그만둘(quit 기록한다) 생각은 하덜덜 마쇼."
To 부정사 칸에 있는 동사들과 동명사(~ing) 칸에 있는 동사들을 가장 오래 기억될 방법으로 소개를 했으니 이젠 외울 차례다.
"자, 이제 딱 3분 줄게요. 왼쪽 영식맘 칸에 오는 동사 뒤에는 to 부정사, 오른쪽 영식이 동사 뒤에는 ~ing! 자 그럼 슬슬 외워볼까요? 3분 뒤에 칠판 지울 거예요. 영식엄마와 영식이 동사 다 쓸 수 있는 사람에게 캔디 나갑니다. 선착순 3명. 한 번 틀리면 기회 박탈."
캔디 소리에 모든 눈은 동공확장이요, 꾸부정 수그렸던 허리는 대나무처럼 꼿꼿해지고 빨리 외우느라 입은 따발총처럼 쉼 없이 움직인다.
달려들듯한 전투적 자세를 보니 오늘도 미션 complete 각이다!
역시 슈가(설탕)의 힘은 so sweet~. 서로 외워보겠다고 쭉쭉 뻗은 팔은 캔디를 열망하고 난 오늘도 이렇게 보람찬 하루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