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이의 연애동사, ❤ ❤!
<제8화> 동명사와 부정사
<제8화>
영끌이의 연애동사 뒤에는 동명사와 to부정사를 다 쓸 수 있지요~❤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이제 슬슬 연애에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 학생들 관심을 끌려면 연애 이야기는 필수. 오늘도 아이들은 기대를 가지고 교실로 들어온다.
"여러분, 전 시간에 동명사와 to 부정사 구분하는 것 기억나지요?"
"네~ 영식이와 영식이 엄마요. 영식이네 엄마가..."
아이들은 참 말이 많다. 하루종일 지치지도 않고 종알종알. 그래도 배운 거 복습하느라 말 많은 건 대환영!
"잘했어요! 그런데 요즈음 연애하는 사람 있니?"
"네~ 찬희가 여자 친구 있어요!"
"건우도 누구 사귄데요."
"아니거든? 야! 너도 여친 있잖아~"
에구, 실수. 왜 괜히 이런 거 물어봐서 교실이 들썩거리게 만들었는지 후회막급. 빨리 수습하자.
"오케이~오케이! 오늘은 영어를 너무 좋아해서 영어를 꼭 끌어안고 다니는 영끌이에 대해 이야기해 줄게."
"영끌?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학생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이란 말을 생각해 내기 전에 바로 스토리를 날린다.
"어젯밤에 쌤이 자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글쎄 영끌이가 쌤한테 전화한 거 있지~"
"네? 왜요?"
크크. 그래 물어라. 일단 관심은 갖는군~ 좋은 징조.
"영끌이가 뭐라고 했냐면~" 난 영끌이로 빙의해서 그럴싸하게 시무룩해진다.
"쌤, 사실 제가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는데요. 이번 주에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더니 바쁘다면서 못 간다고 하네요. 쌤, 저 어떡해야 하지요? 그냥 포기할까요?"
아이들은 영끌이로 빙의한 나에게 참 안되었다는 동정심까지 느끼는 것 같다. 표정들을 보니. 안쓰러워하는 표정조차 어찌 이리 귀여운고.
"그래서 쌤이 충고해 줬지~ 영끌아~ " 손은 전자칠판 위에서 해당하는 단어를 시원스레 써 간다.
"한 번 좋아하기(like, love, prefer, hate를 쓴다) 시작했으면(begin, start를 적고) 계속해야지(continue를 마지막으로 적는다)~ 그래야 나중에 사랑이 이루어지겠지~"
아직 뭔 소리인 줄 모르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형광색으로 동그라미 팍팍 쳐가면서 다시 반복해 주면 그제야 학생들은 신기하다는 듯 오~! 연발.
"원래 연애는 두 명이 하는 거니까 영끌이의 연애동사 뒤에는 동명사, to 부정사 모두 올 수 있단다. 아무거나 와도 다 맞아요~"
"엥? 그럼 안 외워도 되잖아요?"
으이구, 어떻게든 공부 안 할 생각만 하는 거임?
"안 외우면 큰일 나지. 연애동사 뒤에 원형이나 p.p.(과거분사)는 올 수 없으니까 그 자리에 올 수 있는 동명사와 to 부정사를 알아야지."
"어~ 그러네요~." 금세 풀이 죽는 아이들.
시무룩해질 필요까지야 없건만 아이들의 감정은 롤러코스터군. 다시 위로 올리는 건 선생 된 자로서의 사명! 자, 자~ 위로 올리자.
"영끌이의 연애동사 뒤에는 뭐가 온다고?" 난 목청껏 외치며 귓바퀴에 손을 대고 대답을 원한다.
"동명사와 to 부정사요!"
"그렇지, 그렇지. 그럼 영끌이의 연애동사는 어떻게 외워요?"
"한 번 좋아하기 시작했으면 계속해야지~!"
"그렇지. 한 번 좋아하기? 동사는?"
"like, love, prefer, hate~! " 한 녀석이 외치다 말고 손을 든다.
"그런데 쌤~ hate는 '싫어하다'인데 이게 어떻게 좋아하는 거에 들어가요?"
"엉~ 으, 그~그건... 에이. 너네도 나중에 사랑을 해보면 '애증'이 뭔 줄 알게 될 거야. 뭐 사랑하다 보면 사랑 때문에 그런 감정도 생길 수 있거든... 어쨌든, 그건 핵심이 아니고... 연애 상담은 나중에 개인적으로 해줄게. 다시 복습으로 돌아가자."
요즈음 애들은 그래도 질문을 한다. 7년 전 아이들은 그냥 외우던데.
"자. 다시~ 한 번 좋아하기 시작했으면 계속해야지! 좋아하기에 오는 단어는?"
"like, love, prefer, hate~!"
"시작했으면?"
"begin, start~!"
"계속해야지?"
"continue~!"
"멋지다! 멋져! 너희들은 모두 영끌이의 연애동사를 모두 잘 외우고 있으니 모두 멋진 연애를 할 수 있을 거야."
이 말에 모두의 입이 헤벌쭉 벌어지고 눈은 하트가 된다.
이렇게 오늘도 영어문법의 한 계단 위로 아이들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다.
연애동사를 배워서 그런지 오늘따라 우리 아이들이 더 사랑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