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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 Sep 27. 2024

이상하고 어려운 난임세계 용어들

인공수정 vs 시험관시술, 신선 vs 동결

난임병원의 문턱이 더욱 높게 느끼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난임세계에서 사용하는 용어들 때문이다. 인공수정과 시험관시술, 신선과 동결, 저자극요법, 자연주기 등 우린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단어들을 만나면 '이게 뭐지?'싶어 쉽게 예민해지고, 불안해진다.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은 난임병원에서 하는 시술 방식이다. 인공수정이 건강한 정자를 채취해 여자의 자궁에 넣어주는 시술이라면, 시험관시술은 정자와 난자 모두를 채취해 밖에서 수정을 시킨 후 수정된 배아를 자궁 안 쪽에 넣어주는 방식이다. 즉, 인공수정이 밥 위에 반찬을 올려주는 거라면, 시험관 시술은 숟가락에 밥과 반찬을 담아 입에 떠먹여 주는 것이다.


신선과 동결은 시험관 시술 당시 난자의 상태를 지칭한다. 이 달에 만들어진 신선한 난자를 채취한 배아를 시술하면 '신선' 시술이 되는 거고, 과거에 채취해 놓고 얼려놓은 난자를 이식 직전 해동하여 시술하면 '동결' 시술이 되는 거다. 신선 2차라고 하면 신선한 난자로 시험관 시술을 진행한 지 2번째라는 뜻이고, 동결 2차라고 하면 얼려있던 난자를 해동하여 시술한 지 2번째라는 뜻이다. 


인공수정과 시험관시술, 신선과 동결 중 임신 성공 확률을 따진다면, 인공수정보다는 시험관시술, 신선보다는 동결이 높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시험관 시술은 이미 세포분열이 된 좋은 품질의 배아를 자궁 안쪽까지 넣어주는 거라 착상만 잘 되면 임신이 되는 거고, 신선보다 동결이 유리한 이유는 동결된 난자 해동 시 품질이 많이 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품질로 살아남은 난자는 웬만한 신선 난자보다 생명력이 더 질기기 때문이다. 


우린 처음부터 시험관 시술로 진행했다. 인공수정 후 시험관으로 넘어가는 다수와는 다른 선택이었다. '할 있다'는 선생님 응원까지 들으니 이미 임신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고날에프라는 난포를 키우는 주사를 들고 의기양양 병원 문을 나섰다. 그리고 매일 아침 7시로 알람을 맞췄다. 주사를 맞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날밤 문득 회사 걱정이 됐다. 시험관시술을 시작하면 2~3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가야 하는 데 과연 갈 수 있을지, 회사에 난임 시술을 한다고 말을 해야 하는 게 좋을지, 남자들이 많은 조직에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이 됐다.


그날은 설렘과 걱정으로 유독 밤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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