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을 합치고, 말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너희 집은 돈관리 누가 해?
주변에서는 통장을 합쳐야 돈을 빨리 모은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통장을 따로 관리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가계의 모든 수입을 관리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돈을 모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엔 전제조건이 붙는다. 먼저, 경제권을 누구에게 줄 것인지 의견이 합치돼야 한다. 단순히 주변에서 돈관리를 여자들이 많이 한다며 아내에게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권은 둘 중 돈 관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가져가야 한다.
절약은 물론이거니와 돈을 불릴 수 있는 재테크 능력과 리더십까지 겸비해야 한다. 의견을 합치되지 않고, 어영부영 경제권 주체를 정하게 되면 부부 사이여도 '어디 한 번 잘하나 두고 보자. 실수하면 내가 경제권을 빼앗아 올 거야'라는 마음이 싹틀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전체적인 큰 그림은 부부가 함께 그려야 한다. 경제권을 넘겨줬으니 '알아서 돈을 많이 불려'라고 책임을 전가하거나, '그냥 믿고 맡겨'라며 배우자의 의견을 듣지 않으면 나중에 큰 화를 당한다. 돈을 모으는 목표를 함께 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한 세부 계획도 함께 정해야 한다. 그래야 돈을 모으는 그 길고 힘든 고행의 과정을 함께 잘 이겨낼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정기적으로 가계 재무 상황에 대해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통장을 하나로 합치면 생기는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돈관리를 하지 않는 사람은 집이 돌아가는 상황에 무관심해지고, 무지해진다는 거다. 한 사람만 가계 운영의 모든 걱정과 짐을 떠 앉고 있으면, 나 홀로 천하태평인 배우자가 원망스러워질 수 있다.
이쯤 되면 느꼈겠지만, 단순히 통장을 합치는 건 돈 모으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어설픈 통장 합치기로 가정의 불화를 불러올 수 있다.
신뢰의 경제학
'신뢰의 경제학'은 거래를 할 때 서로 간의 신뢰가 있다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주로 기업에서 많이 쓰는 용어지만, 부부 사이에서도 신뢰가 있다면 불필요한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다가 큰돈이 필요하면 그때 서로 통장을 오픈한다. 따로 관리해도 많은 돈을 모았다. 바라보는 곳이 같고, '나'가 아닌 '우리'에 무게를 둬서 가능한 일이다.
결혼 후 돈을 모으려면 통장보다 서로 바라보는 방향을 일치시키는 게 먼저다. 부부는 한 배를 탄 경제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꾸준히 소통하며 배를 운항해야 한다. 같은 목표를 향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당신을 원하는 목적지로 데려다줄 것이다.
통장을 합치고, 말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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