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경제학은 이렇게 말한다
각자 능력에 따라 일하고
각자 필요에 따라 나누어라
포도밭 주인은
아침 일찍 나가 하루 '1 데나리온'으로
품삯을 합의하고 일꾼들을 사서
자기 포도밭으로 보냈다
그 후 아홉 시, 열두 시, 오후 세시쯤에도
일꾼들을 사서 보내고,
오후 다섯 시쯤에 나가
아무도 사가지 않은 일꾼들을 밭으로 보냈다
저녁이 되어 일이 끝나자, 포도밭 주인은
관리인에게 나중에 온 일꾼부터
'1 데나리온'씩 품삯을 지급하라고 지시한다
그러자, 아침 일찍 와서 시작한 일꾼들은
품삯을 더 받으려니 기대했는데
오후 다섯 시에 온 일꾼들과
똑같은 '1 데나리온'의 품삯을 받게 되었다
친구여, 내가 당신에게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요
당신은 나와 '1 데나리온'으로 합의하지 않았소?
당신 품삯이나 받아 돌아가시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포도밭에 제일 늦게 와서 일을 한 일꾼들과
똑같은 품삯을 받게 된 처음 온 일꾼들이 불평을 하자
포도밭 주인이 한 말이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가 실패한 원인들 중 하나,
자본주의가 스스로 파국을 맞이하게 될
가장 결정적인 원인들 중 하나를 잘 설명해 주는 일화다
우리는 공정한 세상을 원한다
그런데 우리가 갈망하는 그 공정 속에는
자신의 노력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원하는
아주 인간적인 욕심이 자리 잡고 있다
인생은 근원적으로 공평하지 않다
인간 세상은 본질적으로 불공평하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
부유한 환경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사람도 있고
막강한 재력을 가진 부모 밑에서 태어난 사람도 있다
유전의 은총을 받고 매우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태어나
응시하기만 하면 모든 시험에 합격하는 놀라운 수재도 있고
남들보다 탁월한 끈기와 집중력을 선물로 받아
자기 분야에서 빠르게 앞서 나가는 독보적 인물도 있다
빼어난 외모와 목소리, 멋진 체형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도 있고, 강인한 체력을 물려받아 씩씩하게
육체노동으로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에
태어나면서부터 기형으로 태어난 사람
지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
아주 어렸을 때 고아가 된 사람
약한 체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
병약한 몸과 체질을 타고난 사람들도 있다
인생은 시작점부터 전혀 공평하지 않다
하나님의 포도밭에서는
내가 노력한 만큼 다 내 것이 되지 않는다
그런 셈법이 공정한 것이거나 정의로운 것으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남들보다 6배의 몫을 해낸다
그런데 그가 필요한 건 2.0만큼의 몫이다
능력이 평범한 사람은 1만큼의 몫을 해낸다
부양가족이 있는 그가 필요한 건 2.5만큼의 몫이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남들에 비해
2분의 1 정도의 몫만 해낸다
그렇지만 부양할 사람이 많은
그가 필요한 건 3.0만큼의 몫이다
공정의 논리와 그에 따른 보상에만 집착한다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6을 가지고
평범한 사람이 1을 가지며
부족한 사람이 0.5를 가지는 게
가장 합리적이며 타당하다
그렇지만 한정된 자원과 시간을 고려할 때
이런 계산 방식은 사회 구성원 거의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부처의 연기설에 따르면
우린 모두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으로
촘촘하게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조금씩
가난해지려 하면 아무도 가난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구성원 모두가 돈에 눈이 멀어
맹목적 공정과 경쟁의 자유,
노력주의와 능력주의를 부르짖으며
덮어놓고 부자가 되려고 하면
역설적으로 극소수만 계속 부자가 되고
나머지 다수는 계속 가난해진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각자 능력에 따라 일하고
각자 필요에 따라 나누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