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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un 21. 2024

수국이 아름다운 이유

추위를 잘 견뎌야 꽃을 피운다

운동을 다녀오는 길에 한 아파트 단지를 지나오는데 단지 화단에 수국이 만개해 있었다. 수국꽃은 크고 풍성하게 피기 때문에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나 비현실적으로 예쁜지, 조화를 심어놨나 의심이 들기도 했다. 수국은 여름 꽃이다. 색만 봐도 여름 느낌이 난다. 파릇하다 못해 새파란 무성한 잎 사이로 여름을 품은 파랗고 붉은 파스텔색 꽃이 핀다.




꽃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알 정도로 수국은 아주 유명한 꽃이다. 수국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같이 물들어 몽글몽글해지는 것 같다. 잎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깻잎과 닮았기 때문이다. 깻잎이 수국잎이 아닐까 심각하게 생각할 정도로 정말 비슷하게 생겼다.


이번에 알아보니 수국은 종류가 참 다양했다. 그리고 꽃색은 토양의 산성도 때문에 달라지는데 산성에 가까울수록 청색을 띠고 알칼리에 가까울수록 붉은색을 띤다고 한다. 과학시간에 배웠던 리트머스종이가 생각났다. 리트머스 종이 색과는 반대지만 꽃잎을 보고 토양의 상태까지 살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수국은 물을 좋아해서 여름, 특히 장마가 지는 딱 지금부터 피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어디서든 수국에 빗물이 맺힌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수국을 보면 할머니 생각이 난다. 할머니는 식물을 참 잘 키우셨는데 이맘때 할머니집에 가면 어김없이 수국이 곱게 피어있었다. 대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입구에 꽤 크게 자란 수국을 두셨는데 참 예뻤다. 할머니도 유독 수국을 참 좋아하셨다. 노지가 아닌 화분에는 키우기 어렵다고 하는데 할머니의 수국은 화분에 있는데도 햇빛이 잘 안 드는 곳에 있는데도 매년 꽃을 피웠다.


할머니에게 다른 비밀이 있는 것일까.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은 수국은 겨울나기를 잘해야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습기에는 강하지만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겨울을 잘 못 보내면 시름시름 앓다가 시들거나 살더라도 꽃은 피우지 않는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몇 년 동안 깻잎만 실컷 보게 된다고 한다.


할머니는 그 사실을 아셨을 것이다. 여름에 꽃을 피우기 위해 겨울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춥고 건조한 지난한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겨울부터 보살피셨을 것이다. 그런 손길에 보답하고자 수국은 겨울 동안 참 잘 견뎌냈고 해마다 꽃을 보여주었다.


로맨틱한 수국을 보고 깻잎타령이라니. 그래도 어쩌나 깻잎 같은걸.


요즘 날씨도 덥고 집중도 안 돼서 계속 다운돼 있었다. 하지만 수국을 보면서 생각했다. 지금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다고 자책하지 말자고 말이다. 발전하는 방향으로만 가고 있다면 꽃 피울 날은 곧 다가올 것이다. 그러니 수국이 그랬던 것처럼 잘 견뎌내자고 다짐했다. 화려하게 꽃 피울 날을 그리며 행복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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