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는 케이크
가족이나 친구들 생일에는 단골 케이크 가게에 가서 레터링 케이크를 주문한다. 하지만 내 생일 케이크는 올해부터 내가 만들게 되었다. 모양이 볼품없고 맛도 부족하지만 건강한 재료로 만든 빵이라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어서이다. 생일은 지났지만 그때 만들었던 케이크를 소개하려고 한다.
빵을 좋아하지만 밀가루와 설탕을 줄이면서 거의 먹지 않게 되었다. 다행히 비건빵이 유행하면서 집 근처에 가게가 생겼고 빵이 먹고 싶을 때면 가끔 사 먹는다. 단, 비건빵은 버터, 계란, 우유 같은 동물성 재료가 안 들어간 것이지 밀가루, 설탕이 안 들어간 건 아니기 때문에 통밀인지, 무설탕인지 잘 보고 먹어야 한다. 하지만 케이크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케이크는 생크림으로 장식하는데 생크림을 만들 때 설탕은 빠질 수 없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건강한 재료로 만드는 빵을 발견했다. 사실 빵이라기보다 찜에 가깝다. 사과, 당근, 계란, 아몬드, 4개만 넣고 만드는 것인데 제법 빵 같은 모양이 난다. 익힐 때 동그랗고 깊은 용기에 넣으면 케이크 같았다. 이 빵으로 케이크를 만들면 생크림으로 장식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만드는 과정도 간단하다. 사과와 당근을 믹서기에 갈 수 있는 크기로 대충 자른 후, 믹서기에 넣고 계란과 아몬드도 같이 넣어 갈아준다. 여기에 시나몬 가루를 조금 넣으면 향긋해서 맛이 더 좋아진다. 간 반죽은 오일을 발라둔 용기에 넣어 랩을 씌워 전자레인지에 8분 정도 익히면 된다. 반죽은 익으면서 계란 때문에 부풀다가 가라앉기 때문에 용기에 가득 채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바로 먹어도 맛있지만 식혀서 냉장고에 하루 두었다가 다음날 먹으면 촉촉해져서 맛이 좋다.
케이크 흉내를 내기 위해 윗부분만 장식을 해보기로 했다. 요즘은 요거트용 견과류와 건과일이 잘 나온다. 케이크 모양을 내기위해 장식을 해주었다. 대신 고정을 위해 비건초코크림을 조금 바른 후 올렸다. 그리고 예전에 친구가 준 스마일 미니초와 여유 있게 챙겨둔 핑크색 초를 꼽았다. 시중에 파는 케이크에 비하면 많이 소박하지만 생각보다 만족스러워 행복했다.
가족이나 친구들은 이 케이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재료가 무해한 만큼 맛도 무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먹는다. 주위 사람들도 좋아하는 환영받는 케이크면 더 좋았겠지만 내 생일이니 나만 만족해도 좋다. '생일인데 케이크까지 만들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내게 맞는 케이크를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내 취향과 기준은 내가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이제 매년 생일 때마다 만들려고 한다. 돌아오는 생일에는 크림도 만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