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의 음식

내 몸에 미안할 때 먹는 콥샐러드

by 샤이니율


콥샐러드는 베이컨, 닭가슴살, 콘옥수수, 올리브 등과 각종 채소를 잘게 잘라 치즈나 소스를 듬뿍 올려먹는 음식이다. '콥'이라는 말은 자르다는 의미인 줄 알았는데 처음 만든 셰프의 이름을 따온 것이라고 한다. 간단하고 맛있는 데다 보기에도 좋아서 브런치나 간편식으로 인기가 좋다. 메인요리로도 좋고 곁들임용으로도 괜찮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콥샐러드를 나는 속죄의 마음으로 먹는다. 평소에는 밀가루가 없거나 설탕을 적게 넣은 건강한 집밥 위주로 먹지만 가끔 금기를 깨버리고 안 먹던 음식을 먹을 때가 있다. 여러 사람들과 같이 식사를 해야 하는데 마땅히 내가 먹을만한 것이 없을 때다. 그렇다고 내 스타일을 계속 고집할 수 없어 사람들과 함께 일반 음식들을 먹는다. 짜장면, 탕수육 등 예전에는 좋아해서 많이 먹었던 음식을 오랜만에 보니 눈이 돌아갔다. 잠깐의 고민이 무색할 만큼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또 얼마나 맛있던지. 어쩔 수 없이 먹는 사람치고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


머리로는 '조금만 먹자.', '여기까지만 먹자'라고 다짐하지만 마음과 다르게 손과 입은 먹느라고 바빴다. 이미 맛을 알아버렸으니 멈추기 쉽지 않다. 주위에서도 가끔 먹는데 괜찮다고 무거운 마음을 덜어주니 맘 편히 먹었다. 하지만 다 먹고 나면 죄책감이 몰려온다. 그동안 해 온 노력이 아깝지 않냐며 스스로를 몰아세운다. 거기다 안 먹던 음식을 먹었으니 밤새 소화가 안되고 갈증이 나서 고생을 했다.


다음날 일어나 물 한잔을 마시고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건강하게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냉장고에 채소가 있는지 찾아본다. 그리고 아침에 먹고 남은 찐 고구마와 삶은 계란도 보탠다. 채소는 오이와 토마토 당첨이다. 오이, 고구마, 계란은 껍질을 까고 오이는 씨도 빼낸다. 그리고 모두 비슷한 한 입 크기로 깍둑 썰어 한 접시에 고르게 담아준다. 속죄하는 음식이니 소스는 어림없다. 대신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을 뿌려준다. 색이 예뻐 맛있을까 잠깐 기대를 했지만 역시 맛이 없다. 오이는 오이맛만 나고 토마토는 토마토 맛만 난다. 맛이 없어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을 때 고구마를 한 입 먹는다. 단 맛이 있어 그나마 먹을만하다.


샐러드가 한 끼가 될까 싶지만 먹고 나면 꽤 든든하다. 거기다 오늘은 건강하게 먹었으니 마음도 편하다. 한 끼 고작 이렇게 먹었다고 어제 먹은 음식들이 안 먹은 게 될 순 없지만 마음의 짐은 조금 덜었다. 세상에 맛있는 음식은 너무 많다. 선택지가 있을 때는 최대한 선택해서 먹고 그럴 순 없을 땐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맛있게 먹자. 더 오래 건강하게 먹기 위해서 여유를 가지자. 그리고 오늘의 콥샐러드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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