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이 넘었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자전거도 못 타는 뚜벅이다. 일곱 살 유치원 때다. 운동장에서 반을 나누어 자전거 타기 시합을 했다. 친구의 손터치 바통을 이어받은 나는 호기롭게 자전거에 올라탔다.
페달에 발을 올린 순간, "어? 왜 안되지?" 반대편 페달을 세게 밟은 순간~
드디어 자전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이게 아닌데' 내 자전거는 뒤로 움직이고 있었다.
페달을 앞으로 가도록 밟아야 하는데
패닯 밟는 법을 몰랐던 나는 반대로 밟았고~
긴박했던 자전거 시합은 갑자기 뒤로 가버린 나 때문에 어이없이 끝나버렸다.
일곱 살의 자전거는3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거꾸로 가고 있다. 그것도 마치 지금 타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꼬리 물기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본다. 일곱 살의 나보다 더 어린아이들이 자전거 타는 모습을.
그러다, 본다. 함께 걷는 엄마의 힘찬 응원과 뒤를 지키는 아빠의 우직한 믿음을.
그러다, 본다. 복잡한 대도시 올라가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고 2주 퀵 코스로 취득한 운전면허증을.
면허를 땄다.
벌써 10년, 갱신 기간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10년 동안 운전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장롱 면허다.
절대 불가.
면허 없는 게 여럿의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며 걱정했던 지인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보란 듯이 한 번에 면허를 땄다.
면허 취득 한 달 즈음.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절대 안정이 필요했던 극초기 안정기를 시작으로 3년 정도 운전대 잡을 일이 없었다.
교통 혼잡한 대도시에서 이사한 어느 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신랑에게 운전 연수를 부탁했다. 신랑과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그 한 가지를 하고 말았다.
위험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신랑은 40여분 동안 나를 동네 골목길로 인도했다. 완전 초보 운전자에게 골목 운전을 연습하라고 시킨 사랑 많은 신랑님 덕분에 나는 그 후로 10년 가까이 운전석에 앉을 일이 없다. 겁 많은 아내에게 아이의 생명까지 담보해서 운전대를 맡길 수 없었던 신랑의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러다, 본다. 운전 못해서 환갑 훌쩍 지난 오늘까지 평생 뚜벅이로 주춤거리는 우리 엄마를.
그러다, 본다. 주말, 방학, 모임 있는 날이면 짐 가방, 어린 둘째, 큰 첫째까지. 온몸과 정신으로 분주한 뚜벅이 내 모습을.
그러다, 본다. 어린 시절 어느 날, 자전거 가르쳐주시겠다며 안장을 붙잡던 그날의 우리 아빠를.
논두렁으로 굴러버린 딸을 털어주며, 아빠가 태워줄 테니 위험한 자전거 혼자 타지 말라고.. 그 뒤로 평생~ 자전거 안 가르쳐 주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