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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의 빛 Jun 26. 2024

아흔 번째 여름

아흔 번째 여름


                                                                     - 사랑의 빛 -


저녁 어스름,

넝쿨을 타고 화려하게 큰 꽃을 피우는 클레마티스

진한 여름의 향기에 취해 눈을 감으니

마른 빗물의 물줄기가 굳은 길이 보인다


한여름 소나기,

덥고 습해도 여름 즘의 더위는 잘 견디는 만데빌라

깊은 여름의 물살에 떠밀려 눈살을 찌푸리니

뜨거운 열기가 하늘 끝에 맞닿은 갈림길에 선다.


하늘거리는 꽃잎의 레이스 같은 소녀의 감성으로 설레던 여름날의 배롱나무처럼

이제는 안녕 앞에선 아흔 번째 여름을 맞이한

노따님의 오늘이 빛난다


포레스트웨일

[ 햇빛이 뜨겁다 여름이 왔다 ]

투고 글 중에서


지난해 여름날 저녁이다.
주방에서 넘어져 고관절 수술받으신 할머니.
입원부터 요양원 생활까지 1년이 다되어간다.

얼굴 가득한 주름이 아흔 인생의 굳은 길이 되었다.

젊은 미망인으로도 아렸을 어느 날에
자식을 앞세운 어미의 멍든 가슴에도
만데빌라 꽃처럼 잘 살아내며
어느덧 하늘 끝에 맞닿아있다.

어린아이처럼 반찬투정을 하고
예쁜 옷 입고 싶은 소녀의 감성은
아흔의 여름에도 여전히 화려하다.

나는..
다....
이해할 수 없는 세계지만...

그래도 이 땅 마지막까지..
온전한 정신으로 마주하다 하늘 집으로 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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