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된 이야기가 있다. 신입 직원이 근무 중에 무알콜 맥주를 마시는데 이게 말이 되냐는 글이었다. 여론은 나름 팽팽하게 갈렸다. 무알콜이면 그냥 음료와 같은 것인데 무슨 문제냐는 파와, 아무리 무알콜이라도 직장에서는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파였다. 두 주장 다 일리가 있어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없는 개인의 가치 판단의 영역으로 보였다. 첨예하게 대립하며 갑론을박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예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삼 년 전에 독일로 출장 갔을 때의 일이다. 현지의 협력사 엔지니어들과 미팅을 하고 있는데, 미팅 와중에 그들이 정체불명의 검은 물을 홀짝홀짝 마시는 게 눈에 띄었다. 처음엔 커피인가 싶었지만 약간의 탄산이 있는 것이 커피는 아닌 것 같았고, 대체 저게 뭘까... 한참을 궁금해하다 의문이 풀린 것은 동행했던 협력사의 한국 직원분에게 물어보고 난 후였다. 그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셨다. "맥주요, 흑맥주." 그 얘기를 듣고 보니 과연 흑맥주였다. 심지어 회사 안의 직원용 카페에서는 맥주를 팔기까지 하고 있었다. 적잖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근무 중에 맥주를 마시는 게 문제가 될까? 물론 독일 사람들은 맥주 한두 잔 정도는 술이 아니라 음료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마치 커피나 차를 마시듯 그냥 홀짝이는 것이고, 과하게 취한다면 제아무리 독일이라도 문제가 될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근무 중에 맥주를 마시는 건 아무리 열린 기업이라도 상상하기 힘들다. 무알콜 맥주에도 이렇게 난리인데, 진짜 맥주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근무 중 무알콜 맥주 섭취에 대한 내 생각은? 글쎄... 무알콜이면 상관없지 않나 싶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할 것을 고려, 머그컵 같은 데에다 담아서 마시는 센스를 발휘했다면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가치 판단의 영역인 문제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좋으니까 말이다. 다만 이 논란을 보고 있자니 그 한국 직원분의 미소가 떠올랐다. 뭔가 민망해하면서도 나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알 수 없는 미소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