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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의투영 Sep 01. 2024

나에 삶의 조각들

42. 사랑의 하츄핑

 작은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극장에 가는 날이다. 방학 동안 개봉을 했지만 시간을 내지 못했다.

방학이 짧아서 계획했던 일들을 다하지 못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겨울 방학이 길다 하고 하지만 활동의 제약이 많다. 나의 본업이 시작되고 이익 창출을 위해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쉬는 날이 없는 건 아니지만 체력을 위해 휴식이 필요하다.

벌써부터 고민을 한다. 이 번 겨울 방학에는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미리미리 준비해두어야 그에 맞게 일도 일정을 맞춘다. 아이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작은 아이는 한 번 약속한 것은 무조건 해야 한다. 그래서 무얼 해볼까?라고 묻기가 가끔은 무섭다.

계획이 생기면 달력에 날짜에 맞게 해야 할 일을 적어 놓아야 한다.

계속 언제 가냐고 묻기 때문이다. 날짜와 시간이라는 계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집요하게 물었다.

몇 밤 자고 갈 거야는 소용이 없었다. 몇 월 며칠 무슨 요일을 적확하게 알려 줘야 한다.

타협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루 더라도 한 번 뱉은 말은 지켜야 했다.


티니핑을 좋아해서 종류별로 하나씩 모으다 보니 책상 위를 가득 채워 갔다.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보다가 한참 시즌이 지난 캐릭터를 사내라고 떼를 쓰면 난감하다. 인기 많은 캐릭터는 구하기도 힘들고 돈이 더 붙어서 비싸지기도 했다. 등골핑, 파산핑 등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사랑의 하츄핑'이라는 영화의 개봉 소식을 들은 작은 아이는 휴대폰을 드리 밀면서 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 개봉하면 볼러 가자. 이 말을 한 달 동안  계속해서 반복했다.

개봉하고 일주일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계속 매진이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예민한 청각이 발동해서 주위 시선에 신경이 쓰일까 봐 피하기도 했다. 방학이 일찍 끝나버려서 잠시 잊은 듯했다가 다시 조르기가 시작되었다. 개봉한 지 3주가 지났으니 볼만 한 사람들은 다 봤을 것 같았다.

그래 가보자. 토요일 첫 상영을 예매했다.


큰 아이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다.

"예? 제가요?"

"응. 동생이 좋아하는 것도 같이 보고 너도 애니멘션에 관심이 많으니까 여러 가지를 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럴까요? 한 번 가보죠."

작은 아이도 오빠랑 가서 좋다고 했다.


주말 아침은 몸이 저절로 기억하는 시간이 확실하다. 어쩜 몸이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는지.

작은 아이는 들떠서 새벽에 일어나 엄마가 일어났는지 계속 확인 중이었다. 저렇게 좋을까? 싶다.

머리를 감겨 말려 주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보내고 큰 아이를 깨웠다.

아침은 간단하게 과일로 챙겨 먹었다. 큰 아이는 차를 타고 극장으로 가는 동안 '사랑의 하츄핑'의 순위와 평점을 확인했다. 리뷰도 읽어 보다가 엄마도 아이도 많이 울었다는 글이 있다며 슬픈가? 했다.


큰 아이와 나는 슬퍼도 울지 않기로 하면 T인척을 해보자라는 말이 나왔다. 남편은 T라서 '영웅'을 보면서 펑펑 울었던 나와 큰 아이와 달리 눈물이 나 올 뻔했다고. 너무 감동적이었다는 게 다였다.

사람마다 표현 방법은 다르니까.

팝콘 젤 작은 사이즈와 주스, 콜라, 아이스티를 사들고 5관 앞에서 두 번 째줄 스크린 중앙에 앉았다. 관람석은 거의 가득 찼다. 아이들은 팝콘을 먹는 게 습관 처럼 되어있었다.

어린아이들이 많이 있었고 관람에 익숙해 보였다. 몇몇의  아이들은 신이 나는지 큰 소리가 났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모두 몰입하였다.

5관 상영관에서는 모두가 노래도 따라 부르면서 즐길 수 있다는 문구가 나오고 아이들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 조명은 끄지 않는다고 한다.


뮤지컬 형식의 영화 같았다. 우리나라 애니멘션이 많이 발달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고 노래는 아름다웠다. 성우가 되려면 노래도 잘 불러 야 하네.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작은 아이는 집중해서 열심히 보고 있었다. 팝콘으로 향하던 손도 움직임을 멈추었다.

큰 아이도 몰입해 이었다. 아직은 순수한 우리 아이들.

거의 끝날 무렵부터 감동과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상영관 안은 너무도 조요 했다. 아이들의 웅성임도 없다.

엔딩 크레디트가 다 끝나 도록 기다렸지만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 뭔가 서운한 느낌이었다.

그 후의 이야기가 짤막하게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큰 아이와 나는 T인척 하기를 실패했다면 웃었다. 우리는 F인 걸로. 작은 아이는 T라서 재미있었다가 끝이었다. 영화를 보면 4시간의 주차 시간을 준다. 식당에서 우동 한 그릇을 먹고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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