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할인간 Feb 02. 2024

나에 대한 고찰

22. 백향과(패션프루츠)

몇 년 전 카페활동으로 알게 된 백향과라는 과일에 호기심이 생겼다. 너무 생소하기도 하고 열대나무에

푹 빠져 있는 상태라 너무 궁금했다. 백향과, 패션프루츠, 그라나딜라로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주위에도 농사짓는 분이 계실까 하는 생각에 검색을 하다 보니 한 농가에서 열매 구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아이들과 시부모님을 모시고 나들이 삼아 다녀오기로 하고 농가를 방문했다.

초 겨울이 시작되고 있어서 백향과 수확은 거의 끝난 상태였지만 수확해 놓은 과일을 살 수 있었다.

농장주의 설명도 들으면서 찬찬히 둘러볼 수 있었다.

남편은 우리도 농사를 짓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어떤 과일인지 맛보고 싶어서 왔다고 설명을 했다.

같은 농부라서 그런지 이야기도 잘 통하고 애로 사항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아는 사람만 아는 과일이었다.

동남아 여행을 가면 먹는 과일 중에 하나 이기도 했다. 개구리 알 같은 속 비주얼에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농장에서 시식해 보라며 주신 과일은 첫맛이 강렬했다.

눈을 뜰 수 없게 시큼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의 느낌이 나는 것 같다. 남편이나 시부모님은 치아가 녹는 맛이라고 했다. 레몬을 좋아하는 큰 아이에게는 맛있는 과일이었다.


원어치를 샀다. 농가방문 찬스로 한 보따리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다. 설탕에 절여지면 맛없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개구리 알 같은 씨앗과 과즙이 꿀병으로 2병 가까이 나왔다. 설탕을 청담을 때처럼 1:1 비율로 넣고 3일을 실온에 두고 맛을 보니 나쁘지 않았다.

물에 타 먹어 보기도 하고 탄산수에 타 먹어 보기도 했다. 상큼하고 달콤한 음료가 되어 우리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빠르게 꿀병을 비워 냈다. 지금은 여름에 카페에 가면 흔한 음료가 되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농가의 애물단지였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 특수작물로 기술원, 기술  터에서 장려를 했었다. 열대작물이라서 성장도 빠르고 겨울 가온은 필수였다. 처음 시도를 했던 사람들은 쓴 실패를 맛봐야 했다.

키우는 것도 생소한 데다 판로는 직접 개척해야 했다. 활용도를 몰라서 판로 개척이 어려워서 패기 되고 농사를 접기도 했다. 선도 농가는 이런 경우가 많아서 도전이란 걸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무렵 하우스 가까운 근처에서 농사를 짓는 친척에게 전화가 왔다. 백향과 나무가 몇 그루 있는데 처치 골란이라며 파가라고 했다.

아싸를 외치며 남편과 삽을 싣고 트럭을 가지고 달려갔다. 3그루를 파와서 친척 오빠들에게 한 그루씩 나누어 줬다. 처음에는 별로 반가워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무척 좋아한다.


삽목으로 늘리기도 쉽고 병충해도 적으며 무엇보다 잡초처럼 잘 자라서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방심하면 한 그루가 하우스 전체를 잠식해 버릴 수도 있기에 덩굴을  더 이상 자라지 않게  잘 다듬에 줘야 했다.

꽃은 시계꽃으로 유명하기는 했다. 암술, 수술을 보면 시 분 초 같은 모양이기는 하다.

시계꽃 종류도 많고 꽃이 화려하지만 열매가 식용이 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백향과는 온도만 맞으면 1년에 2번 정도 수확이 가능하다. 겨울인 지금 나는 백향과를 라 티 스푼으로 퍼먹는다. 처음으로 먹었을 때가 생각나 몸서리 쳐진 적도 있지만 일조량을 충분히 받고 자라서 잘 익은 백향과는

청을 담지 않아도 맛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어느 날 일을 끝내고 물을 마시려고 했는데 마침 생수가 똑 떨어졌다. 집으로 가야 했는데 머리 위로 뭔가 하고 툭 떨어졌다. 백향과가 잘 익다 못해 쪼글쪼글 해져 있었다.

농익었나 싶어서 버리려다가 잘라서 한 입 먹어 보았다. 목이 말라서 그랬는지 천상의 맛이었다.

새콤 달콤하고 과즙이 환상이었다. 그 뒤로 껍질이 쪼글쪼글 해지면 먹게 되었다.

좋아하는 과일 중 하나가 되어 비타민을 보충해 준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자이언트 그라나딜라

자이언트 그라딜라는 꽃이 화려하고 열매가 많이 크기는 하지만 맛이 없었다. 관상용으로 키워야 하나 고민이

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요리를 해 먹던데 딱히 흥미가 돋지는 않았다.

그래도 꽃은 예쁘니까 향기도 좋고  사랑받을 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3가지 종류의 씨앗을 더 구해 두긴 했다. 세상에는 정말 신기한 과일들이 많다. 자꾸 욕심이 늘어 가지만 절제가

필요하다. 내 꿈의 공간이 마련되면 마음껏 도전하리라 생각만 해본다.


하고 싶은 일은 많고 나는 게으르다. 하나에만 집중하질 못 한다. 꿈이 꿈에서 끝나지 않게 노력이 필요하다.

잘할 수 있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나에 대한 고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