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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투티 Nov 21. 2023

판타지 소설을 쓰게 된 이유 [3]

당신의 MBTI는?

 


지난 글 판타지 소설을 쓰게 된 이유 [2] 에서는 창작하고자 하는 열망은 있었으나 그림 그리기에서는 지레 겁먹었다는 이야기와 대학교에 입학하고서 진로 고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프라하에 가서 자신과 대화하면서 결국 나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행복하게 사는 법을 핸드폰에 검색했다.






유튜브로 이런 저런 영상도 찾아보고 인터넷 서치도 하면서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내가 수집한 정보를 취합한 결과, 항상 마냥 행복할 수는 없으나, 행복을 느끼는 절대 횟수가 많으면 전체적으로 행복한 삶이 된다.

자기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알고, 그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자주 해 주면 된다고 했다. 특히 좋아한다는 것은,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나는 그 과정이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어이쿠! 문제는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도 모르겠다는 거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또 검색했다. "나 자신을 아는 법". 성격검사를 해 보라는 검색 결과를 보았다.




그중 하나가 MBTI검사였다. 무료에다 시간도 얼마 안 걸리는 약식 검사라 얼른 해 보았다. 결과가 나오고 나의 특성을 읽어볼 수 있었다. 아, 그렇구나. 그럴 듯 한데? 미리 말하자면 이 때는 MBTI가 유행하기 직전이었다.




내 결과를 여기에 적어야 할지 고민인데, 일단은 안 적겠다. 어차피 읽다 보면 짐작 가능할지도. 짐작이 불가능해도 이 글을 읽는 데에는 문제 없다. 사람의 성격이 이것으로 완전히 나뉘는 것에는 나도 회의적이니 말이다.




어쨌든 이후 나는 인터넷에서 내 MBTI에 대한 글들을 찾아보면서 자신을 탐구했다. 함부로 내가 이렇다 저렇다 규정지을 수는 없지만 나와 같은 성격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받았다.




이런 사람이 하면 좋은 직업: 작가, 화가, ....




직업란에 써진 창조적인 직업들을 보고 나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기분이 되었다. 돈 못 번다고 지레 겁먹고 회피하던 직업이 못박듯이 써져 있으니 억울함이 몰려왔다. 이런 성격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닌데!




나도 물리학자, 과학자, 국가가 대우해주는 직업이 적성인 사람이고 싶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창작을 할 때의 그 기쁨이 떠올라서 누군가에게 "해도 된다"라고 허락을 받은 기분이었다.




또 다른 글에서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은 자신을 표현해야 한다는 내용을 읽었다. 그림이든, 글쓰기든, 음악이든 자신을 표현하라고 했다. 한 번 그 말을 따라 보기로 했다. 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말고, 라는 마음가짐으로 작게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그림 그리기보다 글쓰기가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더 자세히 표현이 가능할 것 같아서, 글쓰기를 골랐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니, 하나의 주제로 완결되는 짧은 글들을 써 보기로 했다. 노래를 들으면서 마음 가는 대로 글을 쓰되, 짧고 완결된 구조라는 틀을 만들었다. 스스로와의 약속이었다. 그때 쓴 글의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비, 나무, 사막, 숲, 눈, ...



주제가 "비"면, 비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그렇게 스무 개 정도의 주제를 정해 연습했다. 원래는 한 줄 쓰고 고치고 싶어했는데, 마음을 내려놓고 쓰니 고치는 것을 반복하는 습관이 점점 없어졌다. 처음에는 한 장면만 쓰다가 뒤로 갈수록 양이 늘기도 했다.




대단한 것을 쓰려고 하지 않고, 그 과정의 즐거움을 누렸다. 상상 속의 이야기를 쓰면서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게 뭔데 미친 것처럼 열심히 쓰고 있냐고! 속으로 외치면서도 쓰는 것을 계속했다. 이게 과정이 즐거운 거구나. 과정이 즐거운 것을 하고 나니 행복했다. 타국에서 코로나로 불안한 상황을 맞고 있는데도 이야기 쓰기를 떠올리면 행복했다.




프라하에서 나는 나를 몰아세우지 않고, 건강한지 체크하고, 너무 피곤하면 자고, 세 끼를 시간에 맞게 챙겨 먹고. 나를 돌보는 법을 알아갔다. 이것 저것 실험해 보았다. 실험도 내가 너무 피곤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그래서 이때 작은 프로젝트를 하는 법을 알아내었다. 한 번에 일을 저지르거나 갑자기 방향을 트는 것이 아니라, 하고 있는 것을 유지하면서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작게 운영하고 실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프라하에서 6개월 지내는 동안 짧은 장면을 쓰는 것에는 두려움이 없어졌다. 더 긴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음 계획을 세웠다. 이제 이때까지 계속 쓰고 싶었던 장편소설의 플롯을 짜 보기로 결심했다. 기승전결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판타지 장르에, 내가 담고 싶은 메시지를 담을 것이었다.






다음 에피소드는 장편소설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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