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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투티 Jan 31. 2024

나만의 작은 프로젝트 [2]

성공보다는 성장





지난 화, 나만의 작은 프로젝트 [1]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체코에서 1년 동안 공부하면서 소설 쓰기를 병행했고, 그로 인해 즐겁게 꾸준히 무언가를 지속하는 법을 알냈다.




꾸준히 무언가는 지속하는 법

1. 스트레스가 적도록 기간이 널널하고 양도 적게 목표를 잡는다.

2. 내가 그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좋아하는 것일수록 좋다)




이후 나는 작은 프로젝트 만들기에 맛을 들였고 여러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어떤 것은 성공했다 할 만하고, 어떤 것은 중간에 그만두기도 했다.




미리 못을 박자면, 이 매거진 <그거 공부해서 뭐 먹고 살래>는 성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성장의 이야기다. 그래서 과정과 과정 중 내가 느낀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사람들은 효율적으로 살기를 원하고, 빠른 결과 도출 방법을 찾아 헤멘다. 그러나 나는 빠른 결과 도출 방법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모른다) 빠르게 결과를 도출한 적이 있다고 해도 나는 그것을 운이 좋았다고 말할 것이다. 운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얼마나 발버둥쳤는가에 대해 글을 쓴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계속하는 사람의 먹먹함, 그럼에도 계속 무언가를 하려는 것에 대해 말한다. 그렇게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내가 어디로 가려는가. 그 방향성을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여러분에게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럼 다시 과정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겠다. 이번에도 어떤 나만의 작은 프로젝트를 했는지에 관해서다.




체코 제 2의 도시 브르노에서 공부하면서 체코 여행을 많이 했다. 코시국이어서 체코는 오랫동안 국경을 닫고 있었고, 여행을 위해서 육로를 통해 국경 밖으로 나가는 것은 한동안 불가능했다. 따라서 규제가 있는 동안은 체코 안의 여러 도시를 여행했다. 국경의 제한이 풀리고 나서는 오스트리아 빈과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딱 두 곳만 갔다.



한국에 돌아갈 때가 되었을 때는 체코에서의 경험이 담긴 일기가 가득 쌓여 있었다. 체코에서의 일상과 여행 경험을 블로그에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기록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또한 내가 체코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블로그에 경험한 것을 올리면 학과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첫 소설의 초고도 마무리하고 싶었다. 얼른 실행에 옮기고 싶었기에 다음 학기는 휴학을 하고자 마음먹었다. 결론적으로 내 마음 속에는 두 개의 작은 프로젝트가 있었다. 블로그에 체코 생활기 쓰기와 첫 소설 완결하기였다.



체코에서 지내는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컨트롤하는 능력이 올라갔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혼자 일찍 일어나고, 때에 맞춰 밥을 챙겨먹고, 앉아있기만 하면 건강이 나빠지니까 운동하러 나가야겠다고 판단하여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그래서 휴학을 할 용기도 났다. 부모님께 내가 휴학 동안 무엇을 할 건지 PPT로 만들어서 발표했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은 것은 살아온 기간 중에 처음이었다. 무기력했던 청소년기가 떠올랐다. 그 때와는 달리 무언가 해 볼 수 있다는 활기가 있었다.




발표를 하면서 나에게는 앞으로 들어야 할 학점이 얼마나 남았고, 남은 학기 동안 어떻게 배분해서 들을 것인지 말했다. 또한 휴학하는 동안 블로그에 체코 생활기를 쓰고 소설을 완성할 것이며, 토익 900점을 넘기고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을 따겠다고 약속했다. 휴학하기로 한 한 학기가 지났을 때, 소설이 완결나지 않은 것 빼고는 다 달성했다.




처음 블로그 쓸 때가 떠오른다. 글씨체는, 글씨 크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소설과는 다른 형식이기에 새로운 도전이었다. 불현듯 도지는 완벽주의를 누르면서 하나씩 하나씩 올렸다. 초창기의 조회수는 처참했다. 그렇지만 스스로를 다독이며 게시물을 늘려 나갔다. 애초에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블로그가 아니라 내가 체코에서 한 경험을 정리하고 싶었고, 정보 없이 체코에 갔을 때 힘들었던 경험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겠지 싶어서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첫 의도를 떠올리며 한 개 한 개 올렸다.




개강을 하고 틈날 때마다 소설을 써서 결국 첫 번째 소설의 완결을 보았다. 초고여서 논리적이지 않은 부분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어쨌든 끝을 보았다. 내게 너무 소중한 원고였다. 이렇게 작은 프로젝트가 하나 끝났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도 큰 변화는 없었다. 외적으로 보여지는 변화는. 그러나 내 안에는 작은 성공경험이 쌓여서 어떤 중심추를 만들고 있었다. 나는 소설을 하나 끝까지 써 봤다는 뿌듯함, 성취감이었다. 그런 것들이 모여 나를 살아가게 하는 거구나, 하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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