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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 완결한 후기 [3]

남주인공 이야기

by 후투티 Mar 27. 2025



지난 게시물 <판타지 소설 완결한 후기 [2]>에서는 네이버웹소설 베스트리그에서 연재한 내 판타지 소설 '믿음직한 청부업자'의 여주인공 테나브에 대해 해설했다. 이번 게시물에서 쓸 이야기는 테나브와 쌍벽을 이루는 남주인공, 시긴에 대해 해설해 보겠다.



*스포주의



테나브의 성격은 정하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나, 시긴의 성격은 완전히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긴은 작중 쾌락살인마로 나오는데, 작가에게  도전적이다. ‘쾌락살인’이라는 키워드는 많은 창작물 속 인물들에게(작중 특히 악역에게) 적용되지만, 막상 내 창작물의 등장인물에 적용해보려 하니 계속 난관에 부딪쳤다. 쾌락살인이라는 것은 굉장히 역겹고 무거운 것이었다. 사람을 죽이면서 즐거워하는 인물을 묘사하다 보면 자꾸만 구역질이 났다. 쓰면서도 그 인물에게 ‘그게 즐거워?’ 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다중인격 되는 줄



그런 이유로 시긴의 성격을 뜯어고칠 결심을 여러 번 했다. 그런 인물에 ‘공감’해서 쓴다는 것이 아주 어려웠다. 남을 다치게 하는 것에서 쾌락을 느끼는 건 도대체 어떤 기분인가? 그래도 나중에는 어느 정도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렇지 않을까? 짐작하며 썼는데, 상상으로라도 그런 인물이 되어보는 건 역겨운 경험이었다. 이 소설을 장기적으로 썼다가는 내 인격 면에서 좋지 않은 꼴을 볼 것 같았다. 



물론 그런 시긴이 성격에 맞게 '설득력 있는 행동'을 하는 장면을 쓰면 내가 천잰가보다 하면서 소름이 돋고 몰입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런 도전적인 걸 포함해 소설 쓰기의 순간 순간이 즐거우니까 계속 쓰게 되는 거겠지.



여튼 시긴이라는 캐릭터를 구상하면서 창작물에서 그려지는 ‘살인자’들에 대해 좀 고찰을 해 보았다. 사실 생각해 보면 창작물 속 ‘매력적인’ 살인자들은, 특히 악역은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 다루듯이 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대의’라는 목적 하에 수단으로서 살인을 저지른다. 그 대의는 예를 들면 ‘주술사들만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만들기 위해’ 라던가 ‘자원이 한정된 우주의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라던가 ‘특정 집단에 대한 복수심’이라던가, ‘특정 집단과 이익을 두고 다투고 있어서’라던가....정도가 있다. 그런데 살인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는 경우는 제한된 장르, 특히 공포영화에서나 자주 나오는 것 같다. 어떤 집에 씌인 악령이 집에 들어온 사람들을 이유 없이 죽인다던가, 숲에 들어오면 이유 없이 죽인다던가. '죽이는 것 자체가 목적'인 것.



아..그래서 살인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인 우리의 주인공 시긴이 나오는 믿청은 공포소설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아님)

여튼 시긴은 살인이 즐거우며, 살인을 계속할 수 있다면 계속 알마테라에서 일할 의사가 있는 인물이다. 이 소설의 장르는 새로운 세계관을 가져왔다는 면에서 판타지이다. 다만 유혈이 낭자하고 감정의 어두운 일면을 탐구한다는 면에서 구체적으론 다크판타지가 되겠다.



다시 시긴의 이야기로 돌아오자. 살인을 할 때 쾌락을 느낀다는 성격은 공감능력이 매우 떨어져야 성립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공감 능력이 부족하면 사회 안에서 낙오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어색하지만 보통의 인간들이 어떤 대화를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패턴을 관찰해서 모방해서 그럴듯하게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게 살아갈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회에 기생해 살아가는 사이코패스나 살인마들의 생존방법일 것. 사람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람 사이에 섞여 들어가 산다.


 

 무거운 느낌으로 설명을 해 봤는데, 이걸 이제 시긴에게 대입해 보자. 시긴은 살인을 하고 싶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사회란 것은 하나의 유기체와도 같아서, 바이러스 같은 존재는 백혈구가 먹어서 없애 버리듯 자체적으로 제거하려 한다. 공공의 약속인 법에 의해 사회에서 격리되거나 사형되는 결말이 바로 그런 것이다. 만약 시긴이 정말 하고 싶은대로 살인을 하고 다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일반적인 사람들에 의해 응징당했을 것이다. 그것이 추방이든 사형이든, ‘복수’라는 목적에 의한 수단으로서의 살해든. 그러나 시긴은 사람이 필요하고, 죽고 싶지 않다. (이 부분은 참 역겹다!) 알마테라라는 청부조직은 그런 시긴에게 구세주가 된 셈.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살인까지 하게 해 준다. 시긴은 매우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런 시긴은 테나브와 기이한 공생관계를 맺는다. 테나브는 시긴과 함께 다니며 살해를 덜 하게 되고(그야 하지 말라 해도 그의 몫까지 죽이니까), 시긴은 테나브에게 글을 배운다. 원래는 혐관을 하고 싶었는데, 둘의 욕망이 흘러가는 곳에 혐관이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테나브는 시긴을 보며 처음에는 혐오감을 가졌으나 일의 특성상 시긴의 기질이 유용함을 알게 되고, 시긴은 테나브를 보고 처음부터 혐오감을 갖지 않았으므로 혐관은 실패(?)다.



보통 사람들이 테나브에게 혐오감이 들 만한 요소는 ‘재수없음’ 정도인데, 시긴은 테나브에게 출신이나 학식 면에서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긴의 욕망은 신분상승이나 돈이 아닌 살인이기 때문. 테나브가 더 많이 죽일 수 있는(혹은 죽여야 하는?) 환경에 처해 있다면 열등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은 전개가 될 듯)





시긴은 보다시피 정말 공을 많이 들인 캐릭터다. 일단 내가 납득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해 쓰면서 생각할거리도 이것저것 많았다. 보다시피

다음 게시물도 등장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테나브와 시긴의 든든한 동료였던 카탈란과 바라한에 대해 해설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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