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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mes Jun 03. 2024

(15회)초 고령사회, 일자리가 노후대책이고 복지제도

일본의 초고령사회 경험을 되새겨 보아야

고령사회가 도래하고, 사회 전반에 걸쳐 혁신을 동반한 변화와 도전 과제가 나타나면서, 노후 준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윌리엄 새들러 하버드대 교수의 서드에이지론(생애 새로운 주기인 제2 경제활동기 탄생)을 빌리자면, 일자리가 생계 수단을 넘어 건강한 노후준비이고, 일본의 재정적자와 부채를 반면교사 삼아 정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복지제도로 자리매김시켜야 할 시기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이슈

저출산과 고령화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즈음 언론에 관련 기사가 부쩍 늘고 있는 것 같다. 매일경제(2024.05.26)에 보도된 NYT(뉴욕타임스)의 로스 다우서트 칼럼 기사가 특히 자극적이다.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하에 대한민국의 인구감소가 유럽의 흑사병보다 더 심각한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출산율이 역대 최저치를 경신, 0.76명으로 세계 최저 수치다.

일본은 2023년 1.26으로 7년 연속 감소하고 있고, 미국은 1.66로 상대적으로 높지만 길게 보면 감소추세, OECD 국가 중 1.0 이하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고령화율도 2025년에는 20%를 넘어, 일본과 유럽 국가들에 이어 초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저출산과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가속되는 현상이다.                                        

주요 국가의 인구 고령화 속도 비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고용과 일자리에 방점

노인 빈곤율도 7년 연속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2004년 대통령 직속으로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를 설치, 2005년에 『저출산 · 고령사회 기본법』을 제정, 2006년에 ‘제1차 저출산 · 고령사회기본계획(2006-2010년)’을 발표한 이후, 2023년 3월에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으로 발전시키켰다. 


저출산 대책과 함께 고령사회 정책 5대 과제로 돌봄, 주거, 고용과 일자리, 고령친화 기술, 복지 서비스의 혁신을 담고 있는데, 6개 추진과제 중 3개가 ‘중∙장년 친화 일자리 사업 확대’, ‘노인 일자리 대책’, ‘신 노년층 평생교육 지원’으로 일자리 대책에 집중되어 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공동 워크숍(2023년 12월)에서 ‘직무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편’, ‘고령자 재취업 지원서비스 효과 불명확’, ‘형식적인 서비스 우려 제기’ 등이 보고되고 논의되었다. 특히 지원서비스와 재취업 연계성이 부족하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를 반증하듯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용률이 수치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행복지수가 낮고 빈곤율이 높다는 통계가 정부 정책 및 지원사업과 실제 일자리 연계에 Gap이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일할 사람(생산가능인) 부족 현상 심화

조선일보(2024.05.29)에 시내버스는 공영제 운영으로 조금 낫지만, 마을버스나 시외고속버스는 2교대 하기 어려울 정도여서 정년이 지난 기사를 재고용하기도 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한국경제는 얼마 전(2023.11.16)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일본사례를 소개했다. 인력난으로 동경 시내음식점들이 폐업과 임시휴업이 급증하고, 오사카엑스포 행사장 공사 지연, 버스기사 4만 명 부족이 내용이었다.

나는 한국도 머지않아 다루어질 문제라고 다른 글에서 언급했었는데, 예상보다 일찍 우리도 전국에서 버스기사 구인난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서울시는 50 플러스재단을 통해 중∙장년 인력 활용과 실업률 해소를 위해 민간기업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취업 지원을 하고 있다. 택시 드라이버, 공항지상직, 약국이나 병원 사무원, 보험설계지원매니저, 신생아 건강관리사, 방위산업체, 조리보조원, 소상공인 홍보마케팅, 경비원 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과 연계한 일자리 맞춤 교육 공모도 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고령화 대응 차이

그러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출산율이 우리보다 높고, 청년들은 구직률 대비 구인율이 2배 가까이 되며, 고령자 케어도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는 배경을 살펴보고, 비교해 보며,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의 고령화 비교

* 1970년 고령화사회(7.1%), 1995년 고령사회(14.6%), 2007년 초고령사회(21.5%), 2020년(28.4%), 2024년(30.1% 추정)으로 65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김웅철 전 매경비즈 대표의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에서는, 일본의 경험에서 참고해야 할 점으로 (정부차원의 대응방향) 연금과 의료 간호시스템, 복지서비스,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들고 있으며, (기업차원) 고령층 채용과 활용확대, 정년 연장, 다양한 근무방식 도입, 시니어 층 맞춤상품과 서비스 개발, AI 등 첨단기술 활용, (사회인식과 문화 측면) 고령층에 대한 인식 개선, 세대 간 소통, 가족 구성과 역할 변화에 적응, 사회참여 확대와 활성화 등을 들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 다른 속도와 특징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이 먼저 겪으면서 제도화한 정책을 참고하고 응용해야 유사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한국은 일본보다 낮은 출산율로 인해 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 높은 고령층 비율을 가진 일본은 노동력 부족, 사회 경제적(복지비용) 부담증가, 고령층 건강 및 삶의 질 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을 먼저 겪고 있어 정부와 기업이 사회문화적 차원의 변화 노력에 힘을 기울여 오고 있는 중이다.


일본에서 참고할만한 고령화 이슈들

지속 가능한 연금 시스템 구축, 의료·간호 서비스 접근성 및 질의 향상, 노동 시장 유연화 및 고령층 활용, 고령층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 등이 중요한 시사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책들은 비용 증가로 이어져 상당한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국가부채와 재정적자는 초 고령사회에서 시작되었다는 시각이 있다. 고령화 예산 편중으로 저출산 대응 지출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가 한국에서도 진행 중으로, 예산 부담의 가중이 더 커지고 있다.


일본은 고령화 대응을 위한 기본 정책의 첫 번째로, 취업과 소득을 들고 있다. ①나이에 상관없이(Ageless) 일할 수 있는 사회 실현을 위한 환경구축(부업・겸업 보급촉진, 고령자 창업지원, 공무원 정년인상 검토) 등과, ②안정적인 공적 연금제도 운영 검토(연금 수급개시 시기 선택지 확대, 70세 이후), ③자산형성 지원(개인 퇴직연금 등 사적 연금제도 보급, 고령자 적합 금융상품 및 서비스 제공, 인지능력 저하 고령투자자 보호 등이다.

고령자의 수입 활동이 가능한 환경 조성과 개인들의 자산 형성 지원이 핵심이다.


한일 간 중∙장년 취업지원제도의 큰 차이는 정책 배경과 운영방식인데, 한국은 실업률 해소에 정책방향을 맞추다 보니 공공 성격의 단기 일자리가 많으며, 일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에 기반을 둔 민간과의 협력으로 다양한 일자리를 발굴하는 흐름이지만,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드는 한계점도 있다.  


장년에는 일자리가 노후대책, 정부에는 복지대책

국가 예산도 증가하지만, 예산 내 보건복지 예산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어 국가 재정만으로는 저출산과 고령화 대책에 한계가 있음을 아래 그래프에서 알 수 있다.

장년들은 근로를 통해 건강 유지와 수입 창출,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고, 정부는 이슈가 되고 있는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등 공적 지출을 줄이거나 늦추어 복지예산 증가를 줄일 수 있어, 확실한 노후대책이면서, 사회복지 대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확산되어 온 노인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이해와 합의가 필요하다.

한국의 보건복지예산 증가 추이 및 예산 내 비중


변화 환경 적응은 개인 책임, 정부는 지원의 효율화

고령화 시대 중∙장년들의 일자리는 사회 및 산업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당사자들이 변화 환경에 맞추어 동행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다양한 분야의 직업과 경험을 가진 중장년들에게 강의와 멘토링을 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은, 변화 환경에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기술이나 지식의 깊이가 아니라 과거의 경력에 더해 변화된 환경이 필요로 하는 분야의 경험이나 지식들을 보완하려고 노력한 흔적 이다. 정부는 퇴직이나 전직을 앞둔, 혹은 퇴직한 사람들에 대해 교육과 멘토링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을 제도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스스로 대처하기가 어려우면 이러한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빠르게 방향을 잡고 정확하게 실천하는데 도움이 된다.


정부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비교적 취업 연계율이 낮고, 지원금 지급 중심으로 관리하는 경향이 있어 단기일자리가 양산되는 사례도 많다. 근로참여 확대에 비중을 두고, 실효적인 일자리 발굴과 안정적인 근로환경으로의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공일자리보다 민간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중∙장년에 적합한 일자리 연계를 강화해 가야 한다. 기업 측면에서는 일부이겠지만 정부의 인건비 지원을 받기 위한 채용은 지양하고, 중∙장년 인력의 경험과 능력 활용에 초점을 맞춘 일자리 연계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40대부터의 취업 지원 정책은, 민간기업과의 협업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방향전환이지만, 근로의 중심 축인 40대까지 실업률 해소를 위한 수단으로 공공성이 강하거나 단기적 일자리로 채워질 우려가 있는 것은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취업 실적보다는 맞춤형 일자리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발굴하여, 오래 근무할 수 있고, 안정적인 일자리와의 연계성이 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에 상당한 아이디어와 노력이 필수여서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소위 가성비가 떨어지는 일이 될 수는 있지만, 저성장과 개인 맞춤형 시대에 한국의 특징인 ‘빨리빨리 문화’를 자제하면서, 어느 프랑스지앵 작가가 말한 ‘부드럽고 천천히’를 문화로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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