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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른아침 Feb 15. 2024

책방에서 쓰는 서평

<나의 첫 번째 아기에게>를 읽고

일하는 책방에서 가끔 서평을 쓴다. 맘에 드는 책에 대한 소감을 길지 않게 쓴다. 그렇게 쓴 서평은 책에 꽂아지고 혹시 모를 독자를 기다린다. 간혹 따뜻함을 느꼈다는 더 따뜻한 쪽지로 돌아오고 그런 분들이 있어서 말없는 소통이 이어지고 책방이 훈훈해진다. 


책방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담당자는 서평도 써야 한다는 말도 함께 했었다. 그때는 흘려들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도 들었지만 그때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서평이라지만 평가는 분명 부담스러운 행위인데도 말이다. 내가 여전히 쓸모가 있다는 안도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었다는 기쁨앞섰.


독일의 동네 책방에서는 직원들이 쓴 서평이나 소감을 책과 함께 놓아둔다는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걸 이 책방에서도 하고 있었다. 앞서 일한 사람들이 남긴 서평이 책에 꽂혀있다. 책 보다 서평이 먼저 보였다. 씨는 단정했글은 진솔했다. "감동은 늘 부르르 몸을 떨며 온다."는 글귀로 시작되는 서평은 책을 궁금하게 했다. 이곳을 들른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흔들었을 것이다.


마음을 흔들진 못하더라도 진심이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다. 그렇게 쓴 내 서평도 책에 꽂혔다. 서평을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읽고 그 책이 궁금해졌으면 하는 욕심도 생겼다. 그런 바람과 욕심으로 인해 부풀리지 않으려 했으나 생각처럼 쉽게 억눌러지지 않았다.


한두 권 책에 서평을 남기다 보니 부담이 생겼다. 책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가지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 내가 쓴 글이 책의 내용을 전달하고 평가하는 객관성 있는 서평이라기보다 개인적인 감상을 적은 독후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책에 대한 기준이나 생각이 다를 수 있기에 허투루 나설 일도 아니었다. 조심스러워졌다.


그러다 제각기 있는 자리에서 자기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는 생각에 미쳤다. 우리 모두는 쓰고 읽는 자이며 동시에 읽고 쓰는 자다. 독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작가의 의도를 오해할 수 있고 서로 만족할 수도 있다. 미달이든 오해든 만족이든 각자의 몫이다. 그 가운데 마침내 우리는 책 속 세상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상호작용하면서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책 속 세상에서 책방지기 나는 한 명의 독자일 뿐이고 싶다. 틀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면 된다.



"나의 첫 번째 아기에게" (조은재 저)에 소감을 꽂아두었다.

큰딸이 둘째를 출산하고 두 달이 가까워진다. 손녀 둘을 데리고 친정에서 한동안 지내다 갔다.

큰 손녀는 딸에게 안아달라고 보채기도 하고 시샘을 했다. 큰딸은 난처해하면서도 잘 받아주었다. 한 손으로 갓난이를 안고 다른 손으로 큰 손녀를 안아주기도 했다. 큰 손녀도 마냥 매달리지 않았다.

딸도 큰 손녀에게도 처음이라 낯설고 서툴러도 잘 해냈다.

엄마의 사랑은 한이 없어서 첫째에게도 지금까지와 똑같은 크기의 사랑을 주고 그만큼을 또 갓난 둘째에게도 주었다.

이 책에도 두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의 큰 사랑이 똑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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